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못 쓰는 남자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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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위대한 까닭은 인생의 실패자들도 글 속에서는 영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머리속으로는 장대한 소설의 줄거리 모든 장면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의 성격을 분명하게 파악하고서도 단지 첫 문장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느라 평생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분명 낙오자임에 분명하지만 소설속에서는 엄연히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정직하게 말해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글을 진행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다. 가난 또는 재능 부족도 빈 말이다. 모든 장애를 차단한 채 의자에 앉아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마주하고 혹은 공책을 펴들고 서너시간 이상 꼼짝하지 않고 글을 구상하거나 써나갈 인내심이 없어서다.

 

베르나리 키리니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으리라. 직업 소설가가 된 이상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곤혹스러움을 잘 알았기 때문에 주인공에 더욱 절절이 감정이입이 되엤겠지. 이 책에서는 <첫 문장 못 쓰는 남자>를 포함하여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더 짧은 이른바 초단편들을 소개하고 있다. 키리니의 재치 넘치면서도 우아한 문장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첫 문장을 못 쓴다고 해서 글 작성을 아예 접는 건 아니다. 다만 시작이 불분명하면 글 전체가 흐트러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실제로 첫 문장이 마음에 들어 한참 쓰다 실수로 통째로 날려버리고 난 다음에는 도무지 시작글이 어쨌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글 자체를 포기한 적도 있다. 곧 첫 문장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가 좋으면 아무래도 계속 전진할 수 있는 것은 맞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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