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전은수 지음 / 달꽃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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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비는 좋은 인연을 데리고 온다>, <나 홀로 유럽 배낭여행 내가 걷는 자리마다 온통 바람이었다> 등 여행지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바를 글로 적어가는 여행작가 전은수님의 세 번째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는 여든셋의 할머니와 스물다섯의 손녀가 머나먼 이국땅 캐나다 토론토를 다녀온 여행기이며 온갖 에피소드 끝에 다녀온 여행의 여운이 가실 쯤 또 다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다녀온다. 놀라운 사실은 두 분의 고모분도 함께 동행한다.


여행작가 전은수님에게는 커다란 상실의 경험이 있다. 어머님의 죽음. 어머니가 없는 자리는 남겨진 아빠와 남매에게 메울 수 없는 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 했고 상처를 잊기 위해 더욱 일상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엄마를 만났다. 새엄마가 아닌. 아빠의 엄마. 할머니 말이다. 작가의 두 번째 엄마인 할머니는 일생은 결코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결이 다른 할머니와 국내여행이 아닌 지구 반대편 캐나다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은 보통 결심이 아니면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여생에 의미있는 무언가를 선물해 드리고자 무작정 용기를 내어 다녀온다.


"여행은 결국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낯선 것들은 여행 속에서 다시 곧 일상이 된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맞이한 하루하루가 낯선 것들이었다. 경험한 상실이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남을 수 밖에 없다. 세상에 나 홀로 던져진 것 같은 기분말이다. 어떻든 자신의 인생을 가득 끌어안고 지금껏 살아온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는 종종 할머니가 짊어진 세월을 본다"


낯선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익숙한 곳에서는 불평하고 짜증내고 원망하던 것들이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새롭게 눈을 뜬다. 할머니가 살아낸 세월을 보게 된다. 주름 패인 이마에서, 쭈글한 손마디에서, 구부정한 허리에서 무거운 세월을 느낀다.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상실은 익숙했던 세상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런가. 저자는 익숙했던 것들을 스스로 차 버리고자 이곳저곳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찾아나선다.


"우리는 모든 사랑하는 것과 언젠가 반드시 헤어지고 만다"


여행자는 관광객이 아니라 방문자가 되어야 한다.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배우며, 공동체와 지역을 알아가는 만남이 여행이다. 관광객은 단지 즐기고 보고 맛보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방문자는 예의를 갖추어 자신이 방문하는 지역의 사람들과 문화를 알아가기 위해 떠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여행에서 함께 동행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떠날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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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괴
김민수 지음 / 달꽃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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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행지를 떠올리면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을 많이 떠올린다. 근데 <일상의 파괴> 저자 김민수님은 특이한 여행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중미의 섬나라 '쿠바' 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여.행.의.이.유.는. 낯.선.세.계.와.인.물.들.을.만.나.기.위.함.이.다.


여행하는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라고 하는 이유도 인간에게는 늘 이동하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고 여행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여행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통계를 보더라도 여행은 인간에게 그 '무엇'이 될 수 밖에 없다. 여행은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일상의 파괴>에서는 호모 비아토르를 DRD4-7R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행 유전자, 모험 유전자, 호기심 유전자, 방랑 유전자를 지닌 사람말이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쿠바는 다른 중미 국가처럼 그곳에는 원래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문명과 발달한 농경 생활에 종사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 평화는 파괴되고 말았다. 1492년 콜럼버스의 발견 이후, 1514년 스페인의 침공 이후 말이다. 원주민들이 패배한 이유는 무기면에서 열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치명타는 '전염병' 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가지고 들어온 '전염병' 말이다. 그후 1812년 대규모 반란, 1868년 제1차 독립 전쟁, 1895년 제2차 독립 전쟁, 그리고 1898년 독립을 얻어냈다. 하지만, 스페인이 물러간 자리에는 미국이라는 또 다른 제국이 정치를 간섭하게 되었고 미국의 지원으로 독재자가 군림하게 되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키기 전까지. 쿠바는 중미의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다.


쿠바하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집필 장소로도 유명하다. 쿠바는 이중 화폐를 쓴다. CUC(쿡)와 CUP(모네다). 쿡은 외국인 전용이라고 한다. 쿠바하면 체 게바라를 놓칠 수 없다.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20C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프랑스 5월 혁명의 롤모델 삼기도 했다.


여행에서 얻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 있다. 마르셀 푸루스트의 말처럼 저자도 책 날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결국은 인간에 대한 선한 시선"을 담은 글을 쓰겠다고. 여행은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는데 큰 힘이 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발자국도 나서기 불편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익숙한 공간 안에서도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독서가 아닐까 싶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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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 전근대편 -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읽히는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
최태성 지음, 김연큐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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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를 '소통' 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전근대 역사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곧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과거의 사실들,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일이 결코 재미난 일은 아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난 전근대 역사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용기일 수 있겠다.

인문학에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소통'인것 처럼 역사의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전근대사를 배우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연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전근대편>의 목차만 보더라도 독자들을 배려한 부분이 보인다. 딱딱한 시간별 서술을 지양하고 시대별 사건별 독자들이 꼭 '소통'해야 하는 부분들을 알기 쉽고 눈에 띄는 제목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강 타이틀 매치의 시작, 첫 영광의 주인공 백제

고대국가가 형성되면서 운영체제가 필요한 시기에 '율령'을 반포하면서 국가다운 모습을 형성해 갔다. 젊은 독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싶도록 '율령'이라는 국가 운영체제를 스마트폰에 빗대어 'iOS' 또는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스마트폰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듯 고대국가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율령'이 필요했으며 계급별로 입었던 복식 제도라든지 국가 운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불교'를 활용했던 부분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온전히 독자들이 전근대 역사와 소통을 손쉽게 하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꼼꼼한 배려임을 보게 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뿐만 아니라 각종 시험과 교양에서 한국사가 필수가 되었다. 단지 지식만으로 접근하는 역사 공부가 아니라 사람과의 만남, 사건과의 만남이라는 인식 아래 '소통'을 하기 위한 역사 공부로 접근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반면 '소통'을 한 흔적은 가슴에 새겨지고 비슷한 장면에서는 회상되기 마련이다. 역사는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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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 - 물 고르는 법부터 안주 고르는 법까지, 장 전문의가 말하는 음주의 지혜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정지영 옮김 / 책밥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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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 이라는 책의 부제를 달아보라고 한다면 <모든 건강은 장에 달려있다>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제2의 뇌라고 불리우는 '장腸에 대해 독자들의 무관심을 깨우치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요즘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면역에 대해서도 무척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감기, 전염병, 암, 생활 습관병, 심근경색, 뇌혈정 등 온각 병이 장腸에서 오는 면역력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가히 건강의 바로미터가 장 건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면역력의 약 70%가 장내에 있는 세포, 그중에서 대장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장이 건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로 '술'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과음이 아닌 체질에 따른 적당량을 말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체질에 따라 술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저자가 분석해 놓은 결과를 보면 백인과 흑인은 NN형으로 술을 많이 마셔도 해독력이 강해 별탈없이 지날 갈 수 있는 반면에 몽골계인 DD형 황인 같은 경우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는 체질이 많다고 귀뜸해 주고 있다.

 

보통 사람이 느끼는 복통, 변비, 설사, 방귀 등은 소장 내에 있는 세균이 증식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설탕, 밀가루 섭취량이 많아지면서 소장 세균 과증식인 SIBO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예방법으로는 뼈를 장시간 우려낸 국물에 채소를 곁들여 먹는 식단법을 권유한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이 사골을 오랜 시간 우려낸 물을 보양식으로 가족들에게 차려 내 놓으신 걸 보면 이거야말로 건강식이 아니었나 싶다. 치매를 관장하는 호모시스테인이 많이 함유된 브로콜리, 시금치, 쑥갓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장내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늘어나기에 식생활에 더욱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는 체질별로 술을 적당히 마실 경우 유익한 점을 몇 가지 기술하고 있다. 식용이 증진된다거나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기분이 고양된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최고의 질병 중 하나가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인데 그 원인인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방법을 '술'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장암의 원인이 알코올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닌 듯 싶다.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의 목차만 보더라도 장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식사 습관 및 건강 습관을 어떻게 해야 될 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연말연시 소모임 및 친목 모임을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절제하라고 방역수칙으로 계속 홍보되고 있다. 즐거운 모임을 위해 반드시 '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에서 장내 건강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제는 앎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요구된다. 양약은 입에 쓰다고 하는 것 처럼 입에 당기는 맛들은 사실 장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식습관에 적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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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 -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우리 영화 읽기
이임정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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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는 '십대' 청소년들과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가 연결되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십대들이 다른 매체보다 영화에 끌린다는 전제로 지금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영화들을 선별하여 제시하고 있고, 공동 저자들은 각각의 고유의 관점으로 영화를 논평하며 십대들에게 이런 저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넌지시 본을 보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보다 대학 입시라는 커다란 과제 앞에 공부하는 기계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세상이야 어떻게 변하든 코 앞에 당면한 과제인 대학 입시부터 해결하라는 사회의 암묵적 요구 앞에 시대를 바로보는 안목을 기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동 저자들은 지금 펼쳐진 사회의 모습들이 앞으로 청소년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 모습이기에 비판적 사고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등을 토닥거리고 있다.

 

<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에서 다룬 영화들은 청소년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영화들일 수 있다. 관람객들을 많이 끈 영화도 있지만(2020년 기생충) 대부분의 영화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 질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저자들이 다시 비장의 무기로 꺼내든 것은 교육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전인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꼭 다시한번 함께 보기를 통해 미래 사회를 책임지는 주인된 삶을 살 것을 종용하는 의도가 큰 것 같다. 책이 사람을 만들어가듯 좋은 영화 한 편이 공공선과 시민성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시킬 수 있음을 확신한다. 선정성이 있거나 폭력성 있는 영화에 몰두하게 하는 것보다 사회적 현상들을 다룬 무게감 있는 영화들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유익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책은 크게 5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청소년들의 비밀(친구관계, 학교폭력, 성적 지상주의, 가족의 이별)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었던 연쇄 살인 사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초자본주의 사회에서 확대된 빈부의 양극화된 가정의 모습, 문화재에 약탈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영화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특히 최초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지존파 일당들이 특별한 청년들이 아니라 소외된 시골 지역의 상실감으로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있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에 주변의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연쇄 살인을 행했는지, 그리고 무고한 죽음으로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로 매몰된 이들이 결국 운이 나빠서 죽은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사건 사고가 개벌적인 문제가 아니며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라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시대상을 고발하고 있으며 기록 그 너머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의 조선어학회 우리말 사전 편찬 사업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말과 글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강압 앞에 무명의 학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비밀을 유지한 체 고단한 작업을 말없이 수행해 왔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 말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 운동임을 역사는 말해 준다. 외국어와 외래어가 범람하는 미디어 세상 속에서 역사 속 사건을 영화로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는 개인주의적인 거대한 물살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민족과 국가를 애쓴 이들의 숭고한 정신의 고귀함을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거대한 열기 속에 이름 없는 많은 학생들이 던진 당찬 행동들이 대통령 선거 직선제를 이뤄냈으며 택시 운전사와 같은 소시민들의 협력 속에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음을 다시 보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상황이라는 초특급 위기에 놓인 현실이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도 동일하게 인류가 고민했던 일이며 미래에도 끊임없이 나타날 일임을 강조한다. <연가시>, <설국열차>, <기묘한 가족>, <삽질>의 공통점은 환경 파괴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을 고스란히 사람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감염병도 결국은 자본에 물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당장은 백신을 개발하여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만 최종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왜 감염병이 창궐하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문제점을 깊게 들여다볼 때 합의된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다. 감염병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감염병이 발병하게 된 발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대처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재난을 다룬 영화들은 단지 호기심만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염병의 원인과 과정, 해결 방법까지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함께 이 문제들을 책상으로 가지고 와서 토론할 수 있는 자료로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을 듯 싶다. 

 

끝으로 청소년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하고 애쓰는 저자들의 연구모임인 '한국독서문화연구소'의 활동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가톨릭대학교 독서학과 동문들이 함께 모여 개인과 사회를 살리는 일에 '책'이라는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큰 응원을 보내드린다. 미디어 세상에 고전틱한 '책'을 꺼내들고 종횡무진 애쓰는 젊은이들의 무모한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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