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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ㅣ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평점 :
저자 원도는 경찰관이다. 경상도에서 태어났고 2녀 1남 중 막내다. 위에 여섯 살 많은 오빠는 뇌병변1급 장애인이다. 어렸을 때는 "오빠 때문에 너를 낳았어."라는 말을 들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저자는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합숙훈련을 받으면서 경찰관 언니들을 만나게 된다.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역시 마뉴팍투라 군단 이야기다. 친한 경찰관 언니 세 명(수홍, 시벨, 대장)과 5박 6일의 체코 프라하 여행을 떠났다. 이름이 마뉴팔투라인 이유는 체코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땄다. 마뉴팍투라 매장의 80%를 한국인이 구매한다는 상품인 맥주샴푸를 바리바리 사 들고 걷던 모습이 너무 행복해서였다.
사랑하는 언니들과 동유럽의 작은 식당에서 저녁으로 닭고기와 맥주를 먹으며 웃고 떠드는 일 같은 건 비루하기만 했던 내 인생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에피소드인 줄 알았다. (27쪽)
이런 순간들이 있다. 사람이 모이면 희한한 시너지가 나는 경험. 평생 이 순간을 기억할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만드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어울리는 건 어렵지만 또 그만큼 행복하다.
개별 언니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마지막에 피해자가 되는 수많은 평범한 언니들의 이야기도 충격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건 하버 언니에 대한 부분이다. 굳이 그 에피소드를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언니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왕후장상 경찰관 동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여성들의 연대가 참 소중하다. 여성들만 모이면 참 재미있게 노는데 이상하게 남자들만 모이면 재미없어 한다. 여자라면 <아무튼 언니>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참 멋진 언니들이 많다.
여성들이 피해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치밀하게 짜놓고도 피해 여성 개인의 운이나 노력만을 물고 늘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이에 대응하여 모든 여성이 억세게 운이 좋기를 바란다. (157쪽)
모든 언니들을 응원한다. 우리 살아남아서 여성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