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 살림지식총서 248
박종성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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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서 내가 감지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지 않다. 아니,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도 한다.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간접적인 수단으로 책만 한 것은 없다. 하지만 책은 직접적인 분석과 접촉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 가상현실 속을 헤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다. 그것은 물론 책의 분량과 내용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안개처럼 모호했던 개념들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전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책이 전해주는 지적 유희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정말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맹렬한 속도와 분량으로 ‘살림지식총서’는 계속된다. 248권 <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은 작지만 커다란 의미를 지닌 책이다. 물론 나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 등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에 대한 분석과 해설은 이 책의 압권이다. 짧고 간명하게 그리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핵심을 짚어내고 비교할 수 있는 내공은 하루 이틀 만에 쌓인 것이 아니다. 요약 정리식의 논의로 볼 수도 있으나 푸코, 파농, 사이드에 대한 견해와 비판은 핵심을 깊숙이 찌르고 있다. 바바와 스피박은 읽은 적이 없어 말할 수 없지만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박종성은 탈식민주의에 대한 개념과 독법들을 선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질은 양을 담보로 한다는 생각을 잠깐 잊게 해준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 적용 문제나 깊은 성찰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목적은 어차피 그런 쪽이 아니므로. 간단하고 명확한 이해와 전체적인 조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살림지식총서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식민주의는 열등감과 불평등 및 역사의 왜곡을 낳으며,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비극을 초래했다. 이런 식민주의를 비판적 시선으로 읽어내려는 ‘대응담론’이 바로 탈식민주의이다. - P. 4

탈식민화란 “모든 형태의 식민주의자의 권력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과정”이다. - P. 45


19세기 서구 열강에 의한 세계 식민지 쟁탈전은 올림픽을 연상시킨다. 근대화와 문명화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의 역사는 21세기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처는 무수한 인류의 고통으로 남아 있다. 탈식민이든 신식민이든 용어의 개념도 중요하겠지만 신자유주의나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지속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제국주의 횡포는 여전히 계속된다. 그것이 우리들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문제다. 거시적인 담론들을 외면하면 내가 느끼는 고통의 원인을 쉽게 찾아 낼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 청산은 요원하기만하다. 식민주의의 그늘은 아직도 검고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현실 속에서 우리끼리 부대낀다. 친일파 문제 하나만 놓고 생각해도 현실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아직도 식민주의자의 권력을 드러내고 해체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은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탈식민주의도 저자의 말대로 실천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제국주의의 눈치를 보며 이라크 파병했고,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현실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역사가 말해준다고 하지만 결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움직여주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위해 저항할 것이며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인가?

탈식민주의는 저항담론이며 실천담론이다. …… 탈식민주의 이론이 세상 읽기의 유효한 방식이 되고, 현실 참여의 영역과 맞물려 있어야 의미가 있다. 반성과 토론만 하다가 투쟁이나 실천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면 진보는 위기에 처한다. - P. 86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진보의 위기에 대한 저자의 일침은 매섭다. 투쟁과 실천의 문제, 현실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진보는 미래가 없다. 답답한 현실은 계속되고 현실은 외면하고 싶지만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대로 희망은 있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한방이냐 천천히 조금씩이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우리가 처한 신자유의와 신제국주의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노력이 탈식민주의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주권과 자율성을 지키는데 꼭 필요한 실천담론으로서 탈식민주의는 미래 지향적 프로젝트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결코 좌파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해석이다.


070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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