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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인문/철학서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우리나라의 평범한 교육 환경에서 따로 떨어져 노력을 한 적도 없는지라, 항상 읽으면서도 '아 이걸 이해하려면 다른 무엇무엇을 먼저 읽어야 되겠는데...언제 그걸 다 읽겠나' 하는 아쉬움을 품고 있었으니, 이런 사전이 나왔다는 사실이 우선 반갑기부터 했다.
물론, 그렇다고 딱딱하게 정말 사전식 나열로 일관하는 책이라는 선입관을 갖지 않도록 많은 리뷰어들이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를 칭찬했다.
나 역시 칭찬 할 것 투성이다.
1. 책이든 뭐든 상품으로서의 가치로 보자면 부가적인 효과보다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에 맞춰주는 상품이 좋은 건 당연지사. 각 개념어에 대한 한 줄 혹은 두 줄로 정리된 정의는 꼭 들어가 있으면서, 그 정의가 짧아 아직 멍한 나 같은 사람 보라고 부연 설명 잘해주시니, 우선 개념 좀 탑재하고 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 딱이다.
2. 1번만 있으면 교과서 적인 책이 되기 십상이라는 걸 모를 리 없는 이 영민한 남경태씨는, 객관성을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은근 자신만의 언어로 그 개념에 대한 단상들을 끼워 넣는다. 이 때 이 단상이 절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3. 남경태씨는 <종횡무진 서양사><종횡무진 동양사>, 또 한국사 등을 쓴 저자이므로, 각 개념어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잘 알고 있을 터, 이 장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읽다보면 우리가 생경하게 (혹은 쫌 멋있게) 느끼는 외래어로 된 개념어들은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서 나왔는데, 인문학이라는게 결국 서양 위주로 간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만, 한 단어가 지금과 같은 개념으로 통용되기까지 역사적으로 변화 해 온 맥락을 짚어가며 철학까지 아우르는 솜씨는 훌륭하다고 해야 할 밖에. 그리고 이 때에도 언제나 역사가 진실은 아니며, 역사를 쓰는 사람의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왜곡되는 면이 많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지 시킴으로써 쓸데없는 태클은 사전 예방.
4. 우리가 모르는 개념어는 물론이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주 쉬운(아니 쉽다고 생각하는) 말들의 개념도 다시 한번 정리하게 해준다. 의외로 잘못 알고 쓰는 말은 매우 많다. 이런 건 사실 알아두면 논쟁에서 말로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될테지만, 문제는 격앙된 분위기에서 논쟁 시 그런 말들이 따박따박 떠오를까 하는 것. 진중권씨는 이걸 잘하는거 같다(딴소리 ㅋㅋ)
아쉬운 점은, 한 권에 묶기에는 벅찰 수 밖에 없었는지, 문득 왜 이런 말은 안 넣었을까 싶은 개념어들이 빠져 있었다는 거. 어쩌면 2권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독자들 꽤 있을테니까.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은, 휴, 아무튼 머리 나쁘면 고생이란 거다.
각 개념어들은 다른 개념어 설명 시에 * 표시를 해서 다시 나타나곤 하는데, 그 설명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앞뒤를 뒤적이는게 대체 몇번이었던고. 그덕에 그나마 좀 외워지겠다 싶다가도, 이래봐야 한 이틀 지나면 또 잊겠지 싶으믄 서글프다.
다행히 이런 걸 외우지 못했다고 책 전체를 오독할 일은 거의 없다. 심플하지만 꽤 자상하게 어떻게 모르는 문제를 풀어갈 지 알려주는 편이니까. (맨 뒤에 있는 참고도서에 대한 짧은 언급들만 봐도 그렇다)
사전이라 하면 집집마다 한 두개씩은 꼭 있으나 책꽂이에 꽂아만 두고 제대로 쓰지 않는 먼지 풀풀 아이템인데, 개념어 사전 만큼은 아무때고 책장을 펼쳐서 잊고 있던 개념을 되살리면서 재미있어 할거 같아서 왠지 쓸모있는 살림 하나 장만한 느낌. 아이가 18세가 되면 건네줄 생각도 있고. 이래저래 기특하게 잘 나와준 책이다, 적어도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