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그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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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한동안 안 풀릴 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겠지만 짬을 내 글도 썼다. 주로 영화평이었다. 논리적이기보다는 영화광이 느끼는 감상이었지만.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되었을 때 그 시절의 감독 모습이 보였다. 백수시절의 억압이 한순간 폭발한 건 아닌지.

 

사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허점 투성이다.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토막토막 끊어져 있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는 건 물론이고 등장인물도 죄다 괴기하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영화는 빛난다. 만약 각본을 먼저 책으로 펴냈다면 정반대가 되었겠지.

 

시나리오는 대사와 지문으로 승부한다. 대화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하고 배경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접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빛나는 장면이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귀한 선물임이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대사는 그 유명한 "너나 잘 하세요."였으며 충격적인 컷은 최민식이 밥을 먹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식탁에 부인을 세워두고 범하는 순간이었다. 참고로 이 두 순간은 영화에서 그렇게 극적인 전환점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는 걸 보면 뭔가 모를 혼이 담겨 있어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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