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상상이지만, 음악이 기념비나 유적이어서 선곡가의 손을 잡고 가이드 투어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선곡가를 만나는 건 음악을 만든 크리에이터를 직접 만나는 것보다유익하다. 좋아하는 음악인을 직접 만나봤자 음악이 아닌 별의별 이유로 실망할 위험부담이 정말 크다. 그의 음악마저 싫어지는 건 수순이고. 내 말을 믿어도 좋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게 하나 있다. 주위에 신뢰할 만한 취향 가진 사람을 다수 둬야 한다는거다. 나만 해도 누군가를 통해 접하게 된 인생 책이나 인생 음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 오직 자기만 신뢰해서는 결코 좋은 취향을 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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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깨물기 -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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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이라는 부제가 왜 달렸는지 책의 말미에 가서야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와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재로 한 글들은 어쩐지 내 이야기 같기도 해서 자주 뜨끔하고 자주 공감한 한편, 그 어렵고 복잡한 감정을 이렇게 서술할 수 있다니, 역시 작가란 다르구나 생각하기도. 개인으로는 담백한데 시인으로서는 시에 대한 각성과 사유가 이전의 작품들에서보다 훨씬 치열하게 묘사된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묘한 대비를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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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브르스카는 누구에게 말을 거는 듯한 시를 쓴다. 그러니까 쉼보르스카는 쓰기를 말하기와 겹쳐서 행한다. 시를대화를 위한 입술처럼 사용하는 듯하다. 말을 건네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쉼보르스카에겐 있다고 느끼게 한다. 말을건네고 싶다는 마음에 미리 전제된, 너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간절함은 쉼보르스카의 시를 성의 있게 다 읽고 나면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 어떤 비극을 바라보고 발화해도 쉼보르스카의 시가 어딘지 모르게 다정해지는 이유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감의 말을 걸어와주기를 고대하며 사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질감의 대화를나누지 않는 한, 숱하게 사람을 만나고 숱하게 대화를 해도외로움은 더해지기만 한다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허기는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쉼보르스카와 대화를 하고 싶어 시집을 펼친다. 그녀는 내게 말을 건넨다.

그녀는 "어금니를 바득바득 갈아가며 누군가를 인내하려고 하는 것도 인간에 대한 가장 큰 애정이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그런 마음만이 유일하게 진실되다고 여겨진다며 내 생각을 물어왔다. 그녀의 발언 때문에, 한 사람이 그녀를 다그쳤다 했다. 어금니를 바득바득 갈아가며 누군가를 인내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모독이라고, 감정을 실어 토로했다고 했다.

‘무심코‘라는 ‘아무런 뜻이나 생각이 없는‘ 행위 속에 깃든 무시하는 태도. 무시를 가능하게 만든 무지. 이러한 무지가 무력감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당연히 망가질 준비를 하게 된다는 것도, 하나하나 되짚으며 온몸으로 알아갔다.
이제야 알게 된 것들은 여태껏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어째서 그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어 알아야만 하는 것이 되는 걸까. 단지 근사한 트랙 운동장을 발견했을 뿐인데, 그곳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좋아 보여 나도 달리는 것을 시작했을 뿐인데. 내가 육체를 정성들여 돌보게 된 자그마한 계기가 그 여름에 시작되었다. 오래 홀대해온 것들을 더 이상 홀대할 수 없게 되었다. 걷는 일이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일이었다면, 달리는 일은 육체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었다. 잘못 사용해온 영혼이 걷는 일로 어느 정도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 잘못 사용해온 육체는 달리는 일로회복에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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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태도 때문에 있는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쉽고 어리석다. 아니, 본다는 것은 쉽고 어리석다. 살아가면서 이런 유의 어리석음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영혼이 없는 사람일것 같다. 영혼에 대해 따로 생각할 이유가 없을 만큼의, 오로지 영혼인 사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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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한 얼굴로 잠이 들지만 화창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일처럼. 오직 화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외감이 느껴지는 날도 있고, 오직 화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이 생기는 날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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