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고른다. 슈베르트는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너무 풍성하다. 찾고 있는 패턴을 그대로 반영하는 복잡한 패턴을 가진 바흐가 딱 맞다.


- “무지는 지知보다 빨리 확산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행복은 정상 이하의 중력에 있는 것 같아.” 


-모든 유아들이 자신의 노출 정도를 제어한다—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리거나, 세상이 너무 부담스러워지면 그저 잠을 자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이 정보 덩어리를 이해하고, 어느 망막 자극 신호의 패턴이 보이는 세상이 무슨 일인지, 어느 청각 자극 신호의 패턴이 사람 목소리인지—사람 목소리가 내는 소리가 모국어인지 알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를 만드는 동물이 한때는 살아 있었고 어쩌면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일단 죽은 이상 이런 점이 불편하지 않다. 미네랄 몇 그램을 제외한 모든 음식은 한때 살아 있었고, 어쩌면 나무도 우리가 알아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보면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100년 전, 50년 전 등 과거에 우리가 무엇을 알았는지 설명하는 긴 도입부이다. 나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들었을 법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무엇을 아는지를 알고 싶다. 아주 먼 옛날, 화성에 운하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무엇부터 시작하느냐를 아는 것이 전부이다. 올바른 자리에서 시작해서 모든 단계를 따라가면, 올바른 끝에 도달한다. 


-배움은 힘들지 않다. 배우지 않기가 힘들다. 


-나는 신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들을 영적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 나쁜 일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쁜 부모들이 그렇게 한다고 했다. 나쁜 부모들은 자식들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한 다음, 자식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지 않아도 성장과 생활은 충분히 힘들다. 


-이 음악은 어떤 종류의 패턴을 다른 패턴들보다 더 쉽게 보이게 한다. 바흐는 대부분의 패턴들을 드러나게 하지만, 어떤 패턴들은 드러내지 못한다……. 타원형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다. 이 음악의 긴 움직임은 바흐가 드러내는 원형 패턴들을 흐릿하게 하여, 유동성에서 안식을 찾는 긴 비대칭 구성요소들을 찾아내고 형성하는 작업을 돕는다. 


-나는 이 곡을 밤에 바람을 받아 날리며 별들을 숨기거나 드러내는 군청색 리본들처럼 길게 굽이치는 어둠의 선들로 듣는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당신을 싫어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 세계의 모든 침팬지들은 이제 보호 환경, 동물원, 연구 시설에 산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숲속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나는 자폐 비슷한 침팬지들이 야생 상태에서도 증세를 보였는지, 죄수 같은 삶의 스트레스 때문에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아무 영향도 없는 것이 맞다는 말은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말과 같지 않다 


-음악을 이렇게, 진짜 삶 속에서 들으면 녹음을 들을 때와 다르다. 내가 들어가 있는 공간을 더 의식하게 된다. 음이 벽에 부딪히고, 이 공간만의 독특한 화음을 이루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른 교회에서 바흐를 들어 보았는데, 어째서인지 바흐는 늘 불협화음이 아니라 화음을 이룬다. 대단한 수수께끼다. 


-삶은 변화구를 던진단다. 그래도 그 공을 잡는 게 네 역할이지.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자폐인들이 냄새에 너무 민감하다고 쓰인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개나 고양이의 민감한 후각은 거북해하지 않는다. 


-자폐인들이 작은 소리에 너무 민감하다고 쓰인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동물들을 거북해하지 않는다. 


-저 밖에는 어둠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둠이 있다. 어둠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은 언제나 빛보다 앞선다. 예전의 루는 어둠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을 쫓는 한, 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엘리자베스 문과 폴 위트커버의 대화>

아래 밑줄처럼, 나도 읽으면서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저는 제 안에서 루와 같은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발견했습니다. 일상 때문에 책을 읽지 못할 때에도, 루의 목소리는 제 마음속에 남아 세상을 보는 저의 관점을 달라지게 했습니다. 마치 제 일부분이 자폐적이라고 느껴질 만큼요. 더 이상 루를 낯선 존재로 여기기란 불가능했고, 심지어 그를 딱히 손상되었다고 여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저 다를 뿐이었죠. 여기에서 자폐증에 관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제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자폐에 대해서만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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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0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미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치니 님의 별다섯!!

치니 2023-06-09 22:10   좋아요 0 | URL
오 역시 가지고 계시군요! 이쯤되면 다락방님이 사두지 않은 좋은 책은 앞으로 나올 책 외에는 없을지도! 😁
읽으면서 어 이건 나랑 참 비슷한데 라고 느낀 부분들이 있어서 과몰입으로 스스로를 곡해하나 싶었는데 말미에 저 인터뷰어의 말을 읽고나니 안심이 되는 한편,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혀준, 그리고 소설 본연의 재미도 잃지 않은 책이로구나 새삼 고맙다는 생각에 별 다섯!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