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 1
Ryouko Shitou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4권까지는, 내 인생에 빛을 던져주는 작품을 또 하나 만났구나, 하고 감격하며 읽었다.
20만 년 전, 모성을 잃고 화성 임시 기지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들의 터전이 될 별을 찾는 이들이, 적합성 80%인 지구를 바로 곁에 두고도 건드리지 않는다.

“지구는 현재 지적 생명체로 진화하기 시작한 동물이 있어. 다른 별의 생태계 형성에 개입하면, 생명의 자연적인 전개가 틀어질 수 있어.”

굉장히 감동했다. 만약 지구가 생명을 다해 지구 사람들이 다른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바로 곁에 지구 사람들이 살기에 딱 알맞은 별이 있다면, 그 별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피해 다른 별을 찾아 나설 것인가? 지금까지 많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지구인(대개 서양인)이 상상한 외계인들은 지구를 침략하고 공격한다. 지금까지 서양인들이 지구의 다른 영역을 공격하고 침략했듯이. 자신들이 해온 일을 외계인의 행위에 투사해서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갈수록 기괴해지더니(물론 인간의 기괴한 본성을 전제로 한 때문이지만), 폭발 장면이 난무해 머리가 아팠다. (만화든 영화든 공격 무기가 떼거지로 등장하고 폭발 장면이 줄거리를 압도하면 머리가 아파져서 좋지 않다.) 연결고리들도 살짝 엉성해지고. 카이토 사이온지 박사는 뭐냐. 천재 겸 바보냐? 비츠 박사는 왜 샘을 풀어주었을까? 란은 실패작으로 여겨져서 버려졌다 치고, 시나는 그냥 환생한 것인가? 사소한 것이 설득력을 잃으면 심오한 주제 의식도 빛이 바랜다. 서둘러 완결 지으려고 한 탓인가. “바깥 인간들이 만들고 쓸모없다고 버린 기형 생물이라도 죽여도 된다고는 말할 수 없어”라고 말한 란, 인위적인 낙원을 거부하고 스스로 버려진 해롤드 아마노 박사, 그리고 샘, 마리아, 린 등등 사랑스런 등장인물들(인물이라 할 순 없지만 아슬란도 그렇다) 때문에 후반부의 폭주가 마음 아프다. 최대 감동에서 마이너스 2%다.

물론, 아주 재미있었다. 최근 영화 “아일랜드”를 쓴 작가가 혹시 이 만화에서 일부 소재를 딴 거 아냐 싶기도 하고.

한 가지 딴죽.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외계인은 지구를 꼭 지구라 부른다. 이상하지, 지구, 地球, earth는 그저 땅 덩어리란 뜻인데. 외계인에게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일 뿐인데 왜 지구인처럼 “지구”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거야 지구인이 상상한 외계인이니까, 또 독자나 관객의 이해를 도우려고 그렇게 하겠지만, 작가들이 외계인의 시선으로 지구에 다른 이름 하나 지어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 Live !! (전 7권)
Ryouko Shitou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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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12-0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주신 날개님과 건네주신 판다님께 다시 감사!

chika 2005-12-0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초록별'이라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른거 봤던것 같은데 기억이.. ;;;

날개 2005-12-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첨엔 참 좋았다가 마무리가 엉성하죠?^^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

숨은아이 2005-12-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기억나면 알려주세요~
날개님/마무리가 그래도 여전히 탐나는 책이에요. ^^

2005-12-09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0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정말요? 정말 그래도 돼요? 우와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