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옮기거나 처음 취직을 했을 때, 일을 시작하기 앞서 전임자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업무의 성격과 범위, 미리 알아두어야 할 지침, 지금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듣고, 필요한 자료를 넘겨 받고 하는 따위. 흔히 "인수인계"라고 하는 일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사전]에 나오는 건잠머리란 말이 바로 그런 의미다.
건잠-머리
「명」일을 시킬 때에 대강의 방법을 일러 주고 필요한 여러 도구를 챙겨 주는 일. ¶농사일이 눈앞에 닥쳤으니 나가더라도 그 안에 농사일 건잠머리는 잡아 놓고 가야 할 것 아니오.≪송기숙, 암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직장 옮기는 이야기가 났으니 말인데, 얼마 전 무소속 재택 노동자 생활을 청산해볼까 하고 면접을 보았다. 마포에 있는 회사인데, 가을에 파주로 옮길 예정이라 인문팀 사원들이 모두 사표를 냈단다. 그래서 파주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이었다. 지금 이사온 집에서 파주로 출퇴근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사실 서울 시내에서도 출퇴근하는 데 한 시간 반씩 걸리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 회사 인문팀에 올 팀장급 한 사람은 동료 직원 한 사람과 함께, 앞으로 1년 동안, 다달이 500쪽이 넘는 책을 한 권 이상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파주로 옮기는 데 따른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보전해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파주로 옮기면 야근도 덜할 테니까 연봉을 더 올려줄 순 없다"고 하면서, 한 달에 한 권씩 두툼한 인문서를 내라니, 이게 뭔 소린가. 그럼 야근하지 말고 집에 일 싸 들고 가든지, 아님 회사에서 날을 새라는 소리다. 나는 아무리 부지런히 일한다 해도, 책 한 권에 푹 빠져들었다가 헤어나오는 데는 적어도 두 달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보다 서두르면 제대로 된 책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취직은 성사되지 않았다. 몸 부서져라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에 내가 너무 느루 잡고 한가한 소리를 한 것일까?
느루
「부」「1」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 ¶하루라도 느루 쓰는 것이 옳고, 그래서 세 끼 먹던 것을 아침과 저녁 두 끼로 줄이었다.≪채만식, 소년은 자란다≫ §「2」'늘'의 잘못.
느루 가다「관용」 양식이 일정한 예정보다 더 오래가다. ¶죽을 쑤었으면 좀 느루 가겠지만 우리는 더럽게 그런 짓은 안 한다.≪김유정, 아내≫§
느루 먹다「관용」 양식을 절약하여 예정보다 더 오랫동안 먹다. ¶쌀을 느루 먹기 위하여 보리를 많이 섞어서 밥을 지었다. §
느루 잡다「관용」 「1」손에 잡은 것을 느슨하게 가지다. ¶우리는 가랫줄을 느루 잡고 당겼다. §「2」시일이나 날짜를 느직하게 예정하다. ¶나는 출발 날짜를 사흘 뒤로 느루 잡았다. §「3」『북』물건의 양 따위를 넉넉히 마련하다. ¶느루 잡아서, 사탕 2키로그람 정도면 되겠지요.≪선대≫§
느루 재다「관용」 「1」하기 싫어서 억지로 느리게 행동하다. 「2」빨리 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우물쭈물 미루어 가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