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의 풍경 (보급판 문고본)
신경림 지음 / 문이당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래 쿤데라 씨와는 달리, 신경림 씨의 이 작은 산문집은, 농축된 지혜를 선선한 가을바람처럼 힘 안들이고 편안하게 푼다. 눈을 부릅뜨고 통독해야 하는 어려움은 거의 없다. 산문집이라는 틀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신경림 작가 자체의 담백함 때문에 그 단순함의 미학이 더하는 걸게다.
그렇다고 그 단순함이 정말 단순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말했듯이, 농축된 지혜가 작은 이야기 건 큰 이야기 건 가리지 않고 골고루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물이 산만하지 않고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인데, 이는 그의 타고난 절제된 글 솜씨 때문이리라.
간혹 눈물이 찔끔 하게 하는 장면도 있고, 아련하면서도 순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도 있고, 끄덕이게 되는 공감도 있지만, 시인이 좋아한 등산과 여행에서 비롯되는 역사를 염두에 둔 기행문과 같은 산문은 사실 내게는 지루했다.
겉으로는 소담한 이야기만 꾸려가는 듯 하고, 실상 내용도 대부분 자신의 소심함이나 비겁함을 내세운 이야기가 많지만, 그래도 이 시인은 한 때를 풍미하고 여전히 혁혁한 우리 시대의 시에 한 획을 긋는 인물로써, 꽤 통이 큰 양반이라는 것이 그런 지루함에서 나온다는 느낌은, 순전히 나의 객쩍은 해석이다만, 그 지루함조차 그저 아 지루해 라고 뱉어버릴만 하지는 않은 내공이 있다는 소리다.
사족: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어릴 적 읽었던 가볍고 작은 문고판 형식을 빌은 이 책의 디자인과 출판사의 편집 의도가 마음에 든다. 모쪼록 좋은 리스트를 만들어 간다면 같은 책이라도 이 출판사의 책을 사고 싶다. 누워 읽기도 좋고 들고 읽기도 좋은 손에 딱 잡히는 느낌. 책을 아무렇게나 굴리고 소중히 서가에 꽂는데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