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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5534.html

차라리 눈 닫고 귀 닫자 싶다가도 , 뭐 언제는 안 그랬냐 싶다가도, 어차피 행동도 못할거면 말을 말자 그러다가도... 포탈 싸이트에 가면 어느새 정치면을 보게 된다. 그러다 파도를 타면, 오마이뉴스나 한겨레에서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 휴. 휴. 휴. 이건 아닌데 하면서 기사를 대충 대충 보다가, 결국 위 기사에서는 눈물 핑글. 나름의 도발성이 있는 기사일지도 모르지만 - 뭐 도발성의 문제는 항상 보는 시각에 따라 마구잡이로 남발되니까 - , 나도 아이 엄마라는 것 때문에 이런 기사에 눈물이 도는 건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해두고 싶다. 누구나 부모의 아이로 태어나거나, 부모가 되거나, 둘 다를 하니까, 공감은 비단 엄마(부모)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리라.

2. http://project.happybean.naver.com/ProjectView.nhn?projectno=1000000808

온 나라가 온통 서해안 이야기만 하고, 언론도 하루종일 서해안 이야기만 하고, 10년이 지나도 회복이 안되느니 하면서 일반인들도 바쁜 주말에 봉사하러 가고 연예인들도 너도 나도 갔었던 시절이 지난 지 얼마 안되었지만, MB의 핵폭탄 관심 몰이가 하도 드쎄서인지, 원래 이런 문제들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건지, 아무튼 요새 쑥 들어갔다. 그래도 어느 한 곳에서 하던 일 계속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관심을 끌어모으는 김장훈씨.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요소 중 으뜸 10위 안에 드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을 초지일관 하는 걸거다.

3.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society:001016&uid=52145

황정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FM 대행진은 아침 출근길에 한동안 들었던 적이 있다. 물론 맛 간 씨디 플레이어 대용 정도였고, 뉴스를 좀 듣자 싶은 마음에 선택한 차선이었지만, 영 못들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 솔직함도 있었고, 실수가 잦았지만 밉상은 아니었으며, 은근히 편안함도 있었다. 다만, 아나운서 혹은 언론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안목이구나 싶을 때가 있었는데, 정치,경제,시사에 대한 멘트를 해서라기보다는 - 대개는 게스트에게 대꾸 정도만 하고 경청하는 자세였으니까 사실 그녀의 진짜 생각을 알 길은 없었다 - 도서를 안내하는 코너에서 나누는 대화나 일상 생활에서 취하는 태도 등에서 그냥 막연히 압구정의 알뜰한 미씨족이 연상되곤 했달까.

그러나, 이번 일은, 그녀에게 좀 심하다 싶다. 아니 그녀에게, 라기보다는 한 사람에게 이렇게 집중 연타 되어도 좋을 만큼의 엄청난 말 실수로 몰아부쳐도 되는가 싶다. 마녀사냥이니 뭐니 갖다 대지 않아도, 가벼운 입방정 정도로 치부해주거나 나름의 비폭력에 대한 소신 때문에 나온 짧은 견해이겠거니 해주면 안되는 것일까. 별로 주목할 일도 아닌데, 주목해서 꺼리를 만드는 이런 식의 논쟁, 좀 별로다. 언론인이니까, 공인이니까, 말 가려서 해야 하고 더구나 방송에서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상식, 좀 깨지면 어떤가. 가끔은 자기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말 할 수도 있는 사회, 얼굴 모른다고 넷으로 막 댓글 달기보다는 알려져 있는데도 한 마디 하는 사회,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언론인이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라는 전제, 거슬린다. 언론인의 의식, 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할 거다. 갑자기 들이대고 언론인의 제대로 된 의식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촤르르 내놓을 사람 얼마나 되겠는가. 자기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면 의식 있고, 마음에 좀 안 드는 소리 하면 의식 없으니 입조심 해라, 이런 식 아닌가.

직접 방송을 듣지는 않았지만, 내용 상, 그녀는 의식이고 뭐고 그런 것보다는, 단지 자신은 어떤 종류의 폭력도 싫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것 뿐인 듯 한데('실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실망스럽고 의식 없어 보인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만), 그것이 촛불시위라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파만파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지하는 현명함이 없었을 뿐인 것 같아서 안타깝고, 인터넷이 조장하는 이런 와글와글 씹기 대회 문화가 질리면서도...벌써 나도 일조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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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8-06-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정말이지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예요.
이래도 나라가 돌아갈까, 싶을 지경이고.
이명박은 역시 복고풍이고, 불도저고. 아마 계획한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싶어요.
그게 참... 무서워요.

치니 2008-06-27 16:12   좋아요 0 | URL
안 돌아가야 정상인데 억지로라도 돌아가는 것 같으니, 더 허탈하고 억울한 기분이에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겠죠, 그래도...무서워도 참고, 우리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숨막혀 죽지는 않을거 같아요...

치니 2008-06-27 16:17   좋아요 0 | URL
웃, 그런데, 지금 다예요님 서재 가보니 모두 비공개. 털썩. ㅠㅠ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인문/철학서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우리나라의 평범한 교육 환경에서 따로 떨어져 노력을 한 적도 없는지라, 항상 읽으면서도 '아 이걸 이해하려면 다른 무엇무엇을 먼저 읽어야 되겠는데...언제 그걸 다 읽겠나' 하는 아쉬움을 품고 있었으니, 이런 사전이 나왔다는 사실이 우선 반갑기부터 했다.

물론, 그렇다고 딱딱하게 정말 사전식 나열로 일관하는 책이라는 선입관을 갖지 않도록 많은 리뷰어들이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를 칭찬했다.

나 역시 칭찬 할 것 투성이다.

1. 책이든 뭐든 상품으로서의 가치로 보자면 부가적인 효과보다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에 맞춰주는 상품이 좋은 건 당연지사. 각 개념어에 대한 한 줄 혹은 두 줄로 정리된 정의는 꼭 들어가 있으면서, 그 정의가 짧아 아직 멍한 나 같은 사람 보라고 부연 설명 잘해주시니, 우선 개념 좀 탑재하고 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 딱이다.

2. 1번만 있으면 교과서 적인 책이 되기 십상이라는 걸 모를 리 없는 이 영민한 남경태씨는, 객관성을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은근 자신만의 언어로 그 개념에 대한 단상들을 끼워 넣는다. 이 때 이 단상이 절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3. 남경태씨는 <종횡무진 서양사><종횡무진 동양사>, 또 한국사 등을 쓴 저자이므로, 각 개념어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잘 알고 있을 터, 이 장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읽다보면 우리가 생경하게 (혹은 쫌 멋있게) 느끼는 외래어로 된 개념어들은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서 나왔는데, 인문학이라는게 결국 서양 위주로 간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만, 한 단어가 지금과 같은 개념으로 통용되기까지 역사적으로 변화 해 온 맥락을 짚어가며 철학까지 아우르는 솜씨는 훌륭하다고 해야 할 밖에. 그리고 이 때에도 언제나 역사가 진실은 아니며, 역사를 쓰는 사람의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왜곡되는 면이 많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지 시킴으로써 쓸데없는 태클은 사전 예방.

4. 우리가 모르는 개념어는 물론이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주 쉬운(아니 쉽다고 생각하는) 말들의 개념도 다시 한번 정리하게 해준다. 의외로 잘못 알고 쓰는 말은 매우 많다. 이런 건 사실 알아두면 논쟁에서 말로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될테지만, 문제는 격앙된 분위기에서 논쟁 시 그런 말들이 따박따박 떠오를까 하는 것. 진중권씨는 이걸 잘하는거 같다(딴소리 ㅋㅋ)

아쉬운 점은, 한 권에 묶기에는 벅찰 수 밖에 없었는지, 문득 왜 이런 말은 안 넣었을까 싶은 개념어들이 빠져 있었다는 거. 어쩌면 2권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독자들 꽤 있을테니까.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은, 휴, 아무튼 머리 나쁘면 고생이란 거다.

각 개념어들은 다른 개념어 설명 시에 * 표시를 해서 다시 나타나곤 하는데, 그 설명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앞뒤를 뒤적이는게 대체 몇번이었던고. 그덕에 그나마 좀 외워지겠다 싶다가도, 이래봐야 한 이틀 지나면 또 잊겠지 싶으믄 서글프다.

다행히 이런 걸 외우지 못했다고 책 전체를 오독할 일은 거의 없다. 심플하지만 꽤 자상하게 어떻게 모르는 문제를 풀어갈 지 알려주는 편이니까. (맨 뒤에 있는 참고도서에 대한 짧은 언급들만 봐도 그렇다)

사전이라 하면 집집마다 한 두개씩은 꼭 있으나 책꽂이에 꽂아만 두고 제대로 쓰지 않는 먼지 풀풀 아이템인데, 개념어 사전 만큼은 아무때고 책장을 펼쳐서 잊고 있던 개념을 되살리면서 재미있어 할거 같아서 왠지 쓸모있는 살림 하나 장만한 느낌. 아이가 18세가 되면 건네줄 생각도 있고. 이래저래 기특하게 잘 나와준 책이다, 적어도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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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6-2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보고 생각난 건데, 이거 MB에게 필요할 텐데.... 너무 어렵겠죠? 책 읽고 개념 탑재만 한다면 내가 만 권이라도 보낸다. ㅠㅠ

치니 2008-06-25 14:02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책 읽으면서, MB도 생각나고 어떤 뷁 같은 사람들이 생각 났어요. 진짜 읽고 정신 좀 차릴 수 있다면 얼릉 사주고 싶은 ...돈이 안 아까울 거 같죠. 하지만 맞아요, 너무 어려울거에요. ㅠㅠ

chaire 2008-06-2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간 할인 중이라, 지금이 구매 적기군요.
백수라도 이런 건 사야겠죠..? ㅋㅋ

치니 2008-06-26 08:41   좋아요 0 | URL
카이레님, 저는 늘 궁금했던게 바로 그 .. 구간 할인, 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요. 으흑.
이래가지고 백수 되었을 때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지. 짭.
아무튼 소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책. 암요, 백수니까 더더욱 이런 건 사야죠. 헤헷.

nada 2008-06-2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카이레님과 치니님 좀 봐.
두 분 대화 재미있어요.
치니님이 가끔 보여주시는 그런 허술함(?)이 매력 있어요.^^
그나저나 별 다섯에 소장 가치까지..
이 정도면 무시할 수 없는 뻠프네요~


치니 2008-06-26 15:54   좋아요 0 | URL
백수 vs 백수 대기자의 대화죠, ^-^;;
카이레님에게 많은 조언을 받으려구요.
제 허술함이야...사실 가끔, 이 아니라 자주 보여질겁니다. 이런 걸 매력으로 쳐주시는 꽃양배추님의 마음씨가 알흠다우십니다. 헤헷.
저로서는 유익과 재미의 두 가지 봉을 잡아서 별 다섯인데, 어떤 사람들은 좀 가볍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요. 꽃양배추님은 어떠실 지 궁금.

네꼬 2008-06-26 22:3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나도나도. 두 분 대화 보고 막 웃었어요. 하하하하하. 아유 좋아.

치니 2008-06-27 08:36   좋아요 0 | URL
네꼬님의 하하하하하가 오늘 아침 저에게도 웃음 바이러스로 오네요.
아유 좋아요. ^---^

불륜의동화 2008-06-2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댓글들이 웬만한 책 광고멘트보다 훨씬 훌륭하네요.

저도 구매해야겠습니다.

치니 2008-06-27 08:36   좋아요 0 | URL
헛, 감사합니다. 훌륭하다는 거야 과찬이시지만, 이로써 한 명 더 끌어들인 것에 뿌듯. 출판사에서 이 사실을 아실랑가...^-^;;
 

들끓는 에너지, 피 터지는 싸움, 불굴의 의지, 같은 말들은 비등점이 낮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

나는 비등점이 지나치게 높거나, 아예 없는 상태로 게으름을 가장하고 무연함을 가장하여, 도식적인 생활을 자못 유연한 듯 포장하면서 들끓는 에너지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며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을 소 닭 보듯 하는 것에 대한 자책감을 사전 차단해 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지나친 자기합리화, 자기중심선언으로 내 멋대로 산답시고, 모든 사람들을 등 돌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두렵다.

비가 쏟아지는 밤, 한번 깬 잠이 도무지 다시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까만 천정을 감은 눈으로 응시하며 드는 생각들은 온통 두려움.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라기보다는 이렇게 살아야 돼 라는 생각을 더 하고 싶다만은, 역시 그놈의 불굴의 의지도 긍정성도 부정성도 없는 상태라 여의치가 않다.

해묵은 공상과 유효기간이 이미 끝나버린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두려움의 불씨들을 소화 하려 하지만, 소화는 커녕 그것들이 대체 무슨 위로가 되나 하고 한숨만이 거세어지더라.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뜨지 않았고, 오늘의 비가 내렸다.

더 고민하고 더 찾아내라는 뜻일게다. 아직 내게 비춰질 태양 빛은 가물가물하다.

쉽게 결단하고 쉽게 걸음을 내 딛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줄은 예전부터 알았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모르고 깝치는 거다.

더 살자,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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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ire 2008-06-1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살자, 는 결론이 나왔네요.
현명한 결론입니다. 물론 현재, 비오는 불면의 밤에 한해서 판단하기에는 그런 거죠.
내일 빛이 나면 또 다른 현명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테구요.
저는 그저, 치니 님의 고민이 몸을 너무 아프게만 하지 말았으면 싶을 뿐입니다.

치니 2008-06-19 11:27   좋아요 0 | URL
아직 모르는 거 투성이라서요, 더 살아본다고 뭐 나아지려나 싶은 맘도 있지만...
^-^;;
몸은 튼튼! 걱정 마셔요. 카이레님도 건강하시죠?

비로그인 2008-06-2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조차 파업하는 날이 있어요. 해맑게 `아,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어요!'라고 웃는 건 제 캐릭터가 아닙니다만,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태양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하늘에서 물이 좌르륵 떨어진다는 것이.

치니 2008-06-20 12:38   좋아요 0 | URL
네 , 장마라고 떠들던게 엊그제였는데, 오늘은 말끔이 지나간 듯 하네요.
날씨 때문에 오락가락 하는거, 졸업할 때도 되었건만. ^-^;;
요즘 Jude님에겐 육아 덕분에 신기한 게 더 많아지셨겠어요.

비로그인 2008-06-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날씨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거,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아요. 사람이 요일과 날씨와 이런 사소한 것에 지대한 영향을 받잖아요? 오늘 제가 있는 곳은 조금만 더 흐려주시면 글루미 선데이가 부럽지 않을 듯 해요. 전 비오는 날, 흐린 날이 좋아서 이런 날들이 아쉽습니다.

치니 2008-06-23 21:17   좋아요 0 | URL
아, 서울이 아니신가요? 전 몰랐네요.
서울은 오늘 적당한 바람과 햇살이 좋았는데...
글루미 선데이, 후, 오랜만에 그 영화 생각에 잠깐 마음이 또 덜컹.^-^;;
 
바람의 풍경 (보급판 문고본)
신경림 지음 / 문이당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래 쿤데라 씨와는 달리, 신경림 씨의 이 작은 산문집은, 농축된 지혜를 선선한 가을바람처럼 힘 안들이고 편안하게 푼다. 눈을 부릅뜨고 통독해야 하는 어려움은 거의 없다. 산문집이라는 틀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신경림 작가 자체의 담백함 때문에 그 단순함의 미학이 더하는 걸게다.

그렇다고 그 단순함이 정말 단순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말했듯이, 농축된 지혜가 작은 이야기 건 큰 이야기 건 가리지 않고 골고루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물이 산만하지 않고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인데, 이는 그의 타고난 절제된 글 솜씨 때문이리라.

간혹 눈물이 찔끔 하게 하는 장면도 있고, 아련하면서도 순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도 있고, 끄덕이게 되는 공감도 있지만, 시인이 좋아한 등산과 여행에서 비롯되는 역사를 염두에 둔 기행문과 같은 산문은 사실 내게는 지루했다.

겉으로는 소담한 이야기만 꾸려가는 듯 하고, 실상 내용도 대부분 자신의 소심함이나 비겁함을 내세운 이야기가 많지만, 그래도 이 시인은 한 때를 풍미하고 여전히 혁혁한 우리 시대의 시에 한 획을 긋는 인물로써, 꽤 통이 큰 양반이라는 것이 그런 지루함에서 나온다는 느낌은, 순전히 나의 객쩍은 해석이다만, 그 지루함조차 그저 아 지루해 라고 뱉어버릴만 하지는 않은 내공이 있다는 소리다.

사족: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어릴 적 읽었던 가볍고 작은 문고판 형식을 빌은 이 책의 디자인과 출판사의 편집 의도가 마음에 든다. 모쪼록 좋은 리스트를 만들어 간다면 같은 책이라도 이 출판사의 책을 사고 싶다. 누워 읽기도 좋고 들고 읽기도 좋은 손에 딱 잡히는 느낌. 책을 아무렇게나 굴리고 소중히 서가에 꽂는데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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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7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웃음과 망각의 책 문학사상 세계문학 13
밀란 쿤데라 지음 / 문학사상사 / 199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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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를 읽을 때마다, 소화 불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미욱하게 자꾸 집어드는 이유는, 지적 허영심일까 쿤데라의 매력일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져 있는 각각의 단편들을 통찰력을 가지고 받아들이려면, 우선 각각의 단편들에 나오는 캐릭터나 스토리를 마치 내가 쓴 것처럼 꿰차고 있어야 하는데, 절대 용이하지가 않다.

나처럼 기억력이 치매 환자 수준인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런데 그 통찰력을 포기하고, 그저 미문을 즐기거나 잠언과도 같은 몇 단락들을 곱씹으면서 읽으면 꽤 만족스럽기도 한 것이 이런 작가가 일반 대중에게 주는 선심이다 (아마 자기도 모르게 주게 되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만든 입장에서 보자면 나 같은 독자는 정말 한심할 것이 틀림없다.

한껏 정성 들여 요리를 해놨더니 소스만 살짝 먹어보고, 아니면 좋아하는 재료가 들어간 한 부위만 먹어보고, 맛이 있네 없네 하는 격일 거라는 뜻이다.

언젠가 다시 읽어보지 뭐 하고 쉽게 마지막 책장을 덮어버렸지만, 쿤데라씨에게 미안하다.

그 노고가 쉬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써 두기는 했지만, 체코의 당대 정치 환경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고난의 체험들과 오랜 망명 덕분에 생겼을 수도 있는 농축된 지혜를 '웃음과 망각'으로 기껏 승화 했는데, 이 책을 통독 하거나 백분 이해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으니, 안됐기도 하다.

무슨 오지랖이냐, 안됐다니.

그냥 소화불능인 자신에 대한 변명이 이딴 시시한 리뷰가 된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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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2008-06-1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는 이유는 순전히 지적 허영심 때문이에요. 나이가 드니 너무 가벼운 책만 읽을 순 없더라고요. 삶의 짐이 무거워진 것도 있지만 그런 책을 들고 다니면 남들이 저까지 가볍게 생각할까봐 신경쓰여서요. 옆구리에 끼도 다녔을 때 뽀대나는 책이 가끔은 필요한데 쿤데라의 책이 그렇더라고요. (한심한가요? 물론 한심하실거예요.) 지금 그 허영심에 또 책 한 권을 일고 있네요. 가볍고 우울한 사랑. 도 닦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넘 재미없어 심장까지 느리게 뛰네요. 쩝

치니 2008-06-12 10:19   좋아요 0 | URL
음 ,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뽀대 뿐만은 아닌 무엇이 있을거라 여겨지는걸요? ^-^
가볍고 우울한 사랑, 에 ... 요즘 저에겐 그닥 관심 안가는 이야기일거 같네요.

chaire 2008-06-1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쿤데라에 대한 의견이 저랑 비슷한 거 같아서 반가워요. 히히.
집에 몇 권 있는 옛날의 쿤데라 책들이 그래서 늘 낯설다니까요.
이참에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농담이나 다시 읽어야겠다 싶어요.

치니 2008-06-12 13:38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가워요, 히히.
<농담>도 저 역시 읽은 거 같은데 내용이 기억 안나는 쿤데라의 작품. 흙.

치니 2008-06-12 13:44   좋아요 0 | URL
아, 그러나 이 책에서 하나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있다면 <리토스트>에요.

어느 날, 그는 여자 친구와 ㅡ수영하러 갔다. 그녀는 일류 수영 선수였으나, 그는 가까스로 물에 뜰 정도에 불과했다. 그는 물 속에서 호흡을 멈추기가 어려웠으므로 머리를 수면 위에서 앞뒤로 흔들어대면서 천천히 헤엄쳐 나가고 있었다. 그의 여자 친구는 그에 무척 빠져 있었으므로 사려 깊게 그와 속도를 맞추어 헤엄쳤다. 그러나 수영이 끝날 무렵이 되자, 그녀는 본래의 운동 선수로서의 본능이 발동하여, 빠른 속도로 반대쪽 강기슭을 향해 헤엄쳐 나갔다. 그도 좀더 빨리 헤엄쳐 보려고 노력했지만, 물만 잔뜩 마시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약골인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창피하고 분해서 '리토스트'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슬픔을 느꼈다. 그는 허약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육체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았고 친구도 없었으며, 오직 엄마의 과잉 보호 아래 자랐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리고는 속절없는 절망감에 잠겼다.(p.181)

아마 카이레님도 이해하실거 같아서, 다른 분 리뷰에서 베껴왔습니다. :)

mooni 2008-06-1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고 중대하다고 평가되는 서사적 주제들(사랑이니 숙명이니 정치적 판단이니 모랄이니 하는 것들요)에 대해서 가볍게 웃기, 농담으로 비틀기, 우연으로 치환하는 밀란 쿤데라의 수법이 저한테는 꽤 먹히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작가라 이 사람책은 잡으면 책장이 바람처럼 넘어갔었어요. 쿤데라 독서의 묘미 중에는 부서진 조각조각의 문단, 에피소드, 문장들도 전체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파편일지라도 독립적으로 즐기게도 해주는데도 있다고 생각해요. 치니님같은 독자 읽으라고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같은데요? ^^

밀란 쿤데라는 자기 책 번역 현황에 엄청 까다로워서 언젠가는 출간된 걸 회수한 전력도 있죠. 전 몇개인가 단편은 해적본같은 엉터리 번역으로 읽다가 한국어를 할 줄 알면 번역본 어떻게 하라고 했을까나 그런게 좀 궁금하고 그랬어요. 노발대발 하지 않을까요? ㅋㅋ 뭐든 농담으로 치부하면서 자기 책이 우스갯감이 되는걸 못참을 거에요. 이 작자도. 아마.

치니 2008-06-13 08:48   좋아요 0 | URL
전 어려운 건 왠만하면 다 소화불능이라. 흑. 저도 바람처럼 넘기며 꿀떡꿀떡 쿤데라를 이해하고 싶어요.
(저도 좋아하는 작가란 말여요 힝)

번역 이야기가 나와 말인데, 예전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음 쿤데라 책은 영어로 읽을테야! 라고 마음 먹고 <정체성>을 영어로 읽었드랬죠. ㅠㅠ 그때의 좌절감이라니. 한글로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주제에 번역 탓을 할 때가 아니란 걸 절실히 깨닫고 포기했답니다.

건조기후 2008-07-0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역시 그의 삶과 철학을 얼마나 이해하며 읽었을까 돌이켜보면 답이 안나오죠;; 그가 나타내려고 했을 무언가를 또박또박 느껴내는 훌륭한 독자라면 참 좋았겠지만ㅡㅡ 그럴 능력이 안되는 이런 독자를 쿤데라가 팬으로 가져야하는 건 그의 불행이라면 불행이랄까요.ㅎㅎ

다만 저에게 이 책이 좀 특별했다면.. 책을 읽던 도중에 갑자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일을 당했는데 한참 뒤에 다시 책을 폈을 때 마침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여한없이 펑펑 울어대며 책을 봤었죠. 쿤데라 책을 보고 그렇게나 울다니ㅜ 말도 안되는데 그래서 이 책은 아주 과도한 감정으로 읽게 되어서 혼자 책과 별로 상관없는 생각까지 엄청 해댔더랬답니다. 분명히 계기는 책을 통해 얻었지만 나중에 보면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저두 이 책 리뷰를 쓰긴 했는데 그냥 좋다는 얘기만 줄줄 늘어놨지 뭐 구체적으로 정리된 게 없죠;; 지금 읽어보면 뭐 저런 붕붕뜨는 리뷰가 다 있나 싶다는--ㅋ

하지만 당시엔 책의 모든 내용이 아버지에 대한.. 또 아버지의 일을 계기로 깨달은 많은 생각들과 맞물려 쿤데라가 의도했든 아니든 제게 많은 위안과 힘이 되었던 건 사실이죠.. 그래서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더군요. 위안? 사랑? 헛;; 암튼.. 책이야 다 자기 나름대로 느끼는 거긴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엔 그 범위이탈?이 좀 심했던. 어쨌든 나중에 다시 읽긴 읽어봐야하겠죠.ㅎㅎㅎ

(처음 뵙죠.. 뒤늦게 인사 살짝 남깁니다. ^^:)

치니 2008-07-01 17:51   좋아요 0 | URL
아, 건조기후님, 반갑습니다.
지금 그쪽 서재로 가서 많지 않지만 하나 하나가 알이 꽉 들어찬 것 같은 살뜰한 리뷰들을 읽었네요.
부끄러운 기분이에요.
헐렁이 글만 써대는 저로서는...^-^;;
아버님의 상을 당한 상황에 읽는 쿤데라, 어떨까...사실 가늠조차 안되는 슬픔이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여한없이 우셨다는 말씀에는 공감이 갑니다.
어떤 책은 꼭 나만을 위해 써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애착이 가게 되는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죠. 그런 점에서 쿤데라는 정말 예찬하실만하겠어요.
저에겐 늘 어렵지만 참을 수 없이 매혹적인 글을 쓰는 사람. ^-^

건조기후 2008-07-0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코. 치니님 글 읽고 괜히 찔리니까 저렇게 구구절절 댓글을 단 거죠;; 헐렁이라뇨 예리하십니다. 덕분에 내가 쿤데라를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그냥 미문에 혹하고 몇몇 단락에 반해서 적당한 만족을 하고 있는 건지 곰곰 생각해봤답니다. 책을 얼마나 깊게 이해해야하는가의 문제는 좀 머리가 아프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가능한 최대치의 이해로 녹여내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거니까요.

결론은.. 머 그냥 한번 더 읽어보자는 겁니다. 아하하;; 한번으로는 안되는 쿤데라인 것도 알고 그것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느껴진다면.. 그건 그냥 자질이 부족한 독자를 둘 수 밖에 없는 쿤데라 팔자로 넘길랍니다..ㅋ

치니 2008-07-02 08:56   좋아요 0 | URL
그래도 최대치의 이해를 하고 싶어지는 책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 점에선 쿤데라 작품의 어려움도 나름의 의미를 갖는거 같아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접어두게 되지 않고, 꼭 한번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저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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