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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마니 마니 ㅣ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4
조은희 글 그림 / 보림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저는 뭔가 새로운 우주, 새로운 세계 같은 걸 만들어낸 책(소설이든 그림책이든 만화책)을 보면 감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우주, 한 세계를 만든다는 게 창조에 도전하는 일이면서도 상식 수준에서 이해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림책 작가 조은희는 온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별을 색칠하고 꾸미는 마니마니별의 생명들을 만들어냈어요. 처음엔 36쪽짜리 그림책에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이~? 하고 어지럽다고 생각했지만, 이야기 구조는 전혀 복잡하지 않아요. 다채로운 그림에 단순 명쾌하고도 기발한 글이 면을 꽉 채웁니다. 이 책을 보면 마니마니별이 앞으로 어떤 어떤 별을 만들어낼지 계속 공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00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보림 출판사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림책을 고를 때마다 대한민국의 어린이책 출판사들은 다 대오각성해야 해! 하고 부들부들 떨곤 했습니다. 한 차원 높은 상상력을 보여주는 그림책은 다 외국 번역물이고, 우리나라 그림책은 대부분 다 어디서 본 듯한, 그만그만한 것들이며 개중에 독특하다 내용이 충실하다 싶은 건 그림이 다 어둡고 어렵더라구요. 어린아이한테 외국 책부터 보여주어야 하나 싶어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을 고르고 골랐지만, 결국 손들고 국적이 무슨 상관이야 그림이랑 내용이 좋으면 되지 하며 외국에서 들여 번역한 책을 고르곤 했지요. 그러나 4-5년 사이에 국내에서 개발한 그림책도 그 주제와 소재 면에서 매우 다양하고 아름다워졌어요. 어린이 출판사의 기획 수준이 달라졌고, 또 작가들에게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같은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신나는 그림책을 발굴해 준 것이 고맙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의 저라면 화면 가득 채운 "까마니"들을 좀 징그러워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이 책처럼 어린이가 마음껏 공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