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 별숲 동화 마을 35
이나영 지음, 전명진 그림 / 별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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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픈 이야기다. 문제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늘 '이미 답을 정해 놓고 그 틀에' 맞춘다. 아이들이 놓인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교감이 되고 나서 아쉬운 점은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간접적으로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이래저래 문제 행동을 한다,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전에 교감에게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이야기하신다.

맞는 말이다. 과거에 한 학급에 40~50명이 있었던 교실과 지금 20여 명이 있는 교실은 겉으로 단순 비교할 게 아니다. 콩나물시루처럼 바글바글한 교실 안에서 숱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주위에 돌봐주시고 사랑 어린 시선으로 보아주는 어른들이 곁에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곧 그들의 부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가정은 윤택해진 것은 맞으나 돌봄과 사랑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졌다. 깨어진 가정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다.

소위 학교폭력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버릇이 없다느니 가정교육이 안 되었다느니 여러 말들을 많이 뱉어낸다. 하지만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무관심이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그물에 걸린 것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내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돌봐 줄 어른들이 곁에 있다면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갈 것이다. 학교가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담임 선생님들이 새 둥지가 되어 그들을 품어주면 좋겠다.

책 표지처럼 아이 내면에 짙게 그려져 있는 그림자 아이를 볼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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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 - 제35회 신의 아동문학상 입선작 북멘토 그림책 25
이커우 지음,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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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드라이기하면 아이들 셋 키울 때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에 와는 달리 사춘기 시절을 보내면서 모두가 외모에 민감할 때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나야 머리를 감고 머리빗으로 살짝 빗으면 끝인데 우리 집 아이들 셋은 그게 아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일이다. 암묵적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순서가 있고 당연히 헤어 드라이기 사용 순도 정해져 있다. 이것을 어겼을 경우에는 난리가 난다. 그만큼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진다. 사용 빈도로 보았을 때 헤어 드라이기가 최고 순위다.

그림책 '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는 헤어 드라이기의 고충이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헤어 드라이기도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보고 싶나 보다. 자신의 사용 용도 처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충만하여 영역을 뛰어넘는 시도를 한다. 결국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서 헤어 드라이기는 찬밥 신세로 전락당한다. 풀이 죽어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때쯤 모두가 헤어 드라이기를 반긴다. 어디 갔다 왔느냐 하면서 속타는 심정으로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듯 반긴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잘 묘사한 것 같다. 특히 어린 친구들도 경험해 보암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생활 밀착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림책이 말해 주는 것은 우리 주변의 작은 물건이라도 소중하면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며 지내는 것이 중요함을 넌지시 던져주는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으로 한때 전쟁과 같았던 아침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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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보단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3
박영주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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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거라"

책 주인공 보단의 이름 뜻이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저자는 조선 시대 훈련도감에서 외인부대를 이끌었던 박연 대장을 모티브로 삼았다. 푸른 눈의 다문화 소년 보단은 아버지가 러시아인(나선)이다. 박연 대장도 네덜란드인으로 조선에 표류되어 왔다가 조선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본 이름은 얀 벨테브레이였다.

"너도 살아내거라. 네가 심어진 곳에서"

피부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지난달 북유럽 스웨덴과 핀란드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을 가이드해 주신 한인 분이 계셨다. 유창한 스웨덴어와 핀란드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3일 함께 여정을 소화해 내면서 친근감이 들자 우리 일행 중 한 분께서 어떻게 이곳까지 오셔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셨다. 스웨덴에서 만났던 가이드분은 남편 직장 때문에 오게 되어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며 핀란드에서 만났던 분은 학업 때문에 왔다가 결혼하면서 눌러 앉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언어도 유창해졌고 고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 현재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곳이 더 익숙해졌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간 겪었던 삶의 여정 속에 힘듦과 어려움이 켜켜이 새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국가라고 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강원도 시골구석구석에도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다문화 자녀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인원수가 늘어나면서 이방인 취급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땅에 들어왔고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왔다.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지내는 것이다. 사실 같은 한국인이더라도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천천지 원수처럼 지내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과연 함께 동화되면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이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푸른 눈의 보단이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일부러 피할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만나고 경청하고 소통해야 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굳어진 고정 관념의 틀을 부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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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조직 -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
에이미 에드먼슨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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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난 국가의 혼란한 상태를 바라보며 리더는 반드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며 그 직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리더십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됨을 절실히 깨닫는다. 리더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다.

오랫동안 리더십 연구를 해 온 저자는 리더와 리더십은 다르며 관리 능력과 리더십 역량 또한 별개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달리 불확실성, 변화, 모호성, 복잡성처럼 리더 혼자의 힘으로 조직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리더십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기본 베이스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저자는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조직의 가장 큰 차별성으로 조직 내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최우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일명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은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강조한다.

과연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무엇일까?

지금은 지식경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민첩성과 혁신만이 조직을 살려내는 중요한 요소다. 리더가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명한 리더는 겸손과 호기심으로 직원들을 대한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정보를 공유한다. 명령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돕는다.

조직이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동의 목표'다. 리더 개인의 목표가 아니란 말이다. 조직 문화는 일하는 방식이다. 상호 신뢰와 존중한 가능한 조직 문화는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문화이며 반대할 수 있는 의무와 반대를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리더일 때 가능하다. 대화를 자주 나누며 서로에게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뜻한다." (22쪽)

자신이 낸 의견이 가치 있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확신한다. 어떤 상황에서나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는다. 두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침묵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자신이 조직에 중요한 존재로 인식한다. 리더는 조직에 존재하는 각종 계급을 경계해야 한다. 구성원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한다.

리더는 자신의 약한 모습과 실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리더의 생각도 얼마든지 오답일 수 있다. 좋은 리더는 갈등을 추진력으로 삼는다. 갈등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조정된다. 갈등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문제 제기가 당연해 보이는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의사소통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낮을수록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서로 협력하는 태도다. 나만의 틀을 깨는 것이다. 개인 무능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시스템에 관해 논한다. 비난 없이 질문한다. 구성원의 문제 제기에 존중을 표하고 가치를 인정한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자세를 낮춘다. 정답을 모른다는 태도로 물어야 한다. 모두가 찬성하는 의견은 있을 수 없다. 반대되는 생각은 늘 있다. 생산적인 반응으로 감사를 표현하라.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줘서 고마워요" (128쪽)

"기꺼이 문제를 제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30쪽)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과감히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 미래의 또 다른 실패를 예방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친절함과 다르다" (139쪽)

친절함과 상냥함과 거리가 멀다.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뜻하지 않는다. 조금 거칠고 쓴 말일지라도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신뢰감과 다르다. 신뢰감은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다. 조직 전체를 향한 감정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직장에서 마냥 편하게 있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142쪽) 리더십은 조직의 최상위층만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일하려는 모든 직위의 구성원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리더십의 핵심은 혼자서는 성취할 수 없는 목표를 서로의 노력으로 함께 이뤄가는 데 있다.(179쪽) 활발한 의사소통과 경청하는 문화를 위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성원의 역량을 허비하며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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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지킨 사람들 숨쉬는책공장 어린이 인물 이야기 4
곽영미 지음, 이수영 그림 / 숨쉬는책공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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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이 정착되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지켜냈던 유구한 우리 민족의 유산이자 정신적인 결과물이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시고 반포하셨지만 400년 이상 언문 취급당하면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한글이다.

일제가 강점하고 있었던 당시에도 한글을 지키고 우리말을 보존하며 발전시키고자 애썼던 한글 학회 사람들이 내란죄라는 가당치도 않은 죄로 옥고를 치르고 옥사를 당해야 했다. 해방 후 모처럼 봄날을 맞이한 한글 학회 사람들은 어렵게 찾아낸 우리말 사전 초고를 바탕으로 사전 편찬 작업과 한글 맞춤법 통일을 위해 함께 생각을 나누고 협의하는 과정을 셀 수 없이 해냈다. 다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진통 끝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이 정착하게 되었다.

앞서서 연구한 이들도 있었고 뒤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했던 모든 이들의 노력으로 우리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우리말을 지킨 사람들』 15명에 대한 기록이다. 다들 의견이 분분한 과정을 겪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말을 지키고자 하는 큰 방향은 같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 현황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은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며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분열되어 서로 비난하는 모습을 자제하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성숙한 모습도 필요할 듯싶다.

서슬 퍼런 일제의 총칼 앞에 숨죽이며 연구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 우리말을 지켜낸 사람들의 모습을 반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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