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 창가에 있어서 빗소리를 계속 듣는다. 촤아아 촤아아 조금 조용하다가 또 촤아아 촤아아아 촤아아아. 동료들과 함께 "이쯤 됐으면 안 와야 되는 거 아냐?""라고 처음엔 농담조로, 그 다음엔 걱정을 담아서 수군대보았지만 비는 아랑곳않고 내린다. 이렇게 협상이 불가한 자연 앞에서 덜컥 겁이 나고 작아진다. 우리는 늘 모르고 까불지만 사실 이렇게나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귀가 없는 자연.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서울이란 도시가 겪는 이 수준의 재해를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세훈 시장 임기 5년 동안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은 641억원에서 66억원으로 줄어들었단다. 광화문 광장, 시청 잔디밭, 새빛둥둥섬(이게 정식 명칭이란 게 믿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무상급식에 대한 여전한 극렬 저항(니네는 그게 그렇게 싫으니? http://bit.ly/qshqjY) 지금의 창밖 만큼이나 마음이 어두운 저녁.
전국 곳곳의 친구 여러분. 안녕히 귀가하시고, 마음 놓고 쉬시길. 가로등 근처 가지 마시고, 맨홀 근처 조심하시고, 맨발로 물 근처 가지 마시고... 정말 모두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