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한국 최고의 과학지성들이 현대과학의 난제에 도전한다!
김정욱 지음, 정재승 기획 / 해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학문과 지식의 대중화는 인쇄술이라는 혁명 이후에도 꾸준히 다른 방법을 찾아왔다. 축적된 지식과 정보들은 인류의 진보와 진화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지만 일반인들과는 점점 멀어져갔다. 전문적인 학문 영역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렸고 연구자가 아니면 접근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용어와 개념들로 가득하다. 심층적이고 복잡한 지식의 구조들은 보다 깊고 체계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하지만 학문의 외연이 넓어지고 전문 영역들간의 통섭이 이루어지는 바람직한 현상들 속에서 대중은 외면된다. 무엇 무엇의 대중화는 때대로 유행처럼 번진다. 그것이 철학의 대중화든 수학의 대중화는 과학은 가장 어려운 영역중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이유는 간단하다.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과학의 중요성과 역할 그리고 일상에서 과학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재승이 새로 기획한 책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는 멋진 제목의 책은 어른들을 위한 <과학콘서트>를 표방하고 있는 듯하다.

  스물일곱 명의 국내 과학자들이 주제별로 일반인을 위한 간단한 강좌를 열었다. ‘한국 최고의 과학지성들이 현대과학의 난제에 도전한다!’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이것은 편집자의 오버에 불과하다. 한국 최고의 과학자들에 의해 난제가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대의 정상과학이 밝혀낸 첨단 과학의 장면들을 화려하게 소개하고 그 한계와 미래의 전망을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는 책이다.

  그래서 쉽게 ?와 !를 표지에 넣을 수 있는 주제는 하나도 없다. 이 책에서는 크게 다섯 개의 주제로 열띤 강의가 펼쳐진다. 우주, 자연, 생명, 과학, 인간 - 우리가 과학에 대해 궁금한 가장 기본적인 주제를 가지고 각 분야의 전문 과학자들이 전공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와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 미래의 전망과 계획 그리고 가능성까지 짚어주고 있으니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어렵지만 귀담아 들을 내용이 아주 많다.

  다만 스물일곱 명의 글쓰기가 고르지 못하다는 아쉬움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한 권의 책에서 만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다. 전공 관련 용어들을 설명 없이 사용하거나 생소한 과학적 지식과 개념들을 그대로 노출시켜 이해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글들도 더러 섞여있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상세하게 전달하려는 노력과 흔적들은 곳곳에 배어있다.

  익히 알고 있는 개념들이나 이제는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주제들도 있기 때문에 모두가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주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이고 그 의미를 풀어주는 요령이다. 시각의 다양성은 어느 학문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과학분야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뷔페같은 책이다. 겉핥기식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겠지만 주제별로 간단한 워밍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볼만한 책이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나 진화론의 문제, 의학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동물들의 예술 행위 같은 이야기들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학문의 울타리를 넘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전하고 지식을 풀어낼 수 있는, 역량 있는 과학 전문 저술가가 많이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체로 외국인의 책을 번역하거나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풍부하고 다양한 독서는 어렵다. 미래를 알고 싶은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아야한다. 진화론에 관한 책들을 좀 더 찾아 틈나는 대로 즐겨야겠다.

  우주와 인간 사이에 던진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책은 아니지만 ‘질문’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 무엇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우리들의 인식의 폭을 넓혀주고 인문학적 지식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에만 1000억 개가 넘는 별들이 빛난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 그런 은하가 1000억 개 넘는다고 하니 밤하늘에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1000억×1000억 개의 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구라는 조그마한 별에 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것은 순순히 상상력의 힘이다. 과학은 지식 이전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상력의 세계이다. 쿼크 단위의 미시 세계이든 우주와 같이 거대한 세계이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나라는 존재는 점으로도 찍을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070629-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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