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대법원 판결.... | 혼자 중얼중얼
2005.07.22

 

어제 오후 2시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관습법상 종중은 성년 남성을 회원(종원)으로 구성한 단체이고, 성년 여성의 종원 지위는 부정하해 왔던 것에 대해, 이 관습은 사회 환경, 국민 의식의 변화로 그 관습법에 대한 법적 확신이 약화되었고, 헌법 등 사회 질서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 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에서의 실질적 권리와 의무에 있어 남녀 차별을 두지 아니하여, 정치 사회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 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관습은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남녀 구별없이 종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별개 의견으로는, 관습법에 따라 성년 남성은 당연히 종원이 되고, 여성은 희망에 따라 종원이 된다고 한다). 다만, 이 판결 이전에 있었던 종중의 결정 등에 대해서는 이 판결의 해석을 소급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따라서 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성년 여성의 종원 지위 인정은 이후부터 가능하게 되나, 다만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해야 하므로, 이 사건에 한해서는 종원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덧붙였다. 파기 환송 판결이므로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할 것이나, 이미 결론은 나온 상태다.


이런 저런 복잡한 말 다 빼고 대충 들어도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 아닌가 싶지만, 무려 5년 가까운 노력이 담긴 판결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법원 판결....


해고된 지 8년이 넘은 노동자 김석진은 오늘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지난 1997년 회사의 일방적 조치에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성과급 삭감 지급에 항의하는 유인물을 돌리다가, 회사는 그것을 이유로 징계 해고하였다. 그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2심 법원에서 승소하였다. 그런데, 2002년에 회사가 대법원에 상고한 후 대법원은 3년이 넘도록 선고를 하지 않아 그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국회에서도 논란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법관은 판결로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하지만, 판결문에 그간의 속사정이 담길 리 없고, 오늘 법정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었을 테고, “사건번호 2002다13911 사건, 상고 기각” 오로지 이 한마디만을 내뱉고는 대법원은 또 다시 침묵을 지킬 게 뻔하니..기나긴 기다림에 비해 너무나 허망하다고나 할까? 그나마 결과가 좋아 그는 기뻐할 테고, 나 역시 그의 승소 소식을 기다렸나니, 축하할 일이로다.


소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돈 없고 시간 없고 아는 것 없고, 아는 사람마저 없다면 너무 힘들어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법이 돈 많고 그래서 시간도 많고 아는 것 없어도 아는 사람 많은 사람이 결국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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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7-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위의 판결이 나온 소송은, 종중 재산을 결혼한 딸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지 않자 딸들이 이에 반발해 낸 것이다. 그럼 이 판결에 따라 딸들이 공평하게 재산을 나누어 받을 수 있겠다 싶은데, "이 판결 이전에 있었던 종중의 결정 등에 대해서는 이 판결의 해석을 소급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딸들이 돈을 더 받게 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기는 하나, 소송을 건 이들이 경제적 실리를 얻지는 못한단다.

물만두 2005-07-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림은 조선시대에 대해 정확히 알고나 있는건지 궁금할때가 있어요. 그들은 일제시대와 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을 옹호하며 우리 유산인냥 두리뭉실 끼워넣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어요...

키노 2005-07-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정치적인 판결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판결은 최선을 다하는 판결들이라고 봅니다. 밖에서 다른 제3자의 시각으로 볼때는 모든 게 쉬워 보이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많은 어려움이 봉착합니다. 사건은 떠다닌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든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면 그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법이죠. 소송이 진행되면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니깐요...특히 민사소송은 그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죠.주절주절^^;;

모1 2005-07-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만두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그들이 생각하는 유교적인 것은 결국 조선시대적인 것인데요. 우리나라 유교가 중국보다 훨신 보수적이라고 하더군요. 엄밀히 말하면 그것도 우리나라역사상의 하나일뿐인데요. 그 이전시대의 역사가 제대로 안 나와서 그런것일까요?(가끔씩은 자기 편한대로 끼워맞춘다 싶기도 해요.) 아...저도 얘기 들었어요. 그런데 그 판결 이미 전례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을 것 같더군요. 80년대쯤에 소송이 있었는데 거기서 대상을 성인남자 20세라고 박아놨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새로운 개념정립도 필요하고 소급적용하면 그 판례까지 다 뒤접어야 하니까...그런 것이 아닌가..싶어요. 법원은 판례도 중요한 불문법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그분들이 그런 판례를 만들었으니..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릴케 현상 2005-07-2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뼈대 없는 집안이다 보니(돼지뼈 자루는 제법 짊어지고 다녔지만^^) 종중이 어쩌고 하는 게 실감이 안 가요...거기선 무슨 일들이 있다는 건지 ㅎㅎ

숨은아이 2005-07-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일제 시대에 극단적인 일본식 가부장제가 이식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키노님/하지만 법과 상식으로 판단해 결론이 뻔한 사건도 질질 끌어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은걸요. 8년 만에 승소한 저분 같은 경우, 잃어버린 세월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겠어요.
모1님/반갑습니다. 제 서재에 처음 오신 것 같은데요? ^^ 이제 새로운 판례가 나왔으니 앞으로 달라지겠죠. 중국은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성평등이 거의 완전하게 실현된 줄로 압니다.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새벽별님/하하, 그래요? 권리를 나누어 가지게 된 만큼 의무도 나누어 지겠죠. 그런데 지금까지 제사를 아들들이 지냈나 보죠? 전 며느리들이 다 지낸 줄 알았는데. ㅎㅎ
산책님/그건 저도 그래요. ^^

호랑녀 2005-07-2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가 원래 받아들일 때는 힘들어도 일단 받아들이면 확실하게 받아들인대요. 불교도 그래서, 이차돈이 순교하고 난리가 났지만 일단 받아들이면 불국사 석굴암 팔만대장경 이런 거 만들어내구요,
유교도...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다 버린 거 우리나라는 기를 쓰고 지키고 살잖아요. 기독교도 그래서, 온갖 박해를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들이 줄줄이 우리나라에 있구요 ^^
제사 지내라는 건 진짜 웃기네요. 지금까지 남자들이 절하는 거 빼고 또 뭐했나 굉장히 궁금해지네...

릴케 현상 2005-07-2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중에서는 우리가 상상 못 하는 짓들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짐작도 못하던거-_-'''좀 으시시하네

숨은아이 2005-07-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유림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된 뒤로는 중화가 해동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데요... 그래서 한국이 유교의 종주국이래요. ^^;;;

숨은아이 2005-07-2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글쎄요. 모르니까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