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보고 싶은 것이 비슷한 것? 돈을 나누어 내는 것? 운전을 교대로 하는 것? 한참이나 늦은 여름휴가로 담양-화순-강진-해남-전주를 도는 여행을 마치고 내가 내린 결론은, 같이 다니면서 먹는 음식으로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여행 친구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전라도에 갔던 것이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어마무지 맛있고 품위 있고 깨끗하며 값싸기까지한 음식들을 먹었다. 동거녀와, 나, 그리고 독일의 그녀('하이디'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미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독일 남자 B씨까지. 우리가 2박 3일간 갈등 없이 여행을 마치게 한 원동력은 무엇보다 맛난 음식에 있었다. 떠나기 전 B씨가 과연 전라도 김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B씨는 때로 공기밥 두 그릇을 해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담양 죽녹원 앞 <진우네집 국수>를 시작으로 펜션에서 먹은 대통밥, 강진 <수인관>의 돼지고기연탄구이, 해남의 <용궁해물탕> 해물탕, 전주 <베테랑 칼국수>의 칼국수까지. 우리는 안다. 고작 몇십 분의 일 정도를 맛보았단 것을. 다만 여행자를 행복하게 해준 좋은 음식들에 대해 먼저 얘기하는 것이 도리인 듯해 몇 자 적어둔다. 아. 이 글을 쓰는데도 모니터에서 이 음식들 냄새가 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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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한국을 찾은 하이디 씨와 B 씨를 안내한다는 미명하에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담양의 소쇄원과 죽녹원, 화순 운주사, 강진 다산초당, 해남 미황사, 전주 한옥마을을 도는 일정이었는데, 이 훌륭한 일정을 누가 짰느냐 하면 바로 나의 가짜 언니, 동거녀 또치 씨가 짰다. (일명 또치 여행사 사장님.) 덕분에 입은 입대로, 눈은 눈대로 호사도 그런 호사가 없는 호사를 누렸다. 여길 봐도 우와, 저길 봐도 우와아 소리가 절로 났다. 여행지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쓰고 싶지만, 마음은 급하고 글은 더뎌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러다 때 놓친 독일여행처럼 될까봐(-_-;;) 일단 사진이라도 올려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