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 “함짓방”이라는 말이 나온다.
함짓방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게 된 방.
‘함지’는 네모지게 나무로 짜서 만든 그릇을 말한다. 광산에서 금을 채취할 때, 북새(? 복대기?)나 감흙을 물에 일구어서 금을 걸러내는 데 주로 쓰이던 것이다. 금 부스러기가 함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함짓방에 들어간 사람은 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로(迷路)’ 또는 ‘미궁(迷宮)’이라는 한자말에 갈음하여 쓸 수 있는 말이다.
미로나 미궁 대신 함짓방이라고 하자고? 글쎄, 함짓방이라 하면 미로나 미궁보다는, “비밀 방” 느낌이 난다. 벽장 뒤에 빈 공간을 만들고는 벽으로 가리거나 문을 폐쇄해버려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는... [백귀야행]에 나오는, 집 안에 여우들을 모셔두는 방 같은. ^^
그런데 같은 책의 뒷부분에 우렁잇속, 호둣속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렁잇속 내용이 얼기설기 얽혀 헤아리기 어려운 일.
호둣속 복잡하고 뒤숭숭한 일. 미로(迷路).
아하, 그렇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렁이의 속 끝까지 다다르려면 얼마나 어지러울까. 단단한 호두 껍데기 속은 또 얼마나 울퉁불퉁한가. 미로나 미궁이란 말은 함짓방보다는 호둣속이 더 어울린다. “아, 그대 마음은 호둣속, 헤아릴 길 없네” 하는 식으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