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예술이 된다 - 문학과 영화에서 죽음을 사유하는 방식
강유정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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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다. 하지만, 책의 장마다 소개된 영화와 문학작품들까지 헤아린다면 깊이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새로 보고싶고 읽고싶은 영화와 문학의 리스트가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잔잔하면서도 인상깊은 이유는 그 전개에 반드시 한 편이상의 영화와 문학들로 채워져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보다 그 원전을 직접 읽거나 봐야 속이 풀릴 것 같은 심정이 생겨서 그렇다.


'독서+영화'리스트들 속 죽음은 대부분 '가상'이지만, 씁쓸하게도 '현실'에서도 그런 죽음이 많다는 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최근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그리고 해외에서 한 교사가 길거리에서 참수당하는 소식까지 합하면, 문학과 영화에서 다뤄져도 어색하지 않을 죽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주인공들의 대처하는 자세가 부정적이기도 했고 긍정적이기도 했듯이 죽음이 꼭 어둡고 음습한 주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에 독자와 관객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죽음은 예술이 된다'고 본 것 같다.


죽은 자의 사진은 언제나 의미가 풍부하다.그것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이며 이미지는 아무리 가깝다고 할지언정 본질의 중심에는 가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27

국가란 마치 법이나 질서처럼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녹아 있되 감지되지 않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후두나 기관지가 평상시엔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지만 감기나 염증이 생기면 그 존재를 강렬히 증명하듯이 어쩌면 국가는 ‘고장‘이나 ‘이상‘이 없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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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쓰기 강의 - 영화를 깊이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
강유정 지음 / 북바이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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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난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아직 읽지 못한 김정선의 글쓰기 책 두 권이 책장에 있는데도, 이 책 <영화 글쓰기 강의>를 굳이 'e북'으로 사서 읽은 것을 보면 말이다. 평소 방송과 라디오에 영화평론가로, 문학평론가로, 또는 대학교수로 출연하는 강유정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저널리즘 J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다가, 저서들이 대부분 문학쪽이어서 놀랐다. 딱봐도 어마어마한 독서력을 가지고 계신듯 하고, 그 독서를 글로 써내려간 경력이 상당했다. 글쓰기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하게 된 순간이었다. 


<영화 글쓰기 강의>를 실망하지 않고 읽었다. 평소 매체에서 보인 것처럼 시원시원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글로 변해있었다. '듣는' 재미에서 '글읽는' 재미까지 얻어간 책이다. 

글쓰기에 관해서 노하우를 듣는다는 게 굉장히 도움되는 일이고 항상 인상깊지만, 생각보다 뇌리에 강하게 남지 않았다. 처음엔 신선하지만 이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나를 발견하고 글쓰기와 멀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잃어버렸던 동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이 신선하게 느껴졌으며, '유심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행간의 의미와 영화 속 장면과 장면을 배치한 감독의 의도를 쉽게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짤막한 글이 여러 개 이어져있으며 결국 하나의 생각, 즉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철학으로 관통되어 있다(특히 영화글쓰기). 짤막해서 읽기도 좋고 생각거리를 던져주긴 했지만, 좀더 강유정 작가의 생각을 듣고싶은데 뚝, 끊어지는 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저서들도 읽고 싶어졌기에 다음엔 문학평론가로서 저자의 글쓰기는 어떠한지 살펴보는 재미로 책을 읽을 수 있겠다.

보고 나서 울었던 영화가 있을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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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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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유튜브 '공원생활'이란 채널에서 변지영 작가를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작가가 말하는 감정에 대해서 꽤 궁금해졌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지 삼주만에 드디어 완독하게 되었다. 책은 몇가지 헐리우드 영화나 실제 사연을 소개하면서 내용에 함축되어있는 여러가지 인간 군상의 감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유튜브에서 본 작가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듣기 좋았는데 글속에서도 매끄럽게 이야기가 전개 되어있어서 책 내용이 쉽게 이해되었으며 작가가 설파하는 중심주제, 즉 감정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갖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 책 구석구석 맘에 와닿는 구절이 많았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남을 욕하고 내 스스로를 깎아내렸던 기억들을 이젠 스스로 다독일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살자는 모토가 한 때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정도로 인기있던 아이디어였다. 긍정론을 몸소 보여주듯 환하게 웃으며 멀끔한 차림으로 앉아 있던 백인의 책표지가 기억난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참 많은 사람들 마음에 와닿았었는지 요즘도 친구목록에 있는 상태메세지에서 그러한 '긍정론'이 여전히 그 위세를 과시하는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와 같은 문구가 더이상 이 사회에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사회도 많이 변했고, 다들 퍽퍽한 일상에 지쳐있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졌다. 그렇기에 한낱 '긍정론'만으로는 이 사태를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겠다.


이 책은 전문적인 이야기는 많이 하지않고, 다만 심리학계에서 논의되었던 주제를 살짝 언급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며 동시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여러 가치들(예컨대 긍정론)과 상반되는 연구성과를 소개해서 자주 무릎을 치게 만든다. 예컨대 자존감이 높아야 대인관계를 포함해 자기 행복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큰 거부감없이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심리학계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 신선하면서도 내가 지금껏 남들의 생각에 너무 따라다녔던 것은 아닌지 심각해지기도 한다. 

으레 행복해지려면, 그 순서가 '선 자존감 회복(또는 상승), 후 자기 행복의 실현'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가 삶의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다보면 좋은 자존감이든, 좋은 대인관계든지 간에 좋은 것이 뒤따라 온다는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그것은 삶에서 느끼는 만족감, 그리고 수치심과 같이 우리가 기피하려는 감정들에 대한 이해가 폭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감정들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내 경험과 연결해서 생각하기도 쉽고, 전하는 메세지도 신선하기 때문에 참 여러가지 생각이 요동치게 된다. 이 기분이 너무 좋다. 편견이 깨질 때마다 새로운 활력을 얻은 것만 같고 내가 하나 더 배운 것 같은 만족감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소하지만 우리가 현재에 충실하면 삶의 순간순간에서 찾을 수 있는 만족감이랄까.


사실 책에는 수치심, 원망, 상실감, 배신감, 분노,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에 여러가지 영화, 실제 사례들을 곁들여주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서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느꼈던 소비충동, 짜증, 불만족,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 미워하는 마음 등과 같이 우리가 오래 담아두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내 감정을 이해하는 데 나도 몰랐던 편견들을 벗어던진 것 같아 속이 정말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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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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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와 4시 사이. 손에 잡히지 않는 일거리를 옆으로 살짝 치워둔 채 알라딘에 접속했다. 그러자 어느 표지가 내 눈을 단번에 사로 잡았다. 맘에 드는 연필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그림에, 예전에도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작가가 정혜윤이라고 아주 이쁜 글씨체로 써있길래 나는 주저없이 바로 주문했다.

다음날 받아본 책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내게 많은 울림을 가져다 주었고, 이젠 내게 아주 '큰 책'이 되었다. 나는 굵은 색연필로 문장에 밑줄 치곤하는데, 처음 몇장을 넘기면서 이러다 모두 연필 밑줄로 가득차게 생겨버렸다. 그래서 정말 좋아도, 정말정말정말 맘에 들 때 밑줄 그었다(그래도 참 많이 그어서, 나중엔 포스트잇을 사용했다). 


정혜윤 작가를 좋아하게 된 건 그의 슬픔과 기쁨(후마니타스 2014) 덕분이었다. 종종 보이는 뉴스헤드라인 속 쌍용자동차 관련 소식들은 내겐 달나라 뉴스였다. 그런데 그 책 덕분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고 연민도 느꼈고 나라면 어땠을까, 지금은 괜찮을까 등등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좋은 기억이 남았던 책이다.


그리고 이 책 '아무튼, 메모'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난 메모속에서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은 적이 종종 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써두었다고해도 이렇게 쓰지 못했을텐데,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게 되거나, 순수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기쁠 때, 나는 메모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메모는 일기처럼 노트에 적어낸 긴 글일 수도, 아니면 메모앱에 짧게 캡쳐한 사진이나 글이 될 수도 있다. 기억속에 잊혀졌다가 불현듯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그 난데없이 나타난 쑥쓰러운 과거가 이상하게 힘이 될 때가 많다. 내가 잊었던 메모들을 다시금 찾아내게 해주어서 작가에게 고마웠다. 내가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하찮은 게 아니라는 것, 오히려 우리를 좌우하는 '자그마한 기적'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확신에 찬 어조가 힘이 되었다.


책읽는 재미를 많이 느꼈다. 연초에 산 책들은 아직 쌓여있지만, 새로 산 이 책이 가장 빨리 읽혔다. 책에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내가 기특하기까지했다. 유튜브며 인스타며 넷플릭스며 온통 시간 보내기 좋은, 그렇지만 보내고나면 찜찜한 기분이 드는 매체가 도처에 널린 세상이다. 그럼에도 작은 포스트잇과 펜만 있으면, 아니 핸드폰 메모앱만있어도 우린 순간을 저장할 수 있다. 내가 본 시의 구절, 좋았던 문자, 중2처럼 남긴 일기 모두가 미래에 나를 위해 남겨진 메시지가 될 것이다. 메모를 집으로 돌아가려는 헨젤과 그레텔이 남긴 조약돌같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앞으로도 사소한 것들의 순간순간을 포착해보려고 한다.

돈 때문에 정말 많은 성장 이야기들이 사라졌다. - P53

나는 나 자신의 ‘후짐‘ 때문에 수시로 낙담한다. - P43

메모장이 꿈의 공간이면 좋겠다. - P162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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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일본 세계를 읽다
라이나 옹 지음, 정해영 옮김 / 도서출판 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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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일본'과 관련된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십중팔구 일본관련 기사에서 훈훈한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복잡해지는 한일 양국 사이의 정치적 뉴스이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본 우익인사 또는 (관련)단체에서 나온 '망언'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얘기를 하고싶은 것은 아니고, 오늘 내가 쓰고자하는 서평은 '세계를 읽다, 일본'이다. '가지'라는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고 저자는 라이나 옹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국적이 궁금했는데 읽다보니 동양계의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캐나다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번역은 정해영이라는 분이 하셨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일본에 대한 'A to Z'이다. 


언어, 음식, 문화 등 모든 부분이 간략한 몇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용면에선 나쁘지 않게 읽을만했다. (서양)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현지 체험기같다. 인문서적처럼 일본에 대해 심도있게 파고드는 책이라기보다 일본으로 출국 하기 전에 읽어본다면 좋을 정도의 분량이고 전반적으로 술술 읽힌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책의 특성상 매우 간략하게 일본을 소개하고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역사부분 마저 가볍게 다룬 게 매우 아쉽다. 특히 일제의 조선침략과정이나 전쟁일변도로 달려온 일본의 과거사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2011년 쓰나미로 인해 방사선이 유출되어 지금까지도 언급되는 '후쿠시마'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문투도 아니고, 거의 '안전'하다는 식으로 서술한 부분도 매우 실망스러웠다. 원전 폭발로 인해 예상되는 현지의 오염과 피해가 상당할 것인데,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어서 아쉬웠다. 


이외에, 저자가 바라본 일본이 내가 아는 일본인가 싶을정도로 신선하게 다가와서 책을 읽는 동안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번역도 깔끔했다. 이 책을 낸 출판사는 1인 출판사라고 하는데, 이 곳에서 나온 책들에 기대감이 생겼다. 일본에 대해서 흥미가 생긴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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