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가장 내밀한 자기 고백입니다.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려 노력합니다. 사적인 글쓰기는 ''를 중심에 세운 둔 글쓰기를 말합니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글쓰기 말입니다. 세속적 욕망,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글쓰기를 말합니다.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을 준비하는 휴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도서관을 책임지는 사서, 자기소개와 논술 준비를 해야하는 학생 등 다양한 분들이 '글쓰기'에 대해 고민합니다. 목적도, 방법도 다르지만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은 로봇이 아니라 '창의적 인간'입니다. 자기 주체성을 확립하고,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고 학위를 받는 요식행위 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SNS는 물론, 일기, 서평, 여행기, 공연 관람 후기, 영화 리뷰, 자기소개서, 기획서, 리포트, 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쓰기 책이 넘칩니다. 물론 시와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을 쓰려는 분들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대부분 비문학적, 일상적, 논리적, 설득적 글쓰기를 의미합니다. 자기 감정을 드러내고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가 필요한 분들은 체계적인 이론서나 문법책이 아니라 실제 오랫동안 글을 쓴 사람의 조언을 듣는 편이 낫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글쓰기 책이나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한 분의 글이 아니라 조지오웰, 유시민, 윌리엄 진서, 김정선, F.L. 루카스, 이오덕,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을 참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글을 쓰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글을 '' 쓰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점검'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비법은 없습니다. 모든 책이 각각의 독자에게 다른 의미로 읽히듯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 감정, 배경지식, 상황에 따라 다른 글을 씁니다. 그러니 ''를 들여다보는 일이 글쓰기의 출발입니다. 한 가지 더 필요하다면 '편견 깨뜨리기'입니다. 글쓰기가 작가만의 일이라든지, 글쓰기 능력은 원래 타고난다든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고나면 이제 쓰면 됩니다.


글쓰기 책은 대체로 이론을 제시하는 책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이론은 추상적 방법론과 일반론을 의미합니다. 두번째는 워크북 형태로 실행에 옮기라고 독려하거나 날짜별로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입니다. <사적인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읽은 40여권의 글쓰기 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목적과 방법을 들여다 봤습니다. 신간을 뒤적이고 미처 보지 못한 책들도 더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조금 더 '먼저' 혹은 더 '많이' 써 본 경험일 뿐이지만 오랫동안 국어를 가르치고 책읽기와 글쓰기 강의를 하며 받았던 질문들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숨쉬듯 읽고 쓰며 사는 제 일상적 글쓰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는 없습니다. 그건 세상 어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상황과 맥락에 따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자기 글쓰기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변화를 만들 뿐입니다.

 

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다정다감한 성격도,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도 못합니다. 친구보다 촛불과 스탠드가 익숙합니다. 그나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편안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은 저마다 하루를 살고 내일을 기다리며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친구,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부터 직업과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까지. 우리의 삶은 고통과 좌절이면서 기쁨과 행복입니다. 어떤 내일을 기다리는지 알 수 없으나 멀리서 사람들이 삶을 관찰해보면 그저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세상은 또 어떤 곳일까요?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어떠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 과정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요? 왜 사람들은 생각이 대부분 비슷할까요? 제게 책과 글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입니다. 호기심과 질문을 멈추며 책과 펜을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 계속 쓰고 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싶은 분, 사는대로 생각하며 흘러가는 분,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정리하고 싶은 분...... 수많은 글쓰기 책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이 책을 준비하고 출간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적인 글쓰기가 공적인 글쓰기와 무관한 자기 감정의 배설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발표 매체와 독자에 따라 사적인 글은 얼마든지 공적인 글이 됩니다. 부디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이나 다시 한 번 자기 글쓰기를 점검하고 싶은 분들에게 기막힌 지름길이 아니라 자기만의 오솔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무엇보다도 15년째 사적인 공간인 블로그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 출간 준비를 위해 마련한 '사글사글 상담실'을 찾아 주신 분들, 5년째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 회원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2018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글사글 상담실> 글쓰기 강의에 참석해 주신 분들, 출간 전에 오프라인으로 휴머니스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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