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사는 집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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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기억은 제각각이다. 태어나서 살던 한옥집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집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천호동 단독주택일 것이다. 집 장사가 지는 흔하디 흔한 붉은 벽돌. 웃풍이 심하고 마당이라고 할 것도 없는 좁은 앞뜰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파트먼트로 이사하면서 닭장집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블럭에 살다 죽는건 아닐까라는 공포 아닌 공포에 휩싸이던 시절 갑자기 주택 붐이 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마당도 없이 엘리베이터로 실어나르는 네모 상자가 집일 수는 없으니까. 

 

이 책은 여러 건축가들이 직접 지어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전작인 집을 순례하나 나 내 마음의 건축에서 익히 보여준 작가의 따스한 숨결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다소 불편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집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모든 집들이 마음에 든 건 아니다. 정직하게 말해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입는 옷을 일상에서 입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가가 지은 집은 지나치게 기능적이어서 일상의 편안함을 누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집이란 평면이 결합체다. 이 결합을 어떻게 하느냐가 집의 형태와 기능을 결정한다. 건축가는 지나치게 섬세하기 때문에 평면을 그냥 두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든 비비꼬게 마련이다. 건축가의 눈에는 먹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사는 사람에게는 노탱큐다. 편안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카무라의 글솜씨는 빼어났지만 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집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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