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나라, 차갑고 맑은 겨울,
청동빛 하늘, 노란 달,
적막한 은백색 숲,
모두 잠든 듯한 밤에 작고도 힘찬 생명의 움직임이 감지되니
그것은 살고자 도망치는 흰 토끼 한 마리와
살고자 그 토끼를 쫓는 여우 한 마리.

이번에 새로 산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판화 그림책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를 보다가
전에 본 그림책 [회색 늑대의 눈]이 떠올랐습니다.
맑고 맵싸한 공기가 코끝에 느껴지는 듯하던 [회색 늑대의 눈].
두 그림책을 나란히 펼쳐놓고 보니,
각각 여우와 늑대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다를 뿐
배경과 줄거리, 결말까지 매우 비슷하군요!
그 비슷한 이야기를 두 작가가 각각 어떻게 달리 표현해냈는지,
견주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의 표지


[회색 늑대의 눈] 표지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의 면지. 숲입니다.

  
[회색 늑대의 눈] 면지. 늑대 발자국입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가 우러러본 풍경이라면, [회색 늑대의 눈]은 가까이 내려다본 대상이랄까요.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의 속표지. 선이 뚜렷한 판화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회색 늑대의 눈] 속표지. 유화일까요 아크릴일까요? 붓질의 농담.


이제 본문입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회색 늑대의 눈

노란 달이 뜬 겨울 숲입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에서는 멀찍이 고즈넉한 숲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회색 늑대의 눈]에서는 숲은 배경일 뿐, 노란 달도 배경일 뿐,
바로 주인공이 등장하네요.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회색 늑대의 눈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에서 여우는 큰 숲의 품에 안긴 작은 생물입니다.
[회색 늑대의 눈]에서 늑대는 설원의 주인공입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회색 늑대의 눈

아, 이제 여우와 늑대는 사냥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여우가 늑대가 사냥하는 장면 묘사가 사뭇 다르군요.
[회색 늑대의 눈]에서는 곧바로 늑대가 토끼를 추격합니다.
추격 자체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에서는 여우가 토끼 발자국을 발견하고,
저 멀리 달아나는 토끼를 찾아내고, 힘껏 쫓아가는 동작 하나하나를 구분해서
보여줍니다. 마치 큰 고목의 신이 여우를 귀엽게 지켜보는 듯한 시선입니다.
여기서도 여우와 토끼는 거대한 숲에 깃들인 작은 생명들입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회색 늑대의 눈

여우와 늑대는 추격을 멈춥니다. 여우는 신비로운 숲의 환상을 보았기 때문이고,
늑대는 다른 늑대 무리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만의 환상.

그리고 외로웠던 여우와 늑대는 각기 짝을 만납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회색 늑대의 눈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에서는 역시 자줏빛 여명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두 여우를 멀찍이 지켜볼 뿐입니다.
[회색 늑대의 눈]에서는 주인공 늑대가 노란 달을 등지고 나타났듯이,
늑대의 짝이 될 늑대도 노란 달을 가리며 우뚝 일어섭니다.
다정한 늑대 한 쌍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털이 만져질 듯합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가 대자연의 일부로서 작고도 아름다운 생명을 겸손하게 표현했다면,
[회색 늑대의 눈]은 움직이는 생물 한 마리, 그 자체에 육박해 들어갔다고 할까요.
서로 다른 힘,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 세계 걸작 그림책 지크 | 원제 北木津のゆめ (2001) 
데지마 게이자부로 手島圭三郞 (지은이), 정숙경 (옮긴이) | 보림
정가 : 8,500원 | 출간일 : 2006-01-05 | ISBN : 8943305869
양장본 | 42쪽 | 305*218mm


회색 늑대의 눈 - 비룡소의 그림동화 56 | 원제 The Eyes of Gray Wolf(1993)
조나단 런던 Jonathan London (지은이), 존 반 질 Jon Van Zyle (그림), 김세희 (옮긴이) | 비룡소
정가 : 7,500원 | 출간일 : 2000-07-01 | ISBN : 894911058X
양장본 | 24쪽 | 261*261mm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여우 2006-02-2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외로웠어요..흑
추천은 여우가 주인공이라 누른게 아니랍니다.
숨은아이님의 여우사랑에 감동을 먹어서 그런거에요...

mong 2006-02-2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멋진 그림이어요
저는 늑대가 더 마음에 들어요 ^^

파란여우 2006-02-2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요 몽님! 언제는 여우가 젤루 좋다하시더니..세상..다 그런거라니..흑

mong 2006-02-26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파란여우님이 주인공이 아니라 싫단 말여욧!

파란여우 2006-02-2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아!!
여우는 어떤 여우든 파란색으로 염색이 가능한거에요.
왜 고함을 지르시는거죠? 무서워요....흙흙...

mong 2006-02-2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런거에요? 여우님 제가 잘못했어요
울지 마셔요 흑~
무조건 여우가 최고야요~

파란여우 2006-02-2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우리 둘이서 숨은아이님 서재를 이참에 접수해 버립시다 뭐!!
둘이서만 오붓하게 노니까 넘 좋아요..우히히^^
눈물을 뚝! 아싸라비야~~(스티비 원더 노래 듣다가...댄스버전으로)

숨은아이 2006-02-2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파란여우님 몽님!

숨은아이 2006-02-2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그럼요. 잊을 리가 있나요. ^^

로드무비 2006-02-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색늑대가 더 땡기네요.^^
북쪽 나라 여우 그림은 너무 일본풍.

숨은아이 2006-02-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풍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