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황대권 지음 / 열림원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장미를 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화려한 외모와 강렬한 붉은 빛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서양의 꽃이지만 특별한 행사와 기념일을 위해 사람들은 장미를 준비한다. 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하지만 장미는 꽃이 진 후에 가장 흉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꾸로 뒤집어 정성스레 말려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지저분한 낙화의 모습은 절정의 순간과 대비되어 참혹하기까지 하다.
우리 나라 길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민들레와 장미를 비교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손쉬운 대비 효과를 가져오지만 적절한 방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장미는 장미대로, 민들레는 민들레대로 나름의 아름다움과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과 사회적 상징이 부여될 뿐이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장미도 민들레를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야생초편지>의 작가 황대권의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과학기술과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시대에 대한 반론이다. 1985년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3년이나 복역한 작가의 이력은 신영복 선생의 그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후광효과를 가지게 된다. 환경과 생태적 측면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인간 세상을 재단하는 것은 또 하나의 편견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저자의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같은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이야기의 ‘현실성’ 측면에서 살펴보는 사람이 있고, 논리와 이성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서와 공감대를 맨 앞에 두는 사람도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어떤 측면에서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독자 개인의 문제로 돌려야겠다. ‘산처럼 생각하기, 똑바로 바라보기, 멀리 내다보기’라는 세 부분으로 엮인 책은 저자의 마음과 생각들을 담아낸 맑은 물과 같다. 농촌과 환경을 앞세워 맹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과격하지도 않고 억지스럽지도 않다.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잃은 것이 없이 많은 것들을 성취하고 만들어가며 산다고 생각했던 도시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와는 다르면서도 유사한 측면이 많다. 스스로를 ‘생태 공동체 운동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작가의 생각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이론을 펼치는 책이 아니기는 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신선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정확하고 분명한 목소리는 부족하고 책의 구성은 엉성하다.
마음밭에 심어놓은 작은 풀꽃들이 피어난다고 해서 그것들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꺾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아니면 필요한 꽃들만 꺾어야 한다. 그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사물과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궁금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갈하고 깨끗한 마음의 결들을 담아내고 있지만 시골 냇가에서 맑은 물 한 잔을 마신 후의 덤덤함 이상은 얻지 못했다.
070215-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