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빨간 외투 비룡소의 그림동화 75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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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입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던가? 없다. 남자아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바뀌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살이 빠지면서다. 그렇다. 뚱뚱할 때는 어떤 옷을 입어도 멋있어 보이지 않으니 미리 옷에 대한 미련을 없애버린거다.

 

한 때 철마다 옷을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 백화점에 들러 서너 바퀴 돌려 눈에 들어오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격을 비교하고 비슷한 옷이 있으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가장 싼 값에 사서 입었다. 왜 인간의 기본욕구 가운데 옷이 최우선인지 실감하곤 했다.

 

이 책은 빨간 외투를 갖고 싶은 안나의 이야기다. 집안 형편과 여러 상황때문에 새 옷을 사입을 형편이 안되었지만 결국 안나는 옷을 얻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명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안나는 옷에 대한 고마움을 옷감을 제공한 양들에게 돌리고 양들을 찾아 기쁨을 나눈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재료가 양이었다니?

 

모든 물건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겉보기에는 전혀 살아있어 보이지 않지만 어떤 물건이든 살아있는 것에 기원하고 있다. 빨간 외투 하나로 이처럼 멋진 철학을 안겨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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