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프린스 1호점 - O.S.T. - MBC 월화 드라마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포니캐년(Pony Canyon)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제 이름도 희미해져가는 앨범 <<이오공감>>에 수록된 <한사람을 위한 마음>은 내게 매우 각별한 곡이다. 오태호의 소박(!)한 목소리를 받아 이승환이 ‘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나를 어렵게 만드는 얘기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고 노래할 때 나는 알았던 것이다. ‘감미롭다’라는 단어의 뜻을. 그 곡을 셀 수 없이 들었어도 그 대목이 나올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감미롭다’ 의 뜻은 그러니까 이승환의 ‘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고,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을 살짝 감게 된다는 뜻이고, 눈물이나 웃음이 서로 나서지 못해 머뭇거린다는 뜻이었다. 달짝지근하다, 편안하다, 슬프다, 간지럽다, 기분 좋다 등의 단어로 대체될 수 없는, 감미롭다.

 

음악을 듣다가 ‘감미롭다’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은 그 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커피 프린스 1호점 O.S.T>>가 예상대로 좋아서 만족한 기분으로 듣던 중이었다. 이선균이 부른 ‘바다여행’을 듣는데 바로 그 단어가 생각났다. 감미로웠다. ‘포근하게 감싸줘 나에게’ 부분에선 거의 눈을 감을 뻔했다. 깜짝 놀랐다. 극중에서 한성이 이 노래를 부를 때는 곡보다 화면에 마음이 쓰였다. 그때 그는 그림같이 예쁜 집에서 작업실과 테라스를 오가며 온몸으로 노래했다. 떠났다 돌아온 사랑하는 여인이 전화기 저 편에서 듣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을까. 한성의 얼굴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행복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노래를 듣고 있는 행운의 여주인공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행복이 넘친다는 걸 예감한 듯,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보면서는 “아우 닭살 대사! 좋으면 좋다고 할 것이지!”라고 했지만 이렇게 곡만 따로 들어보니 그럴 만했다. 누군가 이 곡을 나를 위해 만들어 나에게만 불러준다면, 약간 불안할 만큼 행복할 것이다. 이런 때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버릴까 봐. 그러고 보니 ‘손 내밀면 하얗게 부서지던 너의 꿈들’이라는 가사가 귀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감미롭다’라는 단어에 배어 있는 보일 듯 말 듯한 슬픔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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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남장 여자라니! 설정과 전개는 현실감이 없지만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등장  인물을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소중하게 다루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장면 허투루 만들지 않아, 매 화면이 아름답고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이윤정 피디 만세!) 그리고 음악 때문이다. 화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던 음악들이 한 장의 음반으로 묶여서 기분을 좋게 한다. 듣고 있는 동안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나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장마와 무더위에 걸쳐 있는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좋은 청량음료 같은 음반. 세 가지 버전이 각각 장점이 있는 <바다여행>, 살짝 예쁜 척해서 오히려 솔직하게 들리는 <커피 한잔 어때?>(나와 행복해질 거야, 라는 과감한 가사가 맘에 든다) , 극중 은찬처럼 자전거 페달을 밟고 싶게 하는 <고고찬>, 그리고 몇 곡의 차분한 연주곡 등 곡들에 대체로 편차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곡이 딱 두 곡 있지만 그건 O.S.T.의 숙명아니던가.) 덕분에 티어라이너를 찜하게 되었다. 드라마 속에서 찜한 그 사람과 더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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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7-3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브라보,브라보!!!

네꼬 2007-07-30 14:49   좋아요 0 | URL
다락님께 그런 환호를 들으니 떨리고 좋잖아욧! ♡

nada 2007-07-3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20세기스러운 앨범 쟈켓은 대체 뭐냐구염..ㅎㅎ
이선균은 정말 목소리 하나로 먹어주는 거 같아요. 그으렇게 포근해요? 눈 감고 쓰러질 정도로? 그럼 저에게 쓰러지세요.
(터프하게 끌어당기며) 네꼬, 이리 와!

네꼬 2007-07-30 14:51   좋아요 0 | URL
앨범 표지는 정말 으악이지만, 열어 보면 예쁜 은찬의 사진이 있어요. (배추님이 좋아하실 것 확실.) 그리고 저는, 이런 터프한 손길에 한없이 약한 고양이랍니다. 절 잡아 드세요. @_@

도넛공주 2007-07-3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을 저몄었죠. 슬픈 예감은 틀리는 적이....없기만 했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겠지만.

네꼬 2007-07-30 14:51   좋아요 0 | URL
쿠앗. 기억하시죠? 저 부분의 처연함. 이 더운 낮에 쏘주가 다 생각나네요. (응? 감미롭다 어쩌고와 너무 안 어울리나?)

2007-07-3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30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7-3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속에서 찜한 사람은 누구인데요? 감미롭다는 말에 대한 풀이가 저를 감미롭게 해요. 정말 사랑스러운 정서를 가진 고양이라니까요. 까우~(>_<)

네꼬 2007-07-30 15:43   좋아요 0 | URL
이오 공감 얘기하면서 마노아님 생각을 했지요. ^^ 찜한 그는 비밀이에요. 그나저나 완소남들이 조로로록 나와서 참 좋아요, 그렇죠? (싱글벙글)

비로그인 2007-07-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가 드라마를 안보니 할말이 없다는 ㅠㅠ...

네꼬 2007-07-30 17:13   좋아요 0 | URL
이건 쫌 보세요! (버럭~) ㅋㅋ
체셔님이 보신다면 어떤 남자를 선택하실까? 이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

지나가다 2007-07-3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누군가 이선균의 목소리를 두고 듣기만 해도 임신할 것 같은, 이라고 표현했다는 게 생각나는군요. 그만큼 기름지고 감미롭다는 뜻일까요? 지나가다 실례했습니다. 저는 이곳에 처음 지나갑니다.

네꼬 2007-07-30 17:14   좋아요 0 | URL
오옷, 지나가다님. 그것 참 화끈한 묘사인데요! 전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은 따로 있어요)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실례라뇨. 지나가는 길에 있는 서재이니 언제든 또 놀러오세요.
: )

프레이야 2007-07-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미로워요, 네꼬님의 리뷰가 더~~
은찬이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윤은혜가 더 매력적인 건가 싶게요..

네꼬 2007-07-31 12:54   좋아요 0 | URL
혜경님, 정말 은찬은 매력적이지요? 꽃양배추님이 포착하신 대로, 그렇게 부지런한 움직임에서 가장 큰 매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

다락방 2007-08-0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저는 이선균의 목소리가 싫어요, 라고 말하면 돌맞을까요?
제 여동생과 저는 이선균의 목소리를 듣고 가래가 끓나,아님 코가 막혔나, 했더랬는데. orz

네꼬 2007-08-0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ㅋㅋ 사실 어떻게 들으면 느끼하긴 해요. 일부러 저러나? 싶을 만큼. 그래도 좋은걸 어떡해요. (이 일관된 편애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