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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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V를 거의 보지 않아서 대화에 끼기 어려울 때가 있다.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주몽>에 한나라의 철기군이 등장하고 고구려에서 그것을 물리치거나 배우려는 시도가 역사적으로 볼 때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종호의 <한국의 7대 불가사의>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불가사의不可思議는 불교에서 온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마음속에 떠오르지도 않으며 생각할 수도 없는 오묘한 이치라고 한다. 말하자면 현실 밖의 세상을 말한다. 니나와 폴이 여행하던 4차원 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시간여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일들을 모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은 진보하며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누적적인 형태로 발전한다고 굳게 믿는 직선적인 세계관에 기대어 인류의 특별한 문화 유산을 두고 불가사의라고 부른다.

  먼저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보자.  ① 이집트 기자에 있는 쿠푸왕(王)의 피라미드 ②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의 공중정원(空中庭園) ③ 올림피아의 제우스상(像) ④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神殿) ⑤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 능묘(陵墓) ⑥ 로도스의 크로이소스 대거상(大巨像) ⑦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파로스 등대(燈臺)가 있다. 그 밖에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로마의 원형극장(콜로세움), 영국의 거석기념물(巨石紀念物, 스톤헨지), 이탈리아의 피사 사탑(斜塔), 이스탄불의 성(聖)소피아 성당, 중국의 만리장성,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를 7대 불가사의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유적들을 불가사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인류의 과학과 기술은 중세이후 이성 중심의 서양의 직선적 세계관에 기인한다. 지금보다 장비와 기계들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인간의 지혜와 지적 능력은 오히려 뛰어났을 것이라고 판단해 볼 수 있다. 굴삭기가 발명되면 삽질하던 인간의 근육은 퇴화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놀라고 있는 것들이 그 당시에는 당연하거나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종호는 <한국의 7대 불가사의>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① 고인돌 별자리 ② 신라의 황금 보검 ③ 다뉴세문경 ④ 고구려의 개마무사 ⑤ 무구정광대다라니경 ⑥ 고려 수군의 함포 ⑦ 훈민정음.

  위에 소개한 일곱 가지 문화유산이 과연 모두가 동의할만한 것들인가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다. 저자 개인의 선정이나 역사학자 일반인들의 견해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독창성이 세계 문화유산에 견주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저자의 신념을 들여다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신념은 지식과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의 유럽의 중심지 파리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민족주의적인 것인지 하는 문제는 책을 통해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민족적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발상도 아니고 애국심의 발로도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한국 문화의 가치를 새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도 위험하지만 우리 것은 무조건 안 된다는 패배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객관적인 평가야 어차피 불가능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말에게까지 철갑 옷을 입혔던 고구려의 개마무사나 서기 3000년 전에 이미 별자리를 관찰하고 고인돌에 새겨 넣었던 우리 조상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일은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즐거운 시간 여행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분석을 통해 우리 것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시도하고 있는 저자의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비단 문화재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불가사의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 그리고 미래에 우리가 만들어 갈 문화유산들이 우리가 걸어왔던 역사보다 더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저자가 꼽은 문화유산들은 우리들 일상에서 마주칠 수 없는 거리감이 있는 것들이다. 민중들의 삶과 생활에서 묻어나는 불가사의나 지금보다 발달했던 물건이나 제도들에 대한 검토와 반성도 필요하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가장 미련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간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


07042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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