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를 보니
마른 가지, 잔가지, 억새나 장작 등 갖가지 땔나무를 통틀어 나무새라고 한단다.

‘나무새’란 말을 보니 시어머니가 나물을 너무새라고 하시는 게 생각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너무새는 남새(사람이 가꾸어 먹는 채소)의 방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나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예문 : 봄을 맞아 뒷산에 나물을 캐러 간다)이기도 하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삶거나 볶거나 또는 날것으로 양념하여 무친 음식”(예문 : 나는 고기보다 나물이 더 좋아)을 뜻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나물은 남새와 거의 같은 뜻이지만 그보다는 좀 폭넓은 말로, 남새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푸새(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를 아우르는 말이라 하겠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남새와 푸새를 아우르는 다른 말로 푸성귀(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가 있다.

정리하면,

푸새(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 ↔ 남새(밭에서 가꾸는 채소)
먹을 수 있는 푸새 + 남새 = 푸성귀 ≒ 나물.

하지만 울 시어머니가 나물을 너무새라 하시듯이,
남새라는 말은 실생활에서 ‘나물’과 같은 뜻으로 널리 쓰인다 하겠다.

지난 설에 시어머니께서 상을 차리면서 “정재에 너무새 좀 가져오너라(부엌에서 나물 무친 것 가져오너라).” 하셨을 때 무심코 “나물이요?”라고 대꾸했더니, 어머니께서 “응?” 하고 되물으신다. 아차 싶어 “너무새 가져오라구요?”라고 고쳐 말하자 “그래.” 하신다. 시부모님과 대화하는 일이 명절 때랑 생신 때, 고작 1년에 서너 번뿐이라서 어머니와 나의 언어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재작년 봄까지 나는, 내가 어머니의 사투리를 잘 알아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작년 시아버지 생신 때, 한창 탄핵 후폭풍이 불고 민주당이 탄핵에 가담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때였다. 시부모님이랑 같이 TV를 보는데 추미애가 광주에 와서 삼보일배하는 장면이 나왔다. 시어머니 말씀하시길, “저것은 자기 동네에서 안 나왔다냐? 나왔다고? 근디 왜 여기 왔다냐?” 하신다. 추미애도 서울에서 출마했는데, 왜 자기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광주에 와서 삼보일배를 하느냐고 물으신 것이다. 여기다 대고 나는 “자기 지역구도 있지만 민주당에게는 광주가 상징적인 곳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울 시어머니, 눈을 끔벅이며 나를 빤히 보셨다. 순간, 깨달았다. 상징적이니 하는 먹물 냄새 나는 말을 못 알아들으셨던 것이다. 나는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 대화가 물 흐르듯 유연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사투리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하는 말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서, 어머니는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으시리라고 생각하다니!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 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써 내 생각을 잘 ‘말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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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0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가 너무 많아 본새도 남새, 품새로 생각했다니까... 티비보다가...

숨은아이 2006-03-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새가 너무 많네요. ^^

조선인 2006-03-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시엄니를 생각하시는 갸륵한 마음에 추천.

숨은아이 2006-03-0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갸륵? ^^; 아무튼 추천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