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
웬델 베리 지음, 정승진 옮김 / 양문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오늘날 환경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러한 사실은 서점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다양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 논의되었던 환경문제는 최근 들어 개인의 적극적인 실천을 강조하는 것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실천에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아마도 문명의 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가장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출판계가 이러한 흐름을 놓칠 리 없다. 반문명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오래된 미래가 그 신호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문명을 거부하는 종교단체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Plain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들을 모은 것이다. Plain이라는 잡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녹색평론에 해당하는 잡지인데 그 내용뿐 아니라 출판방식도 철저하게 손 작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 사회,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았다. 특히 '지역문화에 대한 희망과 신념'과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최근 생태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태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 못지 않게 개인의 각성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서 개인의 각성이란 스스로를 둘러싼 반생태적 환경에 의문을 갖고 생활습관을 고쳐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인의 각성은 개인의 실천에 머물지 않고 지역에 전파될 때라야 비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오늘날 지역공동체는 사실상 붕괴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지역내, 특히 도시에서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다시 새롭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역의 문제는 결국 지역주민들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문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결사체를 지역이기주의로 호도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은 그대표적인 예이다. 소각장 입지를 거부하는 주민들을 마치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부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소각장 이외의 다른 쓰레기 처리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우선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설령 소각장 외에는 다른 방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공무원과 업자간에 비밀리에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소각장 건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지역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즉 주민들의 참여가 배제된 그 어떤 대안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각성과 지역사회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전국적 혹은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기에는 그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더우기 지금과 같이 시장 자본주의가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과연 뜻있는 사람들간의 자발적 결사체가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현 사회의 모순이 개인의 각성과 사회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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