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제 양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마누엘레 피오르 지음, 김희진 옮김, 아르투어 슈니츨러 원작 / 미메시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여자로 태어나 살아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남자들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강도가 훨씬 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출을 할 때 남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화장을 하지 않지만 여성들은 직업과 나이와 상관없이 얼굴에 공을 들인다. 곧 자신이 아닌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민감하다.

 

엘제 양은 얼굴도 예쁘고 교양도 있는 남부러울것 없는 아가씨다. 그러나 아버지 사업의 몰락으로 집안은 풍지박살나기 일보 직전으로 몰린다. 그런 엘제에게 치명적인 유혹의 제안이 들어온다. 단 15분만 나체를 보여주면 모든 빚을 갚아주겠다. 정 불편하다면 내 방으로 오지 않아도 좋다. 대신 창가에서 잘 보이는 곳에서 옷을 벗으면 된다. 숫컷의 더러운 욕망에 치를 떨면서도 그까짓 것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백번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되는데.

 

결국 선택을 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것은 파국이었다. 왜 여자들은 '예스'나 '노'가 아닌 결정으로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가? 문학을 포함한 예술분야에는 행운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크나큰 불이익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정답은 첫머리에 있다. 여자들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도 살아간다. 어떤 결정으로 자신이 얻게 될 이득과 손해를 따지는 대신 현실과는 무관한 이상적인 모습을 늘 떠올린다. '난 원래 근심걱정과는 하나도 상관없는 삶을 살 여자라구요.'

 

마누엘레 피오르는 엘제의 섬세한 감정 전개를 잘 포착하고 있다. 클림트를 연상시키는 그림 또한 매혹적이다. 괜히 짧은 경력임에도 책을 내는 족족  상을 휩쓰는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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