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인간의 생명만큼 소중한 게 없다는 말은 인간이 얼마나 오만한가를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사회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전장을 누비며 일을 하러 다닌 한 젊은이가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한 젊은이의 죽음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한들 그를 알고 있는 이들의 슬픔에 어떤 위안이 되겠는가마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사회 모순에 대해서 논쟁이 되어야만 하나, 그 범위를 축소하여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관련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고 하거나 미국과의 우호관계라고 하는 말로 파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라고 하지만, 누구와 약속을 한 것인지 정부는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라. 전세계 모든 나라와 약속했나 ? 미국하고만 그렇게 한 것은 아닌가 ? 미국을 국제사회와 동일시하는 그런 사고 방식에서나 나올 법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미국이 동반자 관계로 한국을 대하고 있다고 과연 생각하는가 ? 정말 그런가 ?
그들이 진정 한국을 동반자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 침략에 한국을 관여시키려는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 왜냐 ? 한국이 그들의 동반자, 즉 대등 당사자인 자주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면, 힘의 우위에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그런 요구를 해서 안된다. 그들은 그들의 힘을 믿고서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종속국으로서 강요했다고 보는 것이 과연 무리한 주장일까 ?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우호관계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 표현하는 말이 다를 뿐 그것이 진실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정 한국을 동반자로 생각하는 미국이라면, 그들이 그 동안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무엇인가 ? 여전히 미군들은 법의 보호 아래 한국 민간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들의 사고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 과연 내말이 틀렸는가 ?
한국 정부는 정신 차려라. 한국 국민들도 정신 차려라. 미국은 한 젊은이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도 한국 정부에는 그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일이 어디 한두번이었겠는가마는 미국은 그들의 이익을 위한 잣대로 한국을 대할 뿐, 동반자로 보지 않는다. 그들이 필요할 때만 동반자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미국이 한국과 실체도 모호하고 허울뿐인 그나마 조금이나마 동냥주듯하는 그런 우호관계나마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 세상사에 귀막고 눈감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한국 정부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해서 새로이 미국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살아가야 한다. 학생들 교과서에도 그리고 어떤 책과 주장을 보더라도 미국 중심적 구조에 지나친 의존을 지적하고 있지 않는가 ? 무엇이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여 그런 분명한 태도와 방향, 법과 제도와 행동양식 등이 모든 사회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자, 이제 파병 방침을 철회하자.
한국 정부의 이름으로 미국의 더러운 침략 행위임을 밝히자.
그리고, 이라크 자국민이 스스로 올바른 권력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
그것만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