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는 교과서를 받으면 달력 종이로 표지를 쌌다.
천성이 게으르고 무심한지라, 아마 어떤 정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그리고 언니가 싸주니까 그냥 싸주는 대로 받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중학교 이후에는 책의 겉장을 싸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책이든 옷이든 낡으면 낡는 대로 해지면 해지는 대로 그냥 둔다.
(나는 뭐든지 잘 소멸되는 게 좋은 모양이다.
명함도 반들반들하고 질긴 것보다는 잘 찢어지는 게 좋다.
어차피 나중에는 버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내 손에 들어오는 만년필, 전화기, 사진기는 다 수명이 짧아지나? -_-; )
아무튼, 그래도 책을 잘 싸서 보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운데,
그렇게 책을 아끼는 마음도 부럽고 손수 책을 싸는 정성도 부럽고,
특히 가을산님처럼 직접 책싸개(책커버)를 만드시는 분은
그 세심함과 손재주가 매우매우 부럽다.
그런데 오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을 보고 알았다.
흔히 책싸개, 책커버라고 하는 그것에 사실은 "책가위"란 당당한 이름이 있다는 것을!
책-가위
(冊--)
[-까-]
「명」「1」책의 겉장이 상하지 아니하게 종이, 비닐, 헝겊 따위로 덧씌우는 일. 또는 그런 물건. ≒가의01(加衣)˙책가의˙책갑01(冊甲)˙책의〔2〕. ¶책가위를 씌우다/이 책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책가위마저 반들반들했다. (표준국어대사전)
비슷한 말에 가의, 책가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책에 입힌 옷"이란 뜻으로
책가의(冊加衣)라 했는데, 그 발음이 변해 "책가위"가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