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에너지, 피 터지는 싸움, 불굴의 의지, 같은 말들은 비등점이 낮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

나는 비등점이 지나치게 높거나, 아예 없는 상태로 게으름을 가장하고 무연함을 가장하여, 도식적인 생활을 자못 유연한 듯 포장하면서 들끓는 에너지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며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을 소 닭 보듯 하는 것에 대한 자책감을 사전 차단해 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지나친 자기합리화, 자기중심선언으로 내 멋대로 산답시고, 모든 사람들을 등 돌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두렵다.

비가 쏟아지는 밤, 한번 깬 잠이 도무지 다시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까만 천정을 감은 눈으로 응시하며 드는 생각들은 온통 두려움.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라기보다는 이렇게 살아야 돼 라는 생각을 더 하고 싶다만은, 역시 그놈의 불굴의 의지도 긍정성도 부정성도 없는 상태라 여의치가 않다.

해묵은 공상과 유효기간이 이미 끝나버린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두려움의 불씨들을 소화 하려 하지만, 소화는 커녕 그것들이 대체 무슨 위로가 되나 하고 한숨만이 거세어지더라.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뜨지 않았고, 오늘의 비가 내렸다.

더 고민하고 더 찾아내라는 뜻일게다. 아직 내게 비춰질 태양 빛은 가물가물하다.

쉽게 결단하고 쉽게 걸음을 내 딛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줄은 예전부터 알았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모르고 깝치는 거다.

더 살자,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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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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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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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6: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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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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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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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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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8-06-1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살자, 는 결론이 나왔네요.
현명한 결론입니다. 물론 현재, 비오는 불면의 밤에 한해서 판단하기에는 그런 거죠.
내일 빛이 나면 또 다른 현명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테구요.
저는 그저, 치니 님의 고민이 몸을 너무 아프게만 하지 말았으면 싶을 뿐입니다.

치니 2008-06-19 11:27   좋아요 0 | URL
아직 모르는 거 투성이라서요, 더 살아본다고 뭐 나아지려나 싶은 맘도 있지만...
^-^;;
몸은 튼튼! 걱정 마셔요. 카이레님도 건강하시죠?

비로그인 2008-06-2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조차 파업하는 날이 있어요. 해맑게 `아,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어요!'라고 웃는 건 제 캐릭터가 아닙니다만,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태양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하늘에서 물이 좌르륵 떨어진다는 것이.

치니 2008-06-20 12:38   좋아요 0 | URL
네 , 장마라고 떠들던게 엊그제였는데, 오늘은 말끔이 지나간 듯 하네요.
날씨 때문에 오락가락 하는거, 졸업할 때도 되었건만. ^-^;;
요즘 Jude님에겐 육아 덕분에 신기한 게 더 많아지셨겠어요.

비로그인 2008-06-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날씨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거,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아요. 사람이 요일과 날씨와 이런 사소한 것에 지대한 영향을 받잖아요? 오늘 제가 있는 곳은 조금만 더 흐려주시면 글루미 선데이가 부럽지 않을 듯 해요. 전 비오는 날, 흐린 날이 좋아서 이런 날들이 아쉽습니다.

치니 2008-06-23 21:17   좋아요 0 | URL
아, 서울이 아니신가요? 전 몰랐네요.
서울은 오늘 적당한 바람과 햇살이 좋았는데...
글루미 선데이, 후, 오랜만에 그 영화 생각에 잠깐 마음이 또 덜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