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 늙은 동물은 무리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앤 이니스 대그 지음,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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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대우받으며 어디 가서든 큰 소리 떵떵 치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젊은이나 학생에게 훈계질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휴우 다행이다. 물론 최후의 발악을 해대는 이들도 소수나마 남아 있지만. 나이가 들면 퇴장하여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게 마땅한데 말이다.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의 하나인 늙음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은 느리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드물다 포식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게 외툴이거나 친구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과 달리 동물은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흔히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고 물으면 아프지 않고 오래 살고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말한다. 글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내 주변을 보아도 상당기간 아프다가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도 극히 드물다. 마치 자신은 평생 살 것처럼 끝까지 생명줄을 놓지 않는다. 왜 인간은 동물처럼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장수에 대한 갈망은 현대사회에 들어 생긴 풍토다. 의료시설이나 약이 좋아지면서 평균수명이 훌쩍 길어지자 예전같으면 돌아가셨을 분들도 삶을 연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정상적인 기대수명은 65세이고 남자는 15년 여자는 20년간 병을 앓다가 죽는다고 한다. 본인도 괴롭고 가족도 힘들다.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주의는 병수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고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뒤엔 인간이든 동물이든 죽음과 마주해야 한다. 노화는 일종의 전조증세다. 살아온 생을 돌아보고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정리하고 남은 나날을 감사의 마음으로 보내라는 신호다. 인간만이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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