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 (양장) - 대화로 푸는 한국 가요사
최준식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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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이란 지난 세월을 충분히 돌아볼 나이인가, 아닌가? 여하튼 중요한 건 육십살쯤 되면 회고록 비슷한 걸 내도 욕할 사람들은 없다. 단 백 이십살 이상까지 젊음을 유지하며 산다면 예외가 되겠지만.

 

글쓴이는 푸대접 받는 대중음악에 열이 받아 이 책을 썼다. 그렇다면 제목이 좀 더 섹시해야 맞다. <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이라니? 흘러간 옛 노래 타령 느낌이 물씬 나지 않는가? 내가 편집자라면 <악에 받쳐 쓰는 우리 대중음악>이라고 하겠다. 실제 내용은 이 제목에 더 걸맞다.

 

제목 때문에 내용이 가려 아쉬움이 커서다.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대중음악의 역사를 사건별로 재미있게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만약 연대기별로 주욱 늘어놓았더라면 아주 자루해졌을 것이다.

 

작곡가와 작사가에 주목한 점도 좋았다. 사실 우리에게는 가수가 주인공같지만 사실은 곡을 쓴 사람이야말로 실제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아무리 배우가 빼어나도 감독의 역량이 없다면 형편없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박춘석 같은 위대한 작곡가는 동상제작은 물론 길이길이 업적을 기려야 할 대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왜 법정 스님은 그렇게 칭송하면서 우리 삶의 애환을 함께 한 위대한 작곡가는 푸대접하느냐다.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은 거의 최근까지 노래를 섭렵하고 있다는 점이다. 넥스트나 서태지의 천재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말이다.

 

흔히 대중예술은 만들어 소비하고 버리는 인스턴트 문화로 여겨진다. 어쩌면 대중문화는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그중에는 보석이 숨어있는데, 그 보석이야말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유산이다. 미국의 대중음악이 하나의 업적으로 살아숨쉬는 걸 보면 언젠가 우리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단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예술 어쩌구라는 정책만 폐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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