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다
도요새 편집부 엮음 / 도요새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도넛공주님 서재에서 이 책의 리뷰를 보고 어찌나 마음이 동했는지, 그만 덥석 사버렸다. 그리고 책이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틈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보면서 조용한 사무실에 감탄사를 울려주었다. 그리고 내 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의무적으로 이 책을 펼쳐 보게 하였다. 그들은 나의 감탄사를 이중주, 삼중주,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만들어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점이 아니라 별자리 하나를 내주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사진집이다.


이 책은 환경재단 ‘2007 그린아트페스티벌’의 메인전시 <움직이다>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사진집으로 국내외의 동물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하이디 앤 한스, 프란스 랜팅, 김기찬, 김녕만 등이 뜻을 모았다. 그들의 카메라가 동네 골목길부터 밀림과 극지방, 물속까지 누비면서 찍은 동물과 사람의 사진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이고, 사람을 숙연하게 한다.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동질감과 경외감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 동물은 : 꽃에 코를 대고 눈을 감은 염소, 세상을 품을 듯 날개를 넓게 펼친 알바트로스, 황제 펭귄 가족,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이동하는 카리부(나는 동물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에 언제나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잠수하는 북극곰(엉덩이 사진도 있음), 벽만큼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꼭 감은 동물원의 코끼리 등이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 사람은 : 오글오글 모여든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는 아이들, 순록들과 함께 먹고 자며, 순록이 새로운 터전을 찾을 때까지 그 뒤를 따라가는 네네츠족, 말과 함께 평원을 가르는 인디언들, 돼지를 리어카에 싣고 장가보내는 농부, 자신이 키우는 염소와 똑같은(정말 똑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할아버지, 그리고 사냥한 사슴을 질질 끌고 가는 사냥꾼이다.


누구나 동물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 코뿔소와 기린은 좋아하면서 새와 뱀과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나처럼 이중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동물의 생명을 무시할 권리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사진들은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잊고 지냈던 다른 '움직이는' 종족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 지구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한번쯤 고민하게 하고, 대충 버리려던 종이를 분리수거함에 넣게 하고, 자동차 타는 것을 미안하게 하고, 사무실 에어컨을 자꾸 끄게 한다. 그러니까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출판사가 신경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건지, 어떻게 된 게 알라딘에 이 책 소개는 목차만 달랑이다. 이런 책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사라질까 봐 걱정이다. 사실 요 며칠 너무너무 바빠서 쓰고 싶은 리뷰도, 읽고 싶은 책도 많지만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는 빨리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늘 점심을 김밥으로 때웠다. 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네꼬 씨인 것을 생각하면 나로선 엄청난 결심이지만, 이 책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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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7-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를 쓰기 위해 김밥으로 때웠군요. 이렇게 멋지게 리뷰썼으니깐 추천도 하고, 김밥대신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순대국도 사줄게요. 그러니 오늘의 김밥을 아쉬워하지 말고, 이런 리뷰를 써냈음에 자랑스러워 하셔야 해요. 아셨죠?

네꼬 2007-07-04 19:16   좋아요 0 | URL
순대국을 사주신다니!! 이렇게 황홀한 프로포즈가 또 있을까요? 히야. 김밥으로 때운 보람이 있네요! ♡ (추천보다 그게 더 감사. ㅠㅠ)

홍수맘 2007-07-0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중히 여기는 밥을 대충 때우게 할 만큼 가치있는 책이라면 저도 안 볼수가 없겠네요. ^^.

네꼬 2007-07-04 18:05   좋아요 0 | URL
아예 굶지는 못하고....-_-;; 제 한계죠 뭐. 홍수맘님도 보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

nada 2007-07-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해요.^^ 정말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권하고 싶은 책이 있잖아요. 그런 책을 보면 막 행복하다가 안타깝고 나으 안목에 마구 감탄하다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게 신경질 나고..완전 조울증이 따로 없어요. 양배추 사진은 없던가요..

네꼬 2007-07-04 18:07   좋아요 0 | URL
움직이는 양배추라면 있었을 텐데... ^^ 맞아요!!! 정말 이런 책이 소문 나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입니다!!! (갑작 불끈. 다혈질 네꼬.) 고맙습니다. (응?)

비로그인 2007-07-0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기 표지 사진. 곰이 물을 털어내는 순간 포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라딘]이 신경 안써도 괜찮아요. 네꼬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으니까.
아...네꼬님의 리뷰를 보지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리스트에 꾸욱-

네꼬 2007-07-04 18:08   좋아요 0 | URL
미리보기가 없어서 아쉬워요. 하지만 실제로 보면 너무 아름다운 사진들이니 책으로 만나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 )

산사춘 2007-07-0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독특하네요. 활자책만 샀는데 도전! 좁게 사는 인생이어요.

네꼬 2007-07-05 13:01   좋아요 0 | URL
오옷, 산사춘님 오셨군요. 좁게 사는 인생은 언제나 대환영입니다. : )

비로그인 2007-07-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이제 찬찬히 댓글달기
아까 포스팅 봤는데 시간이 없어서 :)
제목이 참 심플하고 간략한데 담긴 내용은 풍성한 책이로군요!
네꼬님이 점심을 희생한 그 숭고한 정신을 살려 저도 읽도록 할게요 불끈!

네꼬 2007-07-05 13:02   좋아요 0 | URL
마음 같아선 아예 굶을 수도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제가 김밥 한 줄로 때우는 건 거의 굶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환경재단 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줘야 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은데 감동까지 줍니다. 도넛공주님께 감사할 따름이어요.

마노아 2007-07-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호기심 급상승이에요! 사진도 좀 올려주세요. 넘나 궁금해요. 저도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답니다. 요새 책 그만 사기 모드 돌입중인데 자꾸 의지가 꺾여요(>_<)

네꼬 2007-07-05 13:04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마노아님처럼 포토리뷰를 올리고 싶었는데, 책을 찍으려니까 자꾸만 반사도 되고, 원래는 아름다운 사진이 제 카메라를 거치면서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여하간 민폐를 끼치게 생겨서 포기했어요. 마노아님은 책을 사시면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시고 리뷰도 잘 써주시고 하니까, 책 좀더 사셔도 될 것 같은데요. : )

2007-07-05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5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6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향기로운 2007-07-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여우님처럼 사람들 마음을 혹하게 하려면 파란꼬리여야 합니다 =3=3=3=3=3

네꼬 2007-07-07 23:2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 줄무늬 고양인데 꼬리만 파란색이면 너무 날라리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도넛공주 2007-07-0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쁘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리뷰도 정말 마음을 '움직'이네요.만세.

네꼬 2007-07-07 23:22   좋아요 0 | URL
숨어 있는 이 책을 어떻게 찾으신 건지, 나는 도넛님이 더 만세, 그리고 만세에!!!

에디 2007-07-0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하기 직전에 가격을 보고 조금 말성이는 중;

네꼬 2007-07-08 00:18   좋아요 0 | URL
자자, 망설이지 마세요. 반복해서 보는 횟수를 생각하면 그게 다 보상이 된다니까요. (게다가 환경재단에 좋은 일!) 팔 빠져라 부채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