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 복잡한 세상, 나를 지키는 자유의 심리학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토요일 밤처럼 자유롭지만

휴가 마지막 날처럼 고독하게

여럿이 있을 때 조금 고독하고

혼자 있을 때 정말 자유롭게

혼자 자유로워도 죄스럽지 않고

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이문재, 여기가 맨 앞중에서

 

쓰다 가즈미는 그의 저서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에서 고독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그 하나는 론리니스loneliness’. 사회와의 관계성이 단절되어 힘들고 어둡고 외로운 소극적 고독이 그것이다. 나머지 하나가 적극적 고독솔리튜드solitude’. 솔리튜드는 삶에 빛과 자신감을 부여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면서 쓰다 가즈미는 론리니스를 어두운 고독이라고 하고, ‘솔리튜드를 밝은 고독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격리된 외로움을 수반하는 감정이 론리니스이며, 심신을 재생시키기 위해 본연의 자기다움을 찾고자 하는 긍정적인 고독이 솔리튜드. 당신이 말하는 외로움과 고독은 론리니스인가 솔리튜드인가?

 

마이클 해리스는 솔리튜드solitude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제목이 책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길고 희한안 제목은 대부분 번역 출판물에 붙인 출판사의 솜씨다. ‘복잡한 세상, 나를 지키는 심리학이라는 부제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독자가 책을 접하는 1차 정보가 제목과 부제다. 책의 핵심 내용을 전달할 수 있으며 그 특징을 한 문장으로 매혹시키려는 심정은 백분 이해하지만 제목도 별로고 부제는 잘못 붙였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 아니다. ‘솔리튜드의 가치를 고민하고 실제 현실에서 실천해보자는 취지의 동기유발,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이 책을 아직 접하지 않은 사람은 니콜라스의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먼저다. 홀로 있음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저자의 노력은 충분히 가치있다. 외로움이 삭제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재확인된다. 그것은 인터넷과 SNS로 요약된다. 초연결 시대. 한 순간도 네트워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대인은 자발적 노예에 가깝다. 냄비처럼 끓여지는 대신 냄비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 본 적은 없는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블로그, 카페를 비롯한 각종 단톡방과 커뮤니티.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을까. 좀더 자유롭게그리고 고독하게살 수는 없을까.

 

세상은 홀로 있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 취향도, 자기 생각도 없다. 트렌드의 노예로, 정보의 쓰레기더미에서 허우적거린다. 땅을 밟지 않고 하늘을 쳐다볼 시간이 없다. 소셜미디어가 없는 순간을 상상할 수 없으며 우리 몸도 여기에 최적화되어 간다. 휴대폰을 끄고 노트북을 덮고 하루에 100분 정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보자. 누어서 꼼짝도 하지 않고 공상을 하든지 아니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든지. 음식의 발효와 부패는 한 끝 차이다. 숙성은 기다림의 다른 표현이다. 한 순간도 멈추지 못하는 사람, 촌각을 다퉈 자기를 계발하는 사람, 실시간 흘러넘치는 뉴스를 흡입하는 사람, 관계 불안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것이 두 사람 사이의 연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본다. 즉 각자가 타인의 홀로 있음을 보호해주는 일말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한 말이다. 사랑한다면 내버려 두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나누고 싶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예의바른 무관심과 따뜻한 외면에서 시작된다. ‘솔리튜드solitude’는 보다 성숙한 나를 만드는 비법이 아니다.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삶의 태도와 방법이 다르다.

 

 

 

 

팝핑[popping] : 재미를 보태고_대중성

1.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김석희, 살림, 2016.11.01

2.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사월의책, 2013.10.01

3.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안정효 역, 문학사상사, 2005.07.28.

4. 안녕, 후두둑 씨, 이용한, 실천문학사, 20060530

5. 남자 외롭다, 토머스 조이너, 황소자리, 2013.11.25.

 

펌핑[pumping] : 외연을 넓히며_동질성

1. 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이순영 역, 책읽는수요일, 2011.10.13.

2. 새로운 고독,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앵, 바이북스, 2011.10.10

3. 생의 수레바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황금부엉이, 2009.09.29.

4. 행복의 경고, 엘리자베스 파렐리, 베이직북스, 2012.11.30

5. 단속사회, 엄기호, 창비, 2014.03.17

 

점핑[jumping] : 깊이를 더해서_연계성

1.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최지향 역, 청림출판, 2015.01.09

2. 고독한 군중, 데이비드 리스먼, 동서문화사, 2011.01.10

3.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외, 장 자크 루소, 진인혜 역, 책세상, 2013.01.25

4.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문학동네, 2010.03.19.

5.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에밀 시오랑, 김정숙 역, 챕터하우스,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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