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포기의 심리학 - 소유는 어떻게 행복한 존재를 만드는가
옌스 푀르스터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 단지에는 분리수거 공간이 따로 있다. 이맘 때쯤이면 책들이 부쩍 눈에 뜨인다. 학년말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책들이 박스채 버려져 있었다. 혹시 읽을만한 책이 있나 뒤져보니 의외로 보물들이 보인다. 처음에 한 두권 정도 가져가 볼까 싶다가 결국.

 

소유하는 기쁨은 잠깐이지만 포기하는 슬픔은 영원하다. 사람들이 물건에 집착하는 까닭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다. 단지 물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귀거나 혹은 그런 경험이 있다면 완전하게 이해할 것이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지게 된 설레임은 어느새 저멀리 사라지고 이별 뒤의 고통만이 절절이 가슴에 사무친다. 왜 죄다 사랑 노래의 가사가 이별의 슬품을 노래하겠는가?

 

문제는 그렇게 쌓이고 샇인 감정은 무엇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로로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잡동사니들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아쉬움이 남게 된다. 물건만 그런 게 아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얽매여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스스로는 물론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옌스 프뢰스트는 소유 자체가 존재이며 그 의식은 오랫동안 인간의 뇌에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제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곧 어떤 물건에 추억이 깃들면 그 자체가 나의 분신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들이 보면 다 찌그러진 냄비지만 첫 아이를 나을 때 친정 어머니가 사와 직접 미역국을 끓여준 냄비라면 그리고 지금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면 그 냄비는 아무리 볼품이 없어도 귀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하찮은 물건이나 감정을 잔뜩 쟁겨넣고 산다면 당신은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다. 반면 몇 몇 소중한 물건이나 감정에 소중한 가치를 매기고 살아간다면 여러분은 귀한 존재이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일단 보지 않은 책은 처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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