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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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글을 못한다, 물을 삼킬까봐. 샤워기를 고정시키고 머리 감는 것도 못한다. 코에 물이 들어갈까봐. 그 얘기를 했더니 내 친구 클레어 씨가 엄청나게 웃은 다음, 사실 자긴 어렸을 때 알약을 못 삼켜서 수박씨로 삼키는 연습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엄청나게 웃었다. 우린 알약을 못 삼키던 어린이였고, 어느 부분은 여전히 다 배우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 문득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놀랍다. 우리 모두가 "자기 팔이 자기 거라는 거 잘 모르"고, "자기가 자기란 걸 믿으려고 자꾸 막" 그러던 조그만 아기였는데, 이만큼 늙었고 이만큼은 아직도 덜 자랐다. 놀라운 일.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 가슴이 두근거렸고 슬펐고 기뻤다. 몸이 아프다 싶을 만큼 속이 상해서 더는 못 읽겠는데 자꾸만 더 읽고 싶어서 괴로웠다. 애초에 김애란이 좋았고, 성석제 아저씨의 추천사를 믿었고, 잡지에 앞 부분 연재할 때 잘 따라 읽으면서 '정말 잘 쓰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더 좋았다. 처음에 표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다시 보니 너무 슬프고 가혹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정말 예쁜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한참을 운 다음 나는 애인(이자 남편)에게 말했다. "소설의 독자들이 돌아올 것 같아."   

우리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다. 우리는 남들도 고단하게 산다는 것을 알고 싶었고, 원래 인생이 그렇다는 것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사는 일이 참 신비롭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싶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사는 일을 좋게 생각하고 싶었다. 몸과 마음이 엉켜 있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어떤 어른들은 엄청난 꼰대이지만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고, 심지어 나쁜 사람들도 사연이 있다는 걸 되새기고 싶었다. 젊으나 늙으나 사는 일은 엄연하고 팍팍하고 가슴 뛰는 일이고, 어려서 철이 없거나 늙어서 주책맞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책으로 읽고 싶었다. 그리고 또한 부모를, 사랑하고 싶었다.    

알라딘의 김애란 인터뷰 트위터 중계를 엿보니, 그녀는 "일년 간 쓴 편지에 답장을 받는 기분으로" 리뷰들을 챙겨 읽는다고 했다.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멋지게 쓸 수가 없어서 부끄럽지만, 그녀가 보라고 나는 여기에 쓴다. 김애란씨,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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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3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6-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상큼한 리뷰를 올리면 궁금해지잖아요!

네꼬 2011-06-30 13:03   좋아요 0 | URL
(어리둥절) 어느 대목요? 아무튼 전 요새 브론테님을 (심지어 저 피카소 그림조차!) 질투하고 있다고요. (게다가 다락방님하고도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요, 흥.)

마노아 2011-06-30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도 두근두근거려요.^^

네꼬 2011-06-30 13:04   좋아요 0 | URL
어맛 참... 어머. (마노아님 머리 근데 예쁘삼.)

섬사이 2011-06-30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네꼬님의 이런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특히 '심지어 나쁜 사람들도 사연이 있다는 걸 되새기고 싶었다'거나
'이만큼 늙었고 이만큼은 아직도 덜 자랐다. 놀라운 일.' 같은 부분을 읽을 때면
아, 네꼬님이다,라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져요. ^^
이 책, 꼭 읽어볼게요.

네꼬 2011-06-30 13:05   좋아요 0 | URL
저는 섬사이님 다시 만나서 반갑고 기뻐요. 제 서재에 먼지 쌓일 때도 이따금 가서 섬사이님 글 읽곤 했어요. 응, 저기 계속 계셔주시는구나, 하면서요. 고맙습니다, 언제나 :)

다락방 2011-06-30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저는 김애란에 대한 애정이 없고 '젊은' 작가이기 때문에 시기하기도 하므로 김애란의 책은 읽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이런 리뷰를 쓰면 어떡해요!! 하아-

네꼬 2011-06-30 13:07   좋아요 0 | URL
아우.
괜찮아요, 다. 내가 다락님한테 애정이 넘치니까. (보셨겠지, 나의 댓글들. 당신에게 달린 남의 댓글들도 그냥 못 넘기는 내 마음을....!)

moonnight 2011-06-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서평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절대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네꼬님 리뷰에 무너집니다. 읽어야겠어요. (체념조로;)

네꼬 2011-06-30 13:08   좋아요 0 | URL
앗 문나잇님 목소리 들린다. ㅎㅎ 네, 체념하셔요. (다독인다) 괜찮아요, 잘 다 될 거예요. (응?)

꼬마요정 2011-06-3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리뷰는 사람을 설레게,궁금하게 하잖아요.. 읽지 않으면 왠지 네꼬님이 고개를 까딱이며 읽어봐~~ 읽어봐~~ 라고 최면을 걸 것 같은 느낌.. ^^

네꼬 2011-07-04 11:3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럼 최면이라면 만두 얼굴 고양이보단 "꼬마요정"님이 더 어울려요 하하하.

굿바이 2011-07-0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요리조리 피해다녔는데 아무래도 읽어봐야 할 모양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의지를 무너지게하는 이런 리뷰, 너무 자극적입니다요 :D

네꼬 2011-07-04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잠깐 피할까 어쩔까 했는데 그냥 읽으시는 게 좋겠어요. 걱정 마세요. (응?)

2011-07-0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7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6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