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 철학 수고
칼 마르크스 지음, 강유원 옮김 / 이론과실천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1. 자본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괴물은 모든 것들을 삼켜 버렸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이기주의에 기대게 되었다. 그것은 사유재산의 축적을 통해 그리고 토지와 생산 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로 컴퓨터처럼 2진법으로 분류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르크스의 주장은 대체로 틀리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을 확인했다. 부르주아든 프롤레타리아든 단 두 개의 팀으로 분류한 방법은 혁명을 위한 준비단계로 마르크스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라는 책은 1844년 집필된 책으로 1867년 <자본>이 나오기 이전의 파리 시대의 그의 사상적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청년 마르크스에게 당시의 경제 이론들은 자본이라는 큰 틀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과 신념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당시의 경제 상황과 다르게 파악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큰 틀이 바뀌지는 않았다. 어쨌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본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관심은 자본의 소유에 대한 방법과 사용법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아니 이제든 국가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그 자본이 미치는 파괴력은 산업시대의 그것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증대되었고 자본에 접근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자본의 형태와 소유 방식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여전히 자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고 노동자들의 삶은 비참하며 토지와 생산수단 이외의 금융자본 등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들이 생겼다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노동자로 머물러 있다. 자본을 이해하는 것은 내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의 힘에 경배할지어다.

2. 노동

 육체적인 노동의 댓가로 먹고사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직종과 업무에 상관없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노조가 없는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삼성맨들의 프라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불쌍한 노동 기계. 그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비참하고 부정적인 현실 인식이 아니라 분명하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또 다른 현실이 시작된다.

 노동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부를 창출하고 자본을 형성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엄한 놈이 챙긴다. 단순하고 상식적인 논리와 마르크스의 주장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보이지 않는다. 어렵고 따분한 말로 길게 서술되어 있으며 스미스의 경제이론을 인용하고 반박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해하는 방식은 그래서 어쩌자는 말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노동의 역할과 가치를 알고 산출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현실에서의 역할을 찾고 싶은 것이다.


3. 지대

이제는 우스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땅이라니? 땅이 자본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나? 나이키 같은 다국적 기업은 마케팅과 서비스만 제공한다. 생산을 공장과 토지는 값싼 노동력을 따라 지구를 떠돈다. 또 헌법에 토지 공개념을 포함하자는 노무현의 논리는 어떤가? 여전히 땅땅거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노동과 지대는 부를 축적하기 위한 기본 요소이며 현재에도 유효하다.

 시대가 달라지고 상황이 변하고 IT가 어떠니 인터넷이 어쩌니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과 다른 것은 땅은 늘거나 줄지 않는 데 있다. 문제는 다시 노동이다. 토지는 소외되지 않지만 노동을 통해 인간은 자본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노동자는 불쌍한 노동 기계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4. 사유재산

 인간의 본능이다. 공산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대한 본능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유 재산은 영원할 것이다. 이기적 욕망과 사적 소유의 관계는 경제 문제에서 당연한 전제가 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소비하거나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경제 원리가 가장 정확하다. 사유 재산은 노동하는 인간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제공한다. 오늘을 버티게 하는 마약 혹은 환상.

 그것을 소유하지 못하거나 소유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경우를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살아간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우리가 책임질 수 있으며 제도의 개선을 통해 보완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지 오른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5. 화폐

 새로 나온 만 원권을 교환하기 위해 3박4일 동안 한국은행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라. 그것의 교환가치나 상품가치를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단면이다. 화폐의 기능과 속성을 아는 것보다 화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

화폐의 속성의 보편성은 그 본질의 전능성이다. 그런 까닭에 화폐는 전능한 존재로 간주된다…화폐는 욕구와 대상, 인간의 생활과 생활수단 사이의 뚜쟁이이다. 그러나 나에게 나의 삶을 매개해 주는 것, 그것은 나를 위해 다른 인간의 현존도 나에게 매개해 주며, 그것은 나에게는 다른 인간이다. - P. 174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대신 전지전능하신 ‘화폐’의 위력을 실감한 마르크스의 혜안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 두렵다. 보다 많은 ‘화폐’가 행복의 척도이며 생의 목표이며 현실적 삶의 궁극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십니까?

 청년 마르크스의 결정적 시기의 다듬어지지 않는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책의 내용보다 현실이 먼저 보이고 지나온 자본주의의 역사가 보인다. 우리가 고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 자본주의를 엎어버리자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여전히 자본주의의 가공할 위력에 몸 둘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도 아니다. 난해한 번역문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드는 현실로 두통을 유발하는 책이다.


07012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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