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의 기술 - 과학이 알려주는 나이 드는 것의 비밀
마크 E. 윌리엄스 지음, 김성훈 옮김 / 현암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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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떠나야할 때도 있지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에서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K(라이언 고슬링)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사랑했다면 함께 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다는 신파를 비웃는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은 사랑그자체일 수밖에 없으니 이런 류의 영화는 계속되리라.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늙고 죽어가는 과정은 단 한 순간도 멈춤이 없다. 모든 유기체는 성장하거나 소멸한다. 시간의 흐름은 세상만물에게 공평하다. 마크 E. 윌리엄스는 늙어감의 기술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노인의학은 소아의학에 대척점에 놓인다. 이제 막 온몸이 단단해지고 성장해가는 인간과 오래된 자동차처럼 여기저기 낡고 삭아가는 인간은 차이가 많다. 늙음과 죽음의 문제는 인류의 오랜 숙제다. 그 숙제를 영생으로 치환하려는 사람도 있고 웰다잉well dying’으로 마무리하려는 사람도 있다. 철학자에겐 실존적 과제였으며 과학자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 책은 사후 세계를 다룬 책과 구별되며 죽음 그 자체를 다룬 이야기와도 다르다. 일상에서 우리가 늙음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너희 젊음이 네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은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노인에 대한 혐오는 근시안적 자기혐오와 다름없다. 스무 살이 넘어가면 모든 사람은 늙어간다. 사회적으로 노년으로 분류하는 나이가 되어야 늙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죽음이 삶의 그림자인 것처럼 늙음은 청춘의 그림자다.

 

저자는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리 몸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노화 현상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걸 늦추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은 추하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춘 사람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몸의 반응, 감정의 변화를 제대로 알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단순하게 건강하게 살자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생의 주기와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는 자기 삶에 대한 또 다른 통찰이다.

 

메이 웨스트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 하지만 제대로 산다면 그 한 번으로 족하다.”고 말한다. 지겨운 하루하루도 찬란한 하루도 지나고 나면 그 뿐이다. 허무와 냉소가 아니라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누구나 서른이 처음이며 마흔을 두 번 맞지는 않는다. 지나고 나면 50은 청춘이었음을 절감하리라. 머뭇거리지 말고 원하는 대로 선택했는지, 외면하고 포기하지 않았는지, 누구에게 기대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는지 돌아보자. 남은 시간은 조금 달라야하지 않겠는가.

 

E. M. 포스터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가 계획한 삶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목표보다 수용과 적응을 강조한다. 내려 놓지 못하면 현재를 즐길 수 없다. 나를 기다리는 삶은 결코 내가 계획한 삶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발만 떨어져 나를 보면 모든 게 덧없다. 배고플 때 먹을 밥과 졸릴 때 잠들 수 있는 집이 있으면 나머지는 사치스럽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몸부림치지만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도박에 인생을 경우도 많다. 늙어가는 기술은 일련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방법이다.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 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독일 학자들은 노년에 생기는 독특한 스타일을 기술할 때 알터스틸Altersstil’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본질적 형태의 감소와 초월적 특성을 의미하는 단어다.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고야의 후기 작품들이 이런 노년 감수성의 빼어난 사례다. 이 작품들은 인간 경험의 본질을 밝혀주고 궁극적인 영적 존재를 표현하고 있다. - 199

 

노인을 비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늙음이 추하고 재미없고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건 아니다. ‘알터스틸이야말로 늙어가는 최고의 기술이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깊고 넓게 생각하고 타인과 세상을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디의 말대로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리라.

 

의학 지식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없겠지만 과학 정보를 얻고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더불어 자기 몸을 점검하고 나이와 무관하게 건강상태와 감정 조절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을 돌아보자. ‘동안을 열망하지만 아이 같은 마음과 생각은 원하지 않는다. 놀랄만한 체력,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보다 그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는 사유의 깊이가 간절하다. 욕심을 버리고 여유를 갖는 사람은 늙음의 기술을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영혼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가장 훌륭한 기술이라는 비밀을 전한다. 그 방법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모든 시간에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래야 늙음과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사람은 죽기 전 한동안, 보통은 삶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일부는 경제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감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지원을 어떻게 제공받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기분은 죽음의 공포보다도 훨씬 강할 수 있다. 바로 의존성의 공포다. - 301

 

 

 

팝핑[popping] : 재미를 보태고_대중성

1.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이강은 역, 창비, 2012.10.05.

2. 화장(2004 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문학사상사, 2004.01.26.

3.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윤희기 역, 열린책들, 2010.12.01.

 

펌핑[pumping] : 외연을 넓히며_동질성

1.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마음산책, 2004.05.01.

2. 노년, 시몬 드 보부아르, 홍상희 역, 책세상, 2002.07.10.

3.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천병희 역, , 2005.06.30

 

점핑[jumping] : 깊이를 더해서_연계성

1. 죽음 그후, 제프리 롱, 한상석 역, 에이미팩토리, 2010.04.01.

2. 죽어가는 자의 고독, 노베르트 엘리아스, 김수정 역, 문학동네, 2012.12.10

3.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박세연 역, 엘도라도, 2012.11.21.

4.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10.03.19.

5. 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케고르, 임규정 역, 한길사,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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