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질문들 - 현대 과학의 최전선
이명현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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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은 지나칠까.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숨을 쉴 뿐일까. 들여다 볼 분야와 대상은 점차 늘어간다.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을 넘어 사람들이 움직이는 목적,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바탕이라고 하지만 과학과 예술은 응용 분야가 아니다. 한 분야에 천착한 사람들의 성과와 눈부신 성과도 좋지만 “동시대성을 이야기하면서 과학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아니, 과학을 이야기해야만 동시대를 호흡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과학을 이해하는 것, 과학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 더 나아가서 과학을 누린다는 것이야말로 현대적이 동시대적인 태도이자 삶의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금부터 2,600년 전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주장했다. 엠페도클레스가 ‘물, 불, 흙, 공기’라고 발전시킨 생각도 먼 옛날의 돌도끼를 던지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인류 문명발달의 척도는 과학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알기 어려운 분야도 있고 한동안 벽에 부딪쳐 머물러 있는 분야도 있다. 『궁극의 질문들』은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과학의 첨단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의 인간은 사고방식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전혀 다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애매한 세대의 기준을 마이클 해리스는 1985년생으로 잡는다. 이전에 태어난 세대의 혼란과 아날로그의 추억은 적응을 더디게 하지만 이후 세대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인터넷 맞춤형 인간으로 세상을 산다. 이들의 축복을 나는 ‘지식의 일반화와 대중화’로 표현한다. 15세기 활판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이끌어 중세의 벽을 무너뜨렸다면 21세기 인터넷은 지식의 독점과 권력을 형해화해버렸다. 피터버크는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에서 ‘지식의 절반은 어디서 찾으면 될지 아는 것’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18세기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새무얼 존슨이 친구 보스웰에게 말했듯이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어디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한 주제를 조사하려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주제를 다룬 도서 찾기다. 이는 도서 목록을 보거나 도서관의 책 표지를 살펴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라고 진단했다. 19명의 저자를 통해 각 분야에서 관련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과학의 최전선에서 각자의 분야에 몰입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인류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우주, 생명, 행성뿐 아니라 통계 물리학, 네트워크 과학, 인공지능 등 전통 과학에서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독서 습관과 입맛을 고려한 책이다. 그 장점은 그대로 단점이 된다. 서너 쪽 분량의 짧은 글들은 잘 차린 뷔페가 아니라 시식 코너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본문 200쪽이 안 되는 분량에 19가지 주제를 담았으니 깊이를 포기하고 넓이를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읽는 행위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그 고리를 연결하는 작업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진화론, 기후위기, 통섭, 코로나 시대의 종교 등의 주제는 과학이 연구자의 실험실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명현의 서론처럼 과학에서 최전선, 궁극이란 결국 인간의 삶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느낄 겨를도 없이 지나가는 계절처럼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순식간에 달라진다. 기술발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으로서 과학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세상의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과학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교양이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다. 책이 아니면 지식과 교양을 얻기 어려운 시대를 지났으니 교양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가 필요하겠다. 예술적 감수성, 인문학에 대한 이해,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 어느 시대인들 환영받지 못할까마는 누구나 고급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는 오히려 지식과 교양을 내면화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근사한 포장지로 사용되거나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양이 오히려 귀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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