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일공일삼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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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흐릿할 때가 있다. 왕따가 그렇다. 아무리 떠올려도 그런 적은 없었던 듯 싶다. 혹은 비슷한 경험은 있었지만 그렇게 마음에 큰 상처가 아니어서 넘어갔는지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할 때 선생에게 뺨을 얻어맞은 장면은 여전히 되풀이되어 나를 괴롭히지만.

 

아이들에게 친구는 세상의 전부다. 쉽고 친해지고 금세 헤어지는 것 같지만 그 기쁨이나 아픔은 상상을 초월한다. 벗을 사귀기 위해서라면 과장이나 거짓말은 기본이고 스스럼없이 폭행을 가할 수도 있다. 

 

주인공은 허풍을 떤다. 매일 같이 같은 옷을 입고 가는 그녀를 비웃은 반 아이들에게 우리 집에는 백벌도 넘는 드레스가 있다고 뻥을 친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반응이다. 그래, 어디 그럼 한 번 보여줘. 당연히 진실일리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완다는 대응하는 대신 사라져버린다. 더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은 그럴줄 알았다며 흥, 하고 한번 비웃고는 더이상 신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 백벌의 드레스는 있었다.

 

주말에 한차례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학생들도 있다. 방학 때면 초등학생들도 온다. 그저 겉보기에 마냥 순진해보이지만 친구들끼리의 질투와 애정은 장난이 아니다. 한 주 한주 지날때마다 그들의 권력관계 변화는 삼국지 저리가라다. 심지어 상처받고 더이상 운동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른 핑계를 데겠지만. 

 

아이들은 어른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게 때문에 감정에 휩쓸려 간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려 결국 승자는 모든 관계를 독식하고, 패자는 말없이 홀로 조용히 고독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어렸을 때 딱히 시달리지 않은 이유는  일찌감치 백기를 올리고 투항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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