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힘을 가져야 한다
2005.04.14

  

국가나 민족이 그 어떤 무엇이나 되는 것처럼 떠드는 이유는 그만큼 그런 결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이 있기 때문인데, 그들이 누구인지는 뻔하다. 국민대통합이니 민족대화합이니 국론통합이니 하고 떠들던, 자기들의 논리가 궁색하거나 근거 없으면 국론분열이니 어쩌니 하면서 하다 하다 안되면 반공의 칼날을 들어대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 아니었던가 ?  

 난 그래서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 말들을 좋아하지 않고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주입시키는 의미로서 그 단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아무튼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어떤가를 생각해 본다.

 엊그제 일본의 우익단체 '새역모' 관계자가  "한국에서 데모하는 위안부할머니는 북한공작원"이라고 했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애국자이며 우파라는 지만원이 "진짜 '일본군위안부'나 '종군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은 창피해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후미진 곳에 산다고 한다"며 "최근 TV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할머니들 중에서 중국에서 온 할머니 5명은 일본대사관 앞에 나오는 대가로 하루에 몇 만원씩의 일당을 받는다고 한다"거나 "진짜 위안부 할머니들은 정신적 고통과 성병 및 기타질병으로 건강이 너무 상해 거동이 불편하다고 하는데 TV에서 보여지는 위안부 할머니들 중에는 연세가 그렇게까지 많아 보이지도 않고, 건강도 매우 좋아 보이며, 목소리에도 활기가 차 있는 분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애초 성의 문제는 돈으로 환산될 수가 없는 것인데 왜 돈의 문제와 결부시켜서 자기 망신을 계속하는 것인지? 이런 치사하고 못난 짓은 하면서 어떻게 위대한 민족임을 내세울 수 있겠느냐?"고 하였고, 지난달 10일에도 "예전에는 규수가 봉변을 당하면 은장도로 죽었는데, 정신대 할머니들이 아무리 억울하게 당했어도 대중 앞에 얼굴을 들고 나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했었단다.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의 우파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하는 말이 뭐가 다를까 ?

 개인의 자유와 평등은 여전히 국가와 민족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으며, 주변부 자본주의로의 편입과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자본 축적을 위해 온갖 법적 제도적 이데올로기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적, 사회적 기본권을 짓뭉개버린 자들이 누구이며, 자기들의 지난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식민지 근대화론'이니 '공과론'이니 '현실상황론'이니 하는 어거지 논리를 퍼뜨리는 자는 또 누구인가 ? 그들과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로부터 수탈로 살아가는 거대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의 우파가 무엇이 다르며 얼마나 다른가 ?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한 개인의 아픔을 함부로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이 똑같다. 지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같다. '성노예' 여성들이 자신의 아픔을 밝히고 주체로 서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 일본사회의 폭압성을 그대로 쫓으려는 생각도 같다. 외국인 노동자를 그저 비용 줄이는 데에 필요한 기계 취급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본적 생존권 문제를 비용 절감과 맞바꾸어도 그것이 오로지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떠드는 것도 역시 그렇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

 그래서 일본 우파나 대한민국 우파나 내가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다. 국제적으로 경제적으로 누가 더 힘을 가졌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 생각이 같으니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이가 일본의 우경화를 막는 방법은 일본 내의 좌파 세력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다. 좌파하면 공동체를 파괴하는 몹쓸 사람들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들에 의해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확장되어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들의 주장과 역할이 더욱 더 커져야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그 어떤 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고 나아가 일본의 우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대한민국의 우파를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에서도 그 어떤 이의 말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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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1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숨은아이님, 멋진 글입니다. 이 정도면 신문 칼럼으로 실려도 충분하겠네요

숨은아이 2005-04-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런데 좌파는 그런대로 다양한데, 우파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도무지 논리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토론이 안 된다는 거지요. 토론이 이루어져야 의견 수렴이 되고 절충도 되고 할 터인데...
마태님, 칭찬 고맙습니다. 근데 이 글은 제 옆지기 블로그에서 퍼온 거여요. 카테고리 이름을 봐주시압! ^^

릴케 현상 2005-04-1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좌파는 왜 그렇게 힘이 없을까요?

숨은아이 2005-04-1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 일본이나 한국이나 온 사회가 경제에 올인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게 적당히 골고루 온 국민이 먹고살 만큼 되는 게 목표가 아니고, "일단 부자가 되고 보자"->생존 경쟁 치열->경제동물이 일반적인 인간형이 됨->승부욕이 적은 사람들은 개인화, 파편화하여 자기 안으로 숨어버림. 너무 조악한 도식이군요. ^^

책읽는나무 2005-04-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페이퍼의 글이로군요..ㅡ.ㅡ;;

숨은아이 2005-04-2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옆지기 블로그에 가끔 쓸 만한 글이 올라오면 저도 좀 생각해보려고 퍼온답니다. ^^

숨은아이 2005-04-2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끅... 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