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에게 불행은 일자리가 없는게 아니라 글감이 떨어질 때이다. 실제로 전업작가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거의 매일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현실감각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신 망상은 부풀대로 부풀어 매우 잔인하고 냉정한 자의식 과잉의 글들이 쏟아진다. 소설가들의 글이 자폐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유쾌하고 발랄할 글을 쓰기가 어렵다.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는 하는 일마다 꼬여 완전히 코너에 몰린 지은이가 버스를 운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뭐가 대수냐 싶지만 그 버스가 특수 아동을 태우는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담긴 보물상자가 된다.

 

물론 크레이그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버스를 몰아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그는 자신만의 작가적 재능을 발견했다.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좋아하며 실화의 감동을 전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곧 스스로 겪지 못한 꾸며낸 글에는 소질이 없었다.

 

이 에세이는 보편성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야기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중간중간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전체 내용을 알 수 있을만큼 진부하다. 적어도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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