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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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발의 오르페우스>는 딕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이전 단편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비교하면 결이 다르다. <도매가>가 인간 정신에 여전히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진흙발>은 식은땀이 나는 농담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무한자>를 보자. 우주비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다 불의의 사고로 방사선에 노출된 일행. 그들은 손톱과 머리털이 빠지고 머리는 비대해지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진화였다. 여기까지는 매우 흥미진진한 전개다. 그러나 더 지속될 것 같다가 이야기는 더욱 진화한 인류가 나타나면서 삼천포로 빠져버린다. 짧은 스토리에 반전에 반전을 집어넣다보니 마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변해버렸다. <포기를 모르는 개구리>나 <갈색 구두의 짧고 행복한 생애>는 그야말로 거품 빠진 맥주처럼 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이해한다. 말년에 이르러 그는 장편을 써나갈 기력을 잃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기계처럼 글을 써야했고 망상증과 강박증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조차 힘에 겨웠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은 빛이 난다. 마구 써 갈기는 것 같지만 창작의 신은 그에게 부여한 재능을 거두어들이지는 않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입안으로 넣었다. 이빨이 잇몸에 간신히 달린 채 헐겁게 흔들렸다. 그대로 당기자 이빨 몇 개가 손쉽게 빠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죽어가는 걸까? 자신만 이런 걸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된 걸까?' _<무한자>중에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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