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 꿈조차 꾸지 않았다. 행복한 사람만이 악몽을 꿀 수 있다. 악몽이 현실인 사람에게는 잠자는 것이 죽음처럼 시간이 멈춘 블랙홀이다. - P. 164

나는 뼛속 깊이 ‘용기’라는 암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의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날을 체념한 채 절망 속에서 지내며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 P. 366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전쟁에 대해서 배운다. 그들은 안락한 의자에 앉아 발을 불가에 뻗고 평소처럼 다음 날 일할 준비를 하면서 베르됭이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읽기만 한다. - P. 366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것이 모두 내 책임일까? 그리고 언젠가 이 사실을 잊을 수 있을까? - P.383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곧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 나도 그들처럼 죽을 것이고 내 죽음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공포가 엄습하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이 죽으면 얼마나 끔찍해 보이는지 잘 안다. - P. 399

내 앞에 있는 병사의 등을 보고 있자니 동정심과 존경, 그리고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그가 쓰러질 때까지 때리고 싶었는데 그러면 전쟁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 421

안락사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방아쇠를 당겼다. - P. 424

전쟁은 다른 상황에서는 서로 믿지 못했을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게 했다. 또한 전쟁이라는 상황은 모든 동료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영웅적인 동정심이 되어 우리를 단결시켰다. - P. 540

그들은 극심한 두려움에 모든 신념이 사라졌고 어떤 일에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들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작전에 앞서 두려움을 느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에게도 자신도 모르게 나무 꼭대기를 비추는 태양빛처럼 공포가 엄습해왔다. - P. 571

독일인은 영웅인가. 미치광이인가? 누가 이런 극단적인 희생정신을 평가할 수 있을까? 침묵 속에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P. 619

잔인함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고 ‘공포’라는 단어 역시 일어난 일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었다. - P. 648

나는 인간성에 호소하지 않고 복수를 원하지도 않는다. 나는 분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제외하고는 침묵하며 지냈다. 그리고 외로움 속에서 용서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 P.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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