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는 교과서를 받으면 달력 종이로 표지를 쌌다.
천성이 게으르고 무심한지라, 아마 어떤 정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그리고 언니가 싸주니까 그냥 싸주는 대로 받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중학교 이후에는 책의 겉장을 싸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책이든 옷이든 낡으면 낡는 대로 해지면 해지는 대로 그냥 둔다.
(나는 뭐든지 잘 소멸되는 게 좋은 모양이다.
명함도 반들반들하고 질긴 것보다는 잘 찢어지는 게 좋다.
어차피 나중에는 버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내 손에 들어오는 만년필, 전화기, 사진기는 다 수명이 짧아지나? -_-; )
아무튼, 그래도 책을 잘 싸서 보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운데,
그렇게 책을 아끼는 마음도 부럽고 손수 책을 싸는 정성도 부럽고,
특히 가을산님처럼 직접 책싸개(책커버)를 만드시는 분은
그 세심함과 손재주가 매우매우 부럽다.

그런데 오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을 보고 알았다.
흔히 책싸개, 책커버라고 하는 그것에 사실은 "책가위"란 당당한 이름이 있다는 것을!


책-가위
(冊--)
[-까-]
「명」「1」책의 겉장이 상하지 아니하게 종이, 비닐, 헝겊 따위로 덧씌우는 일. 또는 그런 물건. ≒가의01(加衣)˙책가의˙책갑01(冊甲)˙책의〔2〕. ¶책가위를 씌우다/이 책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책가위마저 반들반들했다. (표준국어대사전)


비슷한 말에 가의, 책가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책에 입힌 옷"이란 뜻으로
책가의(冊加衣)라 했는데, 그 발음이 변해 "책가위"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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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1-3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또 가위라는 제목이 붙었길래 책을 너무 많이 사셔서 책에 깔리는 꿈처럼 가위 눌리신 줄 알았어요. ^^;; 저런 단어도 있었군요.

숨은아이 2005-11-3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책에 깔리는 꿈이요? 으... 무겁고 아프겠군요. ^^

숨은아이 2005-11-30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어릴 때 많이 들으셨다고요. *.*

숨은아이 2005-11-3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어른들의 어휘력이 더 뛰어나시단 말야...

산사춘 2005-12-0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휘들이 점점 단순화되고 줄어드는 듯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욕도 많은 줄 알았는데 고작 몇개단어 돌려쓰고 있더라구요. (왜 항상 딴소리더냐...)

2005-12-02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12-02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빛나는 숨은아이님의 페이퍼. 제가 이 카테고리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이주의 마이리뷰어가 되셨던데요. 방금 리뷰도 읽고 왔어요. 축하드려요. 좋은 책 알았어요. 숨은아이님, 겨울 따듯하게 보내세요!

숨은아이 2005-12-0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에, 욕 사전 혹시 발견하면 알려드릴게요. =ㅂ=
속삭이신 님/그 말씀은 정답이라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ㅎㅎ 아니에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이안님/제가 이안님 칭찬 무지 좋아하거든요? ^^ 이안님도 겨울 따뜻하게...

2005-12-03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5-12-0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가위가 그런 뜻이었군요.

숨은아이 2005-12-0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