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당신에게 - 남과 여의 아들러 심리학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최서희 옮김 / 알투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아들러는 공감이란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귀로 듣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동체 감각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인식한 것이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공동체 감각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감각이란 공동체(예를 들어 가정, 지역, 친구와의 모임)에 대한 소속감, 공감, 신뢰감, 공헌감을 총칭하는 감각이며 감정입니다. - 121

 

원제 남자와 여자의 아들러 심리학이 어떻게 이런 제목으로 출간되었는지 의심스럽다. 요즘 남성의 70%, 여성의 60%가 독신이며 연인이 없다는 내용의 프롤로그 제목 때문일 텐데 이는 사회 현상에 대한 통계학적 오류와 그 원인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전제 자체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까지 숱한 연애 자기 계발서, 남녀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뇌과학에 근거한 생각과 행동 방식의 차이를 지겹도록 읽었지만 인과 관계의 분석에 사회학적 접근이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 부모의 양육 태도, 남녀에 대한 오해와 편견과 차별, 사회 경제적 구조와 시스템이 오히려 연애와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청년실업, 교육, 내집 마련, 노후대책 등 삶의 질적 조건과 경제적 여건이 더 큰 요소가 아닐까.

 

물론 이와이 도시노리는 오랜 시간동안 실제 상담 경험을 통해 남녀 사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개인과 사회와의 관점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들러는 사랑이란 감정의 고조가 아니라 보다 나은 인간관계의 부산물이다.’라고 선언했다. 연애와 결혼도 결국 첫눈에 벼락을 맞은 순간적인 전율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점차 발전하고 생성되는 결과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 책은 남자와 여자가 엇갈리는 이유, 서로 상처 받는 이유, 여성과 남성의 속성, 행복에 이르는 비법을 제시한다. 처음 연애하는 사람,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대체로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넘어서지 않는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으로 심층적으로 다룬 책들이 넘치니 오히려 쉽고 가볍게 일별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적절한 정도의 내용이다. 책 제목처럼 혼자가 편한 이유가 다른 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전제 하에.

 

그러나 인간관계는 몰라서 틀어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알고 이해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너는 너이고 나는 나다. 개인과 개인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이해하면 자기반성과 변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심연이 존재하고 건널 수 없는 강물이 흐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어느 부부의 사례처럼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뼈아픈 고백도 가능하다. 상대를 인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시작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을 때 끝난다.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관계다”(루돌프 드라이커스)라는 말은 시공을 초월한 지혜다. 관계는 경청에서 비롯된다. 타인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말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귀를 닫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모든 관계는 자동차 사고와 유사하다. 100:0의 관계는 흔치 않다. 수많은 경우의 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하는 순간 오류가 발생한다. 그래서 최악의 연애 상담가는 베프다. 공감과 경청 이외 어떤 말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없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문제의 총량은 변화가 없는데 이리저리 누르고 매만져도 모양만 바뀔 뿐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연애와 결혼 지침서가 있는지 모르겠다. 성격도 상황도 감정도 저마다 다른 데도 일반적이고 대체적으로 지켜야할 만한 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이 도시노리도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각각의 남녀가 살아온 환경, 심리적 배경, 현실적 상황이 제각각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유일무이한 그 혹은 그녀와의 관계는 오로지 두 사람만이 풀어갈 수 있을 뿐이다. 가족, 친구, 지인의 충고와 조언은 자기 경험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관적 견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공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대체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는 이미 경험한 후에 관찰하고 돌아보는 방식이다. 경험을 통해 배우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는 있으나 매번 사람도 상황도 변한다.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 연구의 일인자가 조언하는 연애와 결혼의 해법이라는 부제는 사람에 따라 시간 낭비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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