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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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2만원이라는 가사를 듣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놀랄만큼 가까운 물리적 거리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에 새삼 놀라게 된다. 남북이 갈라선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같이 살자는 노력은 부족했다. 통일의 당위성을 실감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분단은 고착화될 위험성도 높다. 사는데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남북 교류와 화해 협력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해답이 선행되어야 한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지구상에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유일한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특별한 상황과 시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 북핵 문제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 것처럼 비치는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욕심과 북한의 태도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가장 큰 희망이자 매력들은 사라져가고 굶주린 국민들은 체제가 전복될 만큼 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북자 문제와 사회 변화 문제는 북한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 중 하나일 뿐이다. 체제 우위의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시혜적인 태도에서 남북문제를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 파견된 작가 오영진의 <평양프로젝트>는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만화가 주는 특별한 재미는 물론이고 짧은 주제를 통해 북한의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오공식과 남북 교류 협력단 조동만, 김철수 그리고 파견 나온 리순옥 등이 보여주는 대화 내용과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 북한을 보다 실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중앙 방송을 통해 선전용으로 보도되는 화면과 다른 것은 남한 사람의 시각으로 북한 사람들의 모습과 태도를 그려 낸다는 점이다. 우리와 다른 생활 방식과 생각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이별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나. 이산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 이질적인 문화가 극복되고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도 생길 것이다. 그렇게 쉼 없이 서두름 없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십시일반>이나 <사이시옷> 등 만화를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인권 문제에 접근했듯이 <평양 프로젝트>를 통해 북의 실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겠다. 재밌고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매체나 방법이 더 많이 요구된다. 얼렁뚱땅 오공식의 북한 기행은 민족이나 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된다.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의 장벽이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 적극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손 놓고 앉아 있으면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통일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민간 차원에서 노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이념의 골을 건너기가 쉽지 않다. 남한에서도 국가나 사회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다양한 이념이 존재한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한 번은 건너야 하는 강이라는 동의한다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한 때가 되었다.

 넓지도 않는 땅에서 갈라져 사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해와 평화는 먼 나라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 현실의 문제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다. 같이 살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결 조건이나 상황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같이 살겠다는 마음과 의지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070118-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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