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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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동명의 드라마를 보다가 회사에서 심심할 때마다 읽기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 읽었다. 연출감각이 남달라서인지 나는 원작보다 드라마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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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한 인간일수록 무리지어 다니고 생각한다. “인간은 여럿이 모여 봐야 좋을 것이 없다. 인간은 네 명 이상만 돼도 멍청해진다.” 프랑스의 샹송 가수 조르주 브라상Georges Brassens의 한 노래 가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 ‘이런 멍청이가 있어도 정당하게 방어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덫에 빠지는 길이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멍청한 인간을 설득해서 바꾸려고 노력하겠다고?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 멍청한 인간에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더구나 그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것이다. 멍청한 인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수록 멍청한 인간은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럴수록 그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맞지만 세상에 도전했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의 무모한 노력 때문에, 오히려 멍청한 인간은 ‘나야말로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대단한 영웅’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 당신이 멍청한 인간을 좋은 길로 이끌려고 애쓸수록 그는 굴복하기는커녕 더 강하게 저항한다. 결국 당신도 멍청한 인간처럼 변하고, 이렇게 해서 멍청한 인간이 둘로 늘어나버린다! 


- 당신도 자신이 보통 사람보다 똑똑하고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진단은 정해져 있다. 당신도 자기 자신을 모르는 멍청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심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익숙한 기준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여러분이 울고 있는데 눈치 없이 “안녕, 별일 없지?”라고 말하는 멍청이가 늘 있는 이유다. 


- 평범한 사람들은 통계로 이루어진 객관적인 보고서보다 개인적인 사연에 마음이 좀 더 움직이는 정도이지만, 멍청한 인간은 오직 특정한 사례에만 관심을 보인다. 멍청한 인간은 어떤 방송사의 어떤 채널에서 봤는데 40층에서 떨어져도 사람이 죽지 않을 수 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 연구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인 기억은 사라지고 긍정적인 기억만 남는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사로잡힌 멍청한 인간들이 “예전이 더 좋았지”라고 말하는 이유다. 


- 연구원들은 인간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어떻게 보면 멍청이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울한 사람들은 이렇게 착각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 멍청한 인간은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잘못을 한다고 부풀려 이야기한다.11 예를 들어 왜 차를 멈추지 않았냐고 지적하면 그들은 이렇게 변명한다. “하지만 여기서 차를 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또는 자신도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며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사후 과잉 확신 편향).


- 멍청한 인간은 운을 아무데나 갖다 붙일 뿐, 운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 멍청한 인간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양자물리학 강연을 다 듣고 나서 전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상황에 따라 다른 거 아닌가요?”라고 말할 것이다. 


- 간단하게 말하자면 멍청함이란 ‘비꼬는 불신’이다. 실제로 멍청한 인간은 비꼬는 성향에 남을 잘 믿지 못한다. 비꼬는 성향이란 인간의 본성과 동기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멍청한 인간은 사회와 정치를 배배 꼬인 시각으로 보는 편이다. 

질문을 해보면 상대방이 멍청한 인간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멍청한 인간은 평소 자신의 생각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 썩어빠졌군”, “전부 장사꾼들일 뿐이야”, “심리학자? 하나같이 사기꾼이지, 뭐”, “기자? 비굴한 인간들이잖아” 같은 식이다. 


- 우리는 누군가를 관찰할 때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타고난 성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례에서 결론이 무척 명확해 보인다. 멍청이 때문인 것이다.  


- 혹여 어디선가 “전부 멍청이야!”라고 말하며 비하하는 사람을 본다면 바로 그 사람이 멍청한 인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 멍청한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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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주위엔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지요.ㅠㅠ

치니 2023-06-30 09:17   좋아요 0 | URL
네, 그렇기도 한데, 저는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이 많이 됩니다. ㅠㅠ
 















음악가와 과학자의 공통분모

- 실제로 음악가와 의사는 과학정신과 인간을 돕고자 하는 욕구를 공유한다. 그들은 마법사가 질병의 성격을 고려하여 특정 선법과 화음을 구사해 만든 노래로 환자들을 고쳤다는 상고시대의 잔재 같은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아르헤리치의 아버지

- 가끔은 딸을 일터에도 데리고 갔다. 그러다 상사에게 심하게 질책을 당한 어느 날 이후 다시는 직장에 돌아가지 않았다. 


아르헤리치의 어머니

- 후아니타는 가히 산을 옮기고 바다와 맞설 만한 사람이었다. 광신 수준의 열혈 좌파였고 예외를 용납지 않는 정의감의 소유자였다. 이 대단한 여자가 당신을 돕기로 작정한다면 당신은 두 발 뻗고 자도 된다. 


- 자기 행동의 적절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딸의 눈부신 발전을 감시하고 주도하다니, 이 어머니의 기개란 얼마나 대단한가! 


- 후아니타는 고작 열한 살에 한 손으로는 여동생 아이다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남동생 베냐미노를 꼭 붙들고 가족의 품을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갔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어린 시절

- 그녀의 생각은 늘 재미있고 예상에서 벗어나지만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그녀의 말은 잘 따라가면서 들어야 한다. 훗날 그녀의 손가락이 그렇듯, 그녀의 정신은 여간 날래지 않았다.


-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어떤 부인이 와서 피아노로 어렵지 않은 노래나 자장가를 연주해주었다. 


- 남자로 태어나려다 잘못 태어난 여자처럼 노골적으로 사내연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르타는 부모에게 여자는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적 없는 아이 같았다. 


- 하루는 그 아이가 이렇게 나왔다. “넌 피아노 못 치지!” 새로운 내기에 발끈한 마르타는 당장 피아노가 있는 낮잠방으로 갔다. 그러고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점심시간 끝나면 늘 듣는 자장가의 멜로디를 손가락 하나만 요리조리 움직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연주했다. 마르타는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여러 멜로디를 연달아 쳤기 때문에 원장에게 들키고 말았다. 원장은 놀라고 당황해서 낮잠방 문간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다. “누가 가르쳐줬니?”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요.” 마르타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계속해보렴.” 아이는 당황하지도 않고 계속 한 손가락으로 건반을 두들겼다. 모든 음이 정확했고, 리듬도 잘 탔으며, 머뭇대는 기색이 없었다. 원장은 영재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영재의 객관적 표시들을 알아챌 만큼의 경험과 연륜은 있었다. 꼬마 아르헤리치는 원래 영민했지만 이 일은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딸

- 후안 마누엘은 딸에게 유아용 피아노를 사주었다. 건반이 한 옥타브 반밖에 없는 장난감이었다. 마르타는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고도 무시당한 데 화가 나서 이 모욕적인 장난감 피아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이는 선생님처럼 진짜 피아노를 갖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마르타를 꾸중하지 않고 딸내미의 반항을 확실히 접수했다. 몇 주 뒤, 좀 더 큰 아동용 피아노가 집에 들어왔다. 


스승 그리고 어머니

- 빈센초 스카라무차는 천재적인 교육자였지만 공포 그 자체이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는 선생님이 어떤 남자아이를 회초리로 스무 대나 때리는 모습도 보셨지요.”


- 후아니타는 늘 딸을 레슨에 데려다주었다. 그녀는 이 피아노 선생의 사소한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노트에 깔끔한 글씨로 기록했다. 스카라무차는 이 어머니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는 이런 말을 했을 정도로 말이다. “아르헤리치 부인께서 제 조교가 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후아니타는 음악에 문외한이었지만 의지와 지성의 힘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만약 아들이 물리학자였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연구를 돕고도 남았을 여자였다.  


스카라무차는 아무리 간단한 연습도 표현력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연습은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는 동안에나 가능하지, 체르니나 아농의 피아노 교본에 매달려봐야 가망이 없다 


- 그는 한 음이 세 단계를 거쳐 연주된다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손가락 끝의 말랑한 살을 매개로 건반에 무게가 실리는 순간, 근육은 이완된다. 굴근이 수축하면서 손은 건반에서 튕겨 나오고 허공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요령을 잘 알면 연주를 하면서 지치지 않는다. 


- 스카라무차는 자연스러운 팔의 무게와 손목의 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이 두 힘이 정확하게 팔꿈치와 손목의 중간쯤에서 만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건반을 치는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려면 손, 아래팔, 위팔이 S자를 그려야 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낼 때에는 C자를 그려야 한다. 


- 이 지엄한 스승조차도 마르타가 없는 자리에서 그녀가 “피아노를 치기 위한 손”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 어린 피아노 명인은 절대로 울지 않았다.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 확실한 비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타는 온 힘을 다해 선생님 콧날에 있는 무사마귀만 노려보면서 눈물이 솟을 것 같은 위기를 넘기곤 했다. 


제자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의식을 넓히는 반론의 기술은 사실 스승의 기분과 별 상관없었다. 그는 하루는 똑같은 부분을 손목을 높여서 치게 하고 다음 날은 반대로 손목을 떨어뜨리고 치게 했다. 제자가 스스로 이치를 터득하려는 노력 없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대부분의 왕명은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어도 받들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경을 친다. 그러나 소수의 왕명은, 그대로 했다가는 왕을 실망시킬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따르지 않아야 한다. 


다시 어린 시절

- 수영 선생은 마르타가 선수로 대성할 만한 재능이 있다고 했다. 뭐, 놀랄 일은 아니다. 코르토도 말하지 않았던가. “피아니스트는 일단 체력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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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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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를 좋아했고 보는 내내 감탄했지만, 여전히 밖에서 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는 점과 변호사라는 정상인(!)의 직업을 수행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서사라는 게 아쉬웠는데 이 책이 그 부분까지 말끔하게 해소했다. 거의 완벽할 정도의 자폐 탐구와 그에 따른 인간 탐구. 침착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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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고른다. 슈베르트는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너무 풍성하다. 찾고 있는 패턴을 그대로 반영하는 복잡한 패턴을 가진 바흐가 딱 맞다.


- “무지는 지知보다 빨리 확산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행복은 정상 이하의 중력에 있는 것 같아.” 


-모든 유아들이 자신의 노출 정도를 제어한다—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리거나, 세상이 너무 부담스러워지면 그저 잠을 자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이 정보 덩어리를 이해하고, 어느 망막 자극 신호의 패턴이 보이는 세상이 무슨 일인지, 어느 청각 자극 신호의 패턴이 사람 목소리인지—사람 목소리가 내는 소리가 모국어인지 알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를 만드는 동물이 한때는 살아 있었고 어쩌면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일단 죽은 이상 이런 점이 불편하지 않다. 미네랄 몇 그램을 제외한 모든 음식은 한때 살아 있었고, 어쩌면 나무도 우리가 알아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보면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100년 전, 50년 전 등 과거에 우리가 무엇을 알았는지 설명하는 긴 도입부이다. 나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들었을 법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무엇을 아는지를 알고 싶다. 아주 먼 옛날, 화성에 운하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무엇부터 시작하느냐를 아는 것이 전부이다. 올바른 자리에서 시작해서 모든 단계를 따라가면, 올바른 끝에 도달한다. 


-배움은 힘들지 않다. 배우지 않기가 힘들다. 


-나는 신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들을 영적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 나쁜 일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쁜 부모들이 그렇게 한다고 했다. 나쁜 부모들은 자식들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한 다음, 자식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지 않아도 성장과 생활은 충분히 힘들다. 


-이 음악은 어떤 종류의 패턴을 다른 패턴들보다 더 쉽게 보이게 한다. 바흐는 대부분의 패턴들을 드러나게 하지만, 어떤 패턴들은 드러내지 못한다……. 타원형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다. 이 음악의 긴 움직임은 바흐가 드러내는 원형 패턴들을 흐릿하게 하여, 유동성에서 안식을 찾는 긴 비대칭 구성요소들을 찾아내고 형성하는 작업을 돕는다. 


-나는 이 곡을 밤에 바람을 받아 날리며 별들을 숨기거나 드러내는 군청색 리본들처럼 길게 굽이치는 어둠의 선들로 듣는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당신을 싫어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 세계의 모든 침팬지들은 이제 보호 환경, 동물원, 연구 시설에 산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숲속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나는 자폐 비슷한 침팬지들이 야생 상태에서도 증세를 보였는지, 죄수 같은 삶의 스트레스 때문에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아무 영향도 없는 것이 맞다는 말은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말과 같지 않다 


-음악을 이렇게, 진짜 삶 속에서 들으면 녹음을 들을 때와 다르다. 내가 들어가 있는 공간을 더 의식하게 된다. 음이 벽에 부딪히고, 이 공간만의 독특한 화음을 이루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른 교회에서 바흐를 들어 보았는데, 어째서인지 바흐는 늘 불협화음이 아니라 화음을 이룬다. 대단한 수수께끼다. 


-삶은 변화구를 던진단다. 그래도 그 공을 잡는 게 네 역할이지.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자폐인들이 냄새에 너무 민감하다고 쓰인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개나 고양이의 민감한 후각은 거북해하지 않는다. 


-자폐인들이 작은 소리에 너무 민감하다고 쓰인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동물들을 거북해하지 않는다. 


-저 밖에는 어둠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둠이 있다. 어둠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은 언제나 빛보다 앞선다. 예전의 루는 어둠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을 쫓는 한, 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엘리자베스 문과 폴 위트커버의 대화>

아래 밑줄처럼, 나도 읽으면서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저는 제 안에서 루와 같은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발견했습니다. 일상 때문에 책을 읽지 못할 때에도, 루의 목소리는 제 마음속에 남아 세상을 보는 저의 관점을 달라지게 했습니다. 마치 제 일부분이 자폐적이라고 느껴질 만큼요. 더 이상 루를 낯선 존재로 여기기란 불가능했고, 심지어 그를 딱히 손상되었다고 여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저 다를 뿐이었죠. 여기에서 자폐증에 관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제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자폐에 대해서만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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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0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미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치니 님의 별다섯!!

치니 2023-06-09 22:10   좋아요 0 | URL
오 역시 가지고 계시군요! 이쯤되면 다락방님이 사두지 않은 좋은 책은 앞으로 나올 책 외에는 없을지도! 😁
읽으면서 어 이건 나랑 참 비슷한데 라고 느낀 부분들이 있어서 과몰입으로 스스로를 곡해하나 싶었는데 말미에 저 인터뷰어의 말을 읽고나니 안심이 되는 한편,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혀준, 그리고 소설 본연의 재미도 잃지 않은 책이로구나 새삼 고맙다는 생각에 별 다섯!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